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그녀가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졌다 한다. 그 여자는 그 년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결코 보아서는 안 될, 아버지가 휘두르는 폭력의 한계를 본 그녀는 가출을 결심한다. 제주도,였다. 안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악착같이 그녀를 찾아내어, 그녀의 머리채를 우악스레 잡아채는 어머니, 뒤에서 그런 그녀를 비웃는 아버지. 더 이상은 안 되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에민, 그가 살고 있는 나라 터키로 다시금 몸을 싣는다. 그곳에서 만난 파샤. 가족,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가족에 대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은주, 내게 김이설 작가의 환영에서의 서윤영을 연상케 했다. 아닌 줄 알면서도 그 지독한 현실을 위태로이 살아내었던 그 여자처럼, 소위 등신짓을 하면 어쩌지. 내가 이 책을 어떻게 끝까지 읽어내야 하지,에 대한 끊임없는 걱정은 그녀가 두 번째 가출을 감행하는 순간, 비로소 안절부절하던 마음이 조금은 놓이게 된다. 잘했다, 잘했다. 연신 토닥이며. 하지만.

 

 

 

 

사람과 사람, 문명과 문명의 융합은 좀 더 오랜 시간과 좀 더 깊은 교류가 있어야 해결되는 문제였다. p303

 

책은, 폭력으로 얼룩진 가정을 견딜 수 없어 짐을 꾸릴 수밖에 없었던 은주의 문제 외에도, 그녀가 떠나기 전에 다문화센터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며 가르쳤던 국제결혼 이주 여성들의 고충을 조명한다. “아저씨? 아니 이년이 미쳤나? 너한테 들어간 돈이 얼만데 그따위 소리를 해.” 사람을 돈으로 사온다,는 것. 일종의 인신매매. 그들이 새로운 가정을 생성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불순하기 때문에, 그들은 새 가정에 마음을 온전히 놓질 못한다. 이를테면, 메싸의 얼른 돈 벌어서 우리 가족한테 좋은 집을 지어 주고 싶어요,에서 우리 가족은 고국에 있는 가족이며, 그것이 그녀에겐 진정한 가족이다.

 

 

 

 

“(……) 사실 자식이 부모를 용서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는 말이란다. 자식은 언제나 용서를 받아야 할 존재야.” p253

 

결국, 끝내, 가족이다. 그녀가 家族이라고 믿고 지내왔던 사람들,의 비밀이 벌거벗은 몸뚱아리처럼 밝혀졌을 때에도 매몰차게 뒤돌아서지 못한 것은 그동안 남몰래 쌓아둔 이 있어서가 아니었을 거다. 그저 가족이었던 혹은 가족이라고 믿고 왔던 사람들이, 가족이 아니라고 한 시점부터 가족이 아닐 수 없게 되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는 곪아터진 상처를 고스란히 감싸 진주를 품어내었다. 그 진주가 세상에 온 빛을 내게 될 터다. 당신의 진주는 안전한가?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성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친하다는 것은 서로의 균형이 맞았을 때 솔직해질 수 있는 관계였다. p118

 

 

누구에게나 타인의 인생에 대해서는 너그럽다. 그것은 어쩜 자신의 인생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것이다. p121

 

 

인간은 누구나 똑같이 소중한 존재야. 하나의 뜨거운 심장으로 숨을 쉬고, 두 개의 눈으로 세상을 읽고, 두 귀로 세상을 듣고, 두 팔과 두 다리로 세상의 고난을 이겨 내는 거지. 피부 색이나 언어나 혹은 가난하다는 것으로 차별해서는 안 되지. 삶의 질은 노력하기에 따라 변하는 거니까.” p146

 

사람 사는 게 어디서나 비슷한 거 같아요. 사는 곳도 그렇고 사람의 신념이나 사는 방식도 대동소이하다고 봐요. 행복한 삶이 최종의 목표 아니겠어요? 행복의 척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예요. (……) 불행은 스스로 자초하는 것, 사람에 대한, 타인에 대한 이해는 내 마음의 깊이만큼 인 것 같아요.” p214

 

 

 

 

세상은 원망이나 분노를 안고 살기엔 너무 짧다네. 나로 인한 것이든 타인으로 인한 것이든, 이해할 수 있는 아픔이든 이해할 수 없는 아픔이든, 모든 원망은 스스로 이겨 내야 하는 거라네.” p256

 

 

 

소망은 한가지였다. 악몽을 꾸지 않기를!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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