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단 둘이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상상하는 것도 내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빠는 물론이거니와 엄마 역시도 ‘삶’에 우리를 끌어다놓기 위해 무진 애를 쓰셨다. 현재도 여전히 주어진 삶 속에서 삶을 살아가느라 바쁜 부모님이신걸. 결혼 후에도 2박 3일 제주도 티켓을 끊으려고 부모님의 의향을 여쭈었을 때도, 아빠는 우여곡절 끝에 Ok. 하지만 엄마는 끝까지 No. 물론 당신의 사업이 있고, 또 그것을 내치지 못함을 알고는 있지만, 겨우 2박 3일인데! 라고 생각하니, [결혼 전에도 그 핑계로 제대로 된 여행을 못했었기에 더 했다.] 내 서운함을 극치를 달리며, “내가 앞으로 엄마랑 여행을 간다고 하나봐라!”라며 성을 내었었다. 그런데 작가는 엄마랑 여행을 간다니. 그것도 300일씩이나 말야? 고작 2박 3일도 시간을 낼 수 없는 부모님이기에 국내 제주도 여행도 힘든 나는 그런 작가가 부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엄마랑 여행을 한다,는 기정사실만으로도 부러움을 자극했다. 아, 이 부러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내 마음이 다 표현되는 거지? 키만 큰 30세 아들과 깡마른 60세의 엄마의 여행. 시-작.
“엄마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일이 막 궁금해져.”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당신에게도 소망하는 내일과 기대하는 미래가 있었을 텐데, 엄마가 된 이후로는 자신을 내려놓은 채 온전히 누나와 나만을 위해 살았다는 사실을. p78
나에게 가고 싶지 않은 나라가 있다면, 단연 중국이었다. 그리고 좀 더 넓게는 아시아권. 아시아를 갈 바에야, 그 돈 좀 더 모아 유럽을 가겠다.는 생각이 커서 사실 아시아 여행을 다룬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보다는 유럽여행을 다룬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가 더 끌렸던 것도 사실. 하지만, 더 맛있는 것은 깨작깨작 아껴먹는다는 생각으로 먼저 펼쳤던 것이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였다. 또 그게 그들의 여행 1편이기도 했고. 여행을 앞둔 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두근두근한 설레임이 가득한 그 향긋한 내음이 소리소문없이 내 마음에도 얹히었다.
하지만 여행은 예기치 않은 사건들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중국에서 아이폰을 잃어버린 사건이라던지, 중국에서 인기 있는 간식 중 하나인 ‘썩은 두부’의 고약한 냄새 때문에 말 그대로 개고생한 원준씨, 치앙마이에서 더위를 먹은 동익씨, 푸켓으로 가는 버스에서 도난당한 두 번째 아이폰과 여러 가지로 실망감이 뚝뚝 묻어나는 라오스편 [이웃 우쑤님의 라오스 여행기에서 특히 루앙프라방의 매력을 느낀 터라 내가 다 아쉬웠다.] 그러다가 여행 100일째, 위기에 봉착하고 만다. 어차피 장기레이스인데 왜 진작 이럴 생각을 못 했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여행 자체가 인생에 찾아온 방학이라고 생각했는데, 여행이 일상이 되고 보니 그 안에도 또 다른 방학이 필요했다. p233 때문에 원준씨와 동익씨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급히 ‘여행방학’이라는 처방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그도 잠시, 3일이 지나자 그들은 다시 근질근질해오기 시작하며, 그들 자신을 천생 여행자,라고 일컫는다. 이후에 한 톨의 미련도 없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유령도시 브루나이와 이집트에서의 질긴 호객꾼들, 마지막으로 국경 심사가 혹독했던 이스라엘.은 또 그들에게 웃음이 가득한 여행만을 선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참 운이 좋게도, 여행 도중에 만난 호스텔에서의 ‘만두 빚기 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하고, 태국의 쏭끄란 축제[태국의 설날]에서 물 축제를 즐기기도 하며, 이집트에서 최초의 민주주의 대통령이 당선되는 역사적인 하루를 함께 맞이하기도 한다. 그리고 휴가를 내서 방콕으로 온 딸과 여유롭게 여행을 하는 둥, 그들은 참 재미있게 여행을 한다. 그렇게 그들의 발걸음에 따라 여행을 하다보니, 벌써 요르단의 페트라까지 와있었다.
밑줄긋기.
바로 이 순간이다. 내가 엄마와 함께 여행을 하고 싶었던 이유. 거창할 필요가 있나? 그저 엄마가 ‘노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좀 더 정중히 표현하자면 엄마가 아무런 걱정 없이 어린아이처럼 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p40
‘세계’라는 테마파크에 첫발을 내디딘 호기심 가득한 ‘아이’ p44
자식이 어렸을 때는 엄마가 자식을 지키고 염려한다. 하지만 나이가 든 엄마는 어느 순간 자식에게 모든 걸 의지한다. 그러니 나는 엄마를 지키고 염려해야 한다. 이 짠한 사실을 깨닫기 위해 나는 엄마와 여행을 떠난 건 아니었을까. p62
전편인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에서는 숙박을 돈을 주고 했었다면,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에서는 ‘너희 집 소파 좀 빌려줄래?’라는 의미인 ‘카우치 서핑’을 한다는 점이 플러스된다. 비단, 현지인의 집에서 무료로 숙박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과 여행하는 나라에 대한 문화를 교류를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 즉, 카우치 서핑은 그렇게 사람의 情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소통 창구인 셈이다. 이 母子는 ‘아들과 어머니가 여행을 한다’는 소재만으로도 카우치 서핑에 남들보다 좀 더 쉽게 초청받을 수 있었지, 실제로는 초대해줘!라고 해서 단숨에 그래 좋아!라고 초청받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 또, 이 모자가 만난 사람들 중 나쁜 이들은 없었지만, 아니 오히려 너무 좋은 사람들만 있었다는 점. [독일 베를린_ 식탁에 동그란 냄비 모양의 자국을 남겨놓았는데, 군디아줌마는 오히려 “아하하하! 나한테 이렇게 갑자기 선물을 주기야? 그대들을 기억할 수 있는 마크를 새겨주다니 너무 고마워!”] 카우치 서핑을 좋은 의도로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목적이 위험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니 조심스럽게 접근을 해야 한다는 글을 본 적 있다.
하지만 난 조금 많이 실망이다. [너무 주관적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아니, 이건 프라하잖아! 여기 틴성당이랑 천문시계탑이 있는 구시가지야! 라며 마음이 들떴다. 프라하는 언제쯤 나올지, 두근두근하며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막상 프라하는 없고, 프라하의 외곽에 위치한 체스키 크룸로프의 사진을 쿵쿵쿵쿵 몇 장 박아놓고, 여기저기 써있던 진부한 동화같은 나라.라고 하는 탓에 실망이 컸던 거다. just passing이라 하더라도, 첫 페이지에 프라하 사진이 버젓하게 있는데 말이다. J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더니 “그 사람은 우리처럼 몇 일 동안 있지 않았나보지. 다른 사람들도 프라하는 거의 지나가는 식으로 들른다고 하잖아.”라는 말로 위안을 한다. 그런데 나 여기 다녀왔다, 식으로 미션클리어 쾅쾅 찍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부분들 때문에 있어서 전편에서 느꼈던 애잔하게 떨리는 감동이 없었던 것은 참 아쉽게 다가온다. 혹은 내가 느끼지 못한 것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