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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평점 :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오직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책을 이야기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에서 책의 구절을
인용한 것에 “이
책은 꼭 읽어야겠어!”라며
남몰래 위시로 담아두고 있었던 것. 결론은, 나는
총 이 책을 두 번을 읽었다. 한
번은 앙드레 고르의 삶을 만나기 전에, 또
한 번은 만난 후에. 나는
그의 책, 「배반자」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난해함을 느꼈는데, 그의
삶을 살짝 엿보고 나니, 그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하는 척이나마 할 수가 있었다.
‘당신’을
내게 줌으로써 ‘나’를
내게 준 사람에게.
게르하르트
히르쉬, 제라르
호르스트, 미셸
보스케, 앙드레
고르. 정체성
불안, 그것을
잡아준 것은 아내 도린이었다. 자신과
화해하도록 도운 것. 하지만
고르는 그 역시도 도린을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고르는 아내 도린을 본인의 저서 「배반자」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고, 프랑스어라고는
한 마디도 못하는, 내가
없었다면 망가져버렸을 여자,라며
불쌍하고 나약하며 의존적인 인물로 그려서 그야말로 ‘배반자’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이
책이 출간되었다.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도린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지, 얼마만큼의
사랑과 애정, 존경을
가지고 있는지 이 편지를 통해 삶의 문턱에서 전하고 싶었겠지. 그들의 죽음이 옳다, 그르다 함부로 말하지는 못하겠다. 누구에게나 그런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적어도 본인에게는 옳은
일이었겠지. 책
표지와 가장 뒷장에는 고르와 도린의 사진이 있는데, 오래도록
쳐다보게 된다.
죽음에
이상적인 죽음이라는 것이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을 알지만, 혹여나, 그런
이상적인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느냐고 한다면, 나는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나는, 여행을
다녀오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죽었으면 좋겠어.” “왜? 마지막까지
놀다왔으니까?” “아니, 마지막까지
서로를 의지하며 죽을 수 있을 테니까.” 그게 아니라면, 생의 불안 가운데에 살고 있기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먼
훗날의 이야기였으면 하는, 이야기. 이따금 J군에게
나는 신신당부를 하곤 한다. “만약
우리 둘 중 누군가가 꼭 먼저 죽어야한다면, 그건
꼭 나여야만 해. 난
자신이 없어. 그러니까
나보다 먼저 죽지 마.”
“만약
당신이 누군가와 평생토록 맺어진다면, 그건
둘의 일생을 함께 거는 것이며, 그
결합을 갈라놓거나 훼방하는 일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거예요. 부부가
된다는 건 공동의 기획인 만큼, 두
사람은 그 기획을 끝없이 확인하고 적용하고, 또
변하는 상황에 맞추어 방향을 재조정해야 할 거예요. 우리가
함께할 것들이 우리를 만들어갈 거라고요.”
난
‘글쟁이’였습니다. 글쟁이는
써야겠다는 욕구를 주제가 받쳐줄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작가가 됩니다. 이때
주제는 써야겠다는 욕구를 계획으로 정리해주거나 또는 그렇게 정리하라고 요구합니다. 일생
동안 글을 쓰면서도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출판하지 못하는 작가가 족히 수백만 명은 됩니다. 당신도
그런 단계를 거쳐보았지요. 처음부터
당신은 알았습니다. 당신이
내 계획을 끝없이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을.
당신은
누누이 내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삶은 글을 쓰는 거예요. 그러니
글을 써요.” 내
소명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당신의 소명인 것처럼요.
우리는
가치관이 똑같았습니다.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은 무엇인지, 삶에서
의미를 앗아가는 것은 무엇인지, 이런
것의 개념이 같앗던 것이지요.
앞으로는
우리를 미래에 투사하지 말고 이번에야말고 정말 우리의 ‘현재’를
살아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 본질적인 단 하나의 일은,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이라고 썼지요. 당신이
본질이니 그 본질이 없으면 나머지는, 당신이
있기에 중요해 보였던 것들마저도, 모두
의미와 중요성을 잃어버립니다.
오탈자
: 39페이지
맨 마지막 줄 : 그때
알게 된 학생과 교사
들이 여러
해 동안 ▶▶▶
그때
알게 된 학생과 교사들이 여러
해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