트렁크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서평을 쓰기에 앞서, 일전에 읽었던 가시고백의 서평을 찾아봤다. 난 그때 김려령 작가에 대해 신기한 작가. 라고 썼었네. 전과 다르게 책의 서평을 쓰기 전 작가의 다른 책에 대한 서평을 찾아본 까닭은, 그동안 보아왔던 작가의 글들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누가 보면 작가의 모든 책들을 섭렵한줄 알겠는데, 딱히 그런 건 아니었고,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가시고백,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그리고 이번 트렁크- 이 정도면 작가의 그동안의 문장과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를 좀 해도 될 법하다고 생각해서 감히 얘기하건대, 김려령 작가 책이 맞는지, 책을 읽는 중에 두어 번 정도 작가의 책이 맞는지 확인했다. 정말, 신기한 작가. 내가 왜 그토록 소설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물음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답할 수 있겠다.

 

 

 

 

결혼 괜찮았어?”

생각보다. 당신은?”

나도.”

서로 괜찮았다는데 무슨 할 말이 더 있나. 여하튼 굿바이. 행복하길.

 

책의 뒷면에 쓰인 서른살, 다섯개의 결혼반지 이라는 문구에 J군은 말했다. “뭐 쌍가락지를 꼈나? 그래도 다섯 개가 안 되겠는데?”라고. - 노인지는 한 남자의 아내다. 남편의 직업은 작가이기도 했고, 작곡가이기도 했다. 남편의 직업은 시시때때로 바뀌었다. 아니, 남편이 바뀌었다는 말이 정확할 거다. 그녀는 다섯 번의 결혼을 했고, 그 결혼 끝에는 다섯 개의 결혼반지가 남았다. 그만두지 않는 이상, 몇 번의 결혼을 더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 결혼은, 계약으로 맺어진 계약결혼인 셈이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결혼정보업체 웨딩라이프의 비밀 자회사 NM에서 근무하는 노인지 차장의 업무는 VIP 회원의 기간제 부인(FW)이다.

 

 

 

 

결혼 이후에는 모든 삶이 관여당해. 심지어 국가가 헤어지는 것까지 관여하잖아. 둘이 합의했는데 왜 법원을 가야 하지? 혼인신고처럼 파혼신고 하면 안되나? 그러면 앞다퉈 이혼할 줄 아나봐. 나라가 나서서 이혼하라 해도 하지 않을 사람들은 절대로 안해. 이혼대책으로 같이 살 배우자를 마련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p58 

 

나는 이 말에 공감을 잘 못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법원에서 니들 왜 이혼해? 하지 마!”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유예기간을 두는 것뿐인데. 그것도 이혼하길 잘 했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아닌 사람도 있기에 그 유예기간을 둠으로써 개인이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주는 시간이라고 할까. 또 이혼하는 사람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오케이, 오케이 체크해가면서 이혼하는 경우보다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 이를 테면, 재산분할, 위자료, 친권자, 양육권자, 양육비 등등.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국가가 개입을 해주는 편이 아니, 달리 생각하면 국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더 낫지 않나 하는데. 그리고 국가의 도움을 조금 더 유리하게 받고 싶으니까, 변호사를 쓰는 거겠지. (중간 굵게 표시한 것들은 오탈자)

 

 

 

 

서평을 쓰면 쓸수록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자꾸 새버려서 써놓고 지우길 몇 차례 반복했다. 내가 왜 그토록 소설을 좋아하는지, 이 책을 통해 답을 할 수 있겠다고 앞서 말했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J군은 나에게 벨라씨는 소설만 읽어. 재미있는 것만 읽으려고 해. 인문 좀 읽어야하는데.”라고 말했기 때문.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것은, 타인의 상상력을 단 돈 만 원(도서정가제로 인해 지금은 단 돈 만 원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으로 마음껏 누려볼 수 있는 까닭이다. 내가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것을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난 소설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기간제 부인(FW)’이라는 직업에 대해 상상하기가 지금처럼 쉬웠을까. 이 일이 이미 우리 삶에 도입이 되어있는 건 아닐는지.

 

 

    

밑줄긋기

 

 

여자든 남자든 나이 들어서 혼자면 안돼. 너 지금 혼자 있으면 안된다고. 어릴 때는 어려서 하는 사랑이 있고, 나이 들면 나이 들어 하는 사랑이 있다. 애들은 똥밭에서 굴러도 예쁘니까 많이 사랑해라.” p86

 

 

돈하고 사랑은 똑같애. 없어도 지랄 많아도 지랄이야. 한 백명 만나면 든든할 것 같지? 하나 깊이 만난 것보다 더 헛헛해. 적당히 만나고 길게 사랑해라. 자꾸 갈아치운다고 더 좋은 놈 안 나타나. 총천연색이 한가지 색보다 선명하지 못한 법이다. 알아듣냐? 나는 왜 너만 보면 불안불안한지 모르겠다.” “근데, 한가지 색이 지랄맞으면 후딱 버려라. 알겠지?” p87


 

그렇게 예뻐?” “당신 예쁘지” p121

 

우리는 한바구니에 담은 달걀과 오리알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다. 비슷한 듯 다른, 나는 이 간극을 억지로 메우고 싶지 않다. 불가능한 것에 미련을 두면 상대를 부정하게 된다. p122

   


성장통의 기억을 공유하지 않은 사람에게 맨 모습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았다. 남들이 모두 예스 하는데 왜 나만 노를 해야하는지 이해시키기 어려웠다. p152

   

 

볕 아래 맘껏 내놓을 수 없는 사랑이었다. 내놓으면 내놓은 대로 힘든 사랑이었다. 기어이 구석에 처박으려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런 사랑, 모두 꺼내어 볕에 널고 싶다. 누구라도 보송보송 잘 마른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사랑 때문에 우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p171

 

 

여보, 나는 왜 저 남자만 보면 화가 날까?”

당연하지. 먼저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시간이 안되네요, 미안합니다. 죄송한데 나가주세요. 자꾸 사과하게 만들었잖아. 자기가 툭쳐놓고 사과받는 사람이야. 사과와 거절이 얼마나 무거운 건데. 생큐오케이, 하고는 질이 달라. 사람을 푹 꺼지게 해. 진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가 구질구질하게 사과할 상황을 만들면 안돼.” p177

 

   

 

  오탈자

 

오탈자 p115 마지막 줄 : 자신을 위해 메탈리카를 틀내게 내린 보상인가. (틀내게? ‘틀어내게인가? 뭐지?)

 

 

오탈자 : 책에는 안된다. 안돼.’라는 단어가 꽤 나오는데 보기 불편하다.

부사어 ''과 서술어 '되다'는 띄어 써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그게 한두 군데가 아니라 모두 그렇다

.(이를 테면, 58,86,177 그 외에도 전부 그렇다.)

   

 

오탈자 p87 : 한 백명 만나면 든든할 것 같지? ▶▶▶ 한 백 명

   


오탈자 p87 : 한가지 색보다 선명하지 못한 법이다. 알아듣냐? 나는 왜 너만 보면 불안불안한지 모르겠다. 근데, 한가지 색이 지랄맞으면 후딱 버려라.

                   ▶▶▶ 한 가지

 

 

오탈자 p122 : 우리는 한바구니에 담은 달걀과 오리알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다. ▶▶▶ 한 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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