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한상복 지음 / 예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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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실은 처음에 제목만 보고서는 자기계발서겠거니, 슬쩍 넘기려고 했는데 지은이가 한상복 작가란다. 「배려」의 그 작가라고? 그 책은 정말이지, 아직까지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또, 그렇게 살고 있는 내게 가끔씩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을 때에 다시 한 번 펼쳐보며 마음을 동요케하고 다음 날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게 만드는 그 책, 그 책의 작가가 「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라는 자기계발서 폴폴 풍기는 이 책을 썼다고? :: “이 남자, 같이 살아도 될까?” - 로맨스의 정점에서, 선택의 순간이 온다. - 올해로 3년째 연애 중. (기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라서 그는 장거리라고 말하는 것을 마음에 안 들어하지만, 어쨌든) 장거리 연애라서 만나는 날을 제외하고는 충실하게 각자의 생활을 해 나가는 커플이다. 그런데 만난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내 나이가 올해 아직 스물다섯, 어림에도 불구하고 “너희는 언제 결혼해?”라는 질문을 그렇게도 많이 받았다. 우리도 계획이 있어 언제쯤이면 딱 좋겠다, 생각은 하고 있고 언제부터 준비를 해야지,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고, 가끔은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나저나 어쩌다가 서평에 아주 사적인, 비밀적인 글을 끄적여대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암튼 그래서 요즘 내 관심사는 자연히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물론 식장을 들어서기 전까지 내 옆에 어떤 남자가 있을지는 모르는 것!)

 

 

 

 

결혼은 서로의 이질성을 받아들이고 섞어가며, 둘만의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어느 정도 충돌과 상처는 각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우여곡절을 통해 사랑하는 두 사람은 이전과 다른 ‘책임지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성인’으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p64) 어쩌면, 이 책은 누구보다 (결혼을 결심해야 하는 때가 된) 나와 그에게 적절한 타이밍의 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참 고마운 책이었다. 요즘 부쩍 관심거리가 그쪽에 쏠려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듣기만 하던 것들을 겪을 것에 대한 걱정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에게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떤 식으로 말해야하나, 생각하다가 ‘네이트판에서 봤는데-’ 혹은 ‘네이버 신문에서 봤는데-’ 라고 말하며 운을 뗀다. (물론 그곳에서 본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절대 내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여기에서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라며 내 주관적 의견은 약간 떨어뜨려 놓은 채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걱정인 것을 알고 있는 그는, 그런 나에게 걱정도 팔자,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걱정도 팔자라니. 언젠가는 다 닥쳐올 일인데 너무 안일하게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반면에, 올해 그에게는 레퍼토리가 하나 생겼다. “그때 상황봐서-” 물론, 그의 행동거지 전체에 (불시착한 결과라는) 직업이 깊숙이 배어있어서 그럴 수 있다손 치지만, 미래를 앞에 두고 상황을 봐서라니, 그때 심정은, 뭐라 형언할 수가 없다. 친구 몇몇과 이야기를 나누며, 남자 입장에서는 아직 그게 현실로 다가오지 않아서 그래, 라는 결론을 냈다. 특히나 현실적인 그에게 그게 얼마나 먼 미래 이야기 같을 텐가, 생각하며, 그때 다시 얘기하지 뭐.라고 생각하고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아주 가끔은 그게 참 힘들 때가 더러 있지만.

 

 

 

 

거리 두기의 바탕은 자신과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양쪽 모두 소중하기 때문에 조심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건강한 거리 두기는 적당히 물러섬으로써 먼저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때, ‘상대에게 거는 기대’를 줄여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기대한다는 것은 곧 ‘상처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거리 두기는 또한 ‘나의 가시’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날카로운 가시가 하나쯤 있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서는 이가 상처를 입는 경우가 있다. (p111) 남자들은 여자의 언어를 모른다는 불만이 많은데, 그는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언젠가 그런 얘길했었다. “난 배보리씨의 말을 다 해석해야 할거야.”라고. 가끔은 그에게 거는 나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 트러블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그는 나에게, “기대치를 조금만 낮춰줘.”라고 말했지만, 당시에는 내가 당연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내가 그에게 툴툴거리는 모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까닭일런지도 모른다. 사실상 연인이란 이름으로 당연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내가 요구하는 것을 상대방이 포용해주느냐, 포용해주지 않느냐,가 남아있을 뿐. 그래서, 그가 포용해주는 내 모든 것들을 감당하게 해 미안하다,생각했고, 그럼에도 내 옆에 있어주는 그에게 감사하다,생각했으며, 한편으로는 내가 그것을 깨닫고 있어 다행이다,생각하기도 했다.

 

 

 

 

온갖 뜻밖의 일들로 점철되는 긴 인생조차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 아니다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부쩍 그에게 부리는 어리광이 심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요즘 당신, 나한테 소홀하지 않냐며, 어쩜 그럴 수 있냐는 둥 - 볼멘소리로 말하기도 하고, 별 거 아닌 말에도 틱틱거리기 일쑤에, 징징거리고. 그는 전에 이런 상황을 가장 힘들어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럴테지만_) 특히나, 내가 어린애처럼 징징거리는 것을.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컨디션이 바닥에 떨어지고 나면 그 날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말하면서도 징징징징, 좋은 걸 말할 때도, 나쁜 걸 말할 때도 징징징징. (그러면서 나는 그가 내 흉내를 낸답시고 나에게 그러는 걸 아주 못 견뎌한다.) 얼마나 짜증날까, 싶으면서도 그에게 ‘그랬구나. 에이, 나쁜놈. 오늘도 수고했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금세 풀리는 단순한 여자다. 찡얼찡얼거리는 내 말을 다 들어주고, 나보다 앞서 욕을 한 바가지 먼저 푸기도 하고, 결국은 그런 나를 위로해주는 것. (그것은 아마 그가 3년 동안 터득한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요즘 몸도 마음도 안정되질 못하고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 그까지 속을 몰라주니 또 시작된 거다. (일주일에 한 번, 적어도 이 주에 한 번은 봤던 우리였는데, 어쩜 이번엔 삼 주를 보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화근이었을 거다.) 그가 어떤 말을 해주어도 좀처럼 마음이 너그러워 지지가 않아 틱틱대는 폼이 영 - 오랫동안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오늘,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씻기 전, 보일러를 올려놓고, 그 보일러가 달구어질 때까지 따뜻하게 데펴진 거실 전기장판에서 책을 읽는다는 게, 얼마 남지 않은 페이지를 다 넘기고야 말았다. (사실 오래도록 읽고 싶어 한 챕터씩 아껴 읽기도 했는데 말이다.) 하루종일 뭔가에 심통난 아이처럼 툴툴거리는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꼭 할 말이 있어, 지인들과 저녁을 먹고 있다던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꼭 지금 말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 날 하루 동안 그에게 한 번도 해주지 않은 말, 사랑한다고. (그리고 이 책은 그에게 슬몃 건네질 예정이다. 연애고, 결혼이고,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니까. 그리고 책을 건넨 자리에서 내가 가장 공감하며 읽었던 한 챕터를 그에게 읽혀야겠다.)

 

 

 

 

20분짜리, 남들한테 보여주는 결혼식에 매달려 전전긍긍했을 뿐 40만 시간, 결혼식 이후의 우리 둘의 삶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만 ‘두 사람의 알콩달콩’을 동경해왔으니 그게 얼마나 바보짓이야? (p39)

 

연애라는 비행이 원래 그렇다고 한다. 초기에는 짜릿하게 상승해 오금이 저릴 정도의 쾌감을 안겨준다. 위태로워서 더 즐겁다.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처럼 마구 흔들리고 요동을 치는 가운데서도 들뜨고 소름 돋는 감동을 찾아낸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현실을 위해 땅으로 내려와야만 한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은 땅에서의 일이기 때문이다. ‘결혼 후 3년’은 착륙 과정으로도 비유할 수 있다. 모든 연인이 결혼을 통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착륙을 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어떤 커플은 부드럽게 내려앉는 반면, 또 어떤 커플은 와장창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불시착한다는 정도일 것이다. (p173)

 

“당신이 원한다면 어떤 면에선 그의 엄마가 되어주는 것도 나쁠 건 없겠죠. 만일 그렇다면 좋은 엄마가 되어주세요. 좋은 엄마는 아이를 방 안에 가둬놓지 않아요. 방문을 가둬놓지 않아요. 방문을 조금 열어주는 것이 어떨까요? 그가 당신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 수 있게 말이죠.” (p245)

 

“결혼하고 나서는 이 사람을 바꾸려고 해본 적이 없지. 이 사람한테는 이 사람 방식이 좋을 테니까.”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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