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
티에리 코엔 지음, 박명숙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어느 순간, 로맨스가 참 그립다. 며칠 전, “나 연애해.”라는 친구의 말 한 마디에 “좋겠다, 설레임.”이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 자리에는 연애 삼 년 반인 나와, 각각 연애 삼 년과 이 년을 껴안은 친구 둘도 함께 있었는데, 우습게도 그 말에 모두 공감 백배. 말은 이렇게 하지만 설레임, 물론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연애 초창기의 설레임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을 때가 더러 있다. 그를 만나러 대전역에 도착할 때 즈음- 한껏 달뜬 목소리, 신나보이는 표정, 두근두근대던 심장을 감출 길이 없어 발개지던 얼굴. 그리고, 어색한 웃음을 안면에 띄워 나를 향해 쭈뼛쭈뼛 걸어오던 그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런 그가 지금은, 신난 어린아이같은 표정을 하며 다가오거나, 장난을 치려고 몰래몰래 다가오거나. 또 다퉈서 말도 하기 싫을 때에는, 현재 기억하고 있는 오래 전의 그 설레임으로, ‘그래, 그랬던 때가 있었지.’ 라며 나 스스로를 릴렉스시키기도 했었다. 그리고 요즘,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데, 통화할 때마다 주를 이루는 건 결혼이야기. 이러기 싫은데...라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게 그것. 그래서 일까? 달달한 연애소설이 자꾸만 마음을 뒤흔드는 이유가. 요즘은 부쩍 - 연애소설이, 자신을 읽으라며 나를 종용한다.

 

 

 

 

 

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 요나. 어느 날, 꿈에 찾아온 여인에게서 ‘글을 써요.’라는 나직한 한 마디에 글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혀 그 자리에서 소설을 한- 권 쓰게 된다. 그 소설은 우연찮게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되고, 곧이어 출판사로부터 강요받다시피 쓴 두 번째 소설에 혹평을 받아 글쓰기를 포기하게 되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힐렐이 운영하는 서점에 취직하게 된다. 그리고- 번번이 믿었던 사랑에 배신을 거듭 당해 사랑에 대해서라면 마음에 철벽을 세운 여자, 리오르가 병원의 간호사직을 그만두고 개인 간호사이자 친구로 환자 세레나를 돌보며 그녀에게 읽어줄 책을 고르러 요나가 일하고 있는 서점에 발걸음을 내딛게 되며 둘의 만남을 암시한다. 하지만 운명적 사랑을 믿는 남자와 사랑에 곪을 대로 곪은 여자의 사랑은 참 어렵고, 힘들고, 더디기만 하다. 다가오는 남자와 뒷걸음질치는 여자. 포기하는 남자와 마음이 열리는 여자.

 

 

 

 

 

사랑은 존재 이유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절대적 감성이다. 모순과 반론, 논쟁 따위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에게 그 법칙을 따를 것을 요구하며 지식이나 이성을 파스텔 톤의 이미지 뒤로 넣어둘 것을 요구한다. 사랑은 절대적인 예속을 요구하는 대신 그 보답으로 맹목적인 행복을 선사해 주는 것이다. p152 나도 그와의 만남에서 책이 매개체가 되어서일까? 개인적으로 책,이라는 것이 사랑의 매개체가 됐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고 반갑게만 느껴진다. 티에리 코엔, 이 작가는 책을 읽기 시작한 즈음 「살았더라면」을 읽고 호기가 가던 작가였는데, 사실 프랑스 작가라는 것을 알기 전부터 기욤 뮈소와 문체가 많이 닮아있구나, 생각했다. (나라는 사람은 뭐든 잘 잊는 게 특기라서, 책을 읽고 돌아서면 그 사람 이름이 뭐였더라?며 책을 다시 뒤적이곤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때 주인공 이름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당시 크레미가 먹고 싶었던 것도 아닐텐데. 음, 이건 쓰잘떼기없는 농담.) 그런데 연애소설을 썼다니 소재를 ‘사랑’으로만 쓰는 기욤 뮈소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참 의외다. 연애소설치고는 생각만큼 진중한 언어와 어휘 선택에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사랑을 이야기하며 그 틀에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힐렐을 통해 꾸준하게 발설하고 있었다. 작품은 사랑과 책의 배함 5:5를 섞어놓아, 단순히 연애소설만을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전개방식에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 하지만 작가 티에리 코엔의 사랑과 책의 사상이 궁금하다면, 그것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하기도 싶다면 - 나와 같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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