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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 탈출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영화 혹성탈출을 보지 않았다. 원래 SF적인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요, 소재 역시 별로 끌리지 않았다는 것이 두 번째다. 그러다가 이 책을 선물 받았는데 끌리지 않는 표지에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다가, 집에 있는 책들을 한 권씩 읽어야지, 해서 손에 들었더랬다. 사실 30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이 책을 계속해서 읽어 나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내게는 너무 어렵기만 한 행성들의 부연설명이 나열되어 있기도 하고, 그다지 이목을 끌 만 한 것이 없었던 까닭. 30페이지만 넘어가면 어렵지 않게 아니, 오히려 읽고 싶을 만큼 재미있었다. 지난 주말, 대구에 있는 결혼식장을 가며, “나 고릴라 이야기 읽고 싶어.”라고 말하며, 책 가져올걸! 할 정도로.
우주에 떠다니는 유리병, 그 안에는 지구의 언어로 글이 쓰여 있다. “나는 이 일기를 우주 공간에 띄웁니다. 도움을 요청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류에게 닥쳐올 끔찍한 재앙을 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것입니다. 신이시여, 부디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ㅡ 우주 탐사단원인 르벵, 앙텔 교수, 윌리스는 소로르 행성에 착륙했다.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호수를 발견했고, 그곳에서 모래밭에 인간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것도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를 보았다. 노바. 그녀는 대담하게도 맨몸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총성이 들렸다. 그들은 우리를 잡으려고 했고, 우리는 필사적으로 도망쳐야했다. 그것은 분명 고릴라였다. 내가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은 소로르에서 고릴라와 마주쳤기 때문이 아니었다. 고릴라가 지구인처럼 옷을 입고 있지 않은가. p55-56
아,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이제야 읽었다니, 1963년에 초판 되었던 책이라고 하던데,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할 수 있나, 어쩌면 작가가 기발한 사람은 아닐까,하고 생각해보게끔 만들었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달수록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 될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어만 갔다. 그리고 허를 찌르는 반전에 그만 숨이 턱 막혀버리고 만다. 그리고 멍하니 있다가, J군에게 말했다 … “나 유인원 무서워. 꿈에 나오면 어쩌지?”
고릴라가 머리에 쓴 모자가 지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웃음을 자아내는 볼거리겠지만 나에게는 고통의 원인이었다. 이곳에서 유인원들은 전혀 우습지 않았다. 모자와 머리는 조화를 이루었고, 유인원들의 모든 몸짓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암컷 고릴라는 귀부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어느 사냥꾼 고릴라는 호주머니에서 파이프를 꺼내 꼼꼼하게 담배를 채운 후 불을 붙였다. 그 행동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p70
“지구인들은 이렇게 목걸이에 묶여 유인원에게 끌려가는 것에 익숙하지 않겠지?” 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