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사람은 ‘꿈’을 가지고 있고, ‘꿈’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조금 억지스러운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여전히 내 자신의 삶조차 아이러니하다. 지금 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그저 주어진 대로 살고 있는 건지. 그럼에도 불행하지는 않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까닭이겠지만 - 글쎄? 그것을 바꾸어 말한다면, 어쨌든 난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라는 결론이 나온다. 내가 원하는 삶? 그래,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본지도 참 오래되었다. 어쩌면, 책에 대한 흥미가 덜했더라면, 책을 읽기도 전에 내 삶에 대해 몇 날 며칠 고민에만 빠져있을 뻔 했다. ㅡ 여기, ‘제가 전에는 그토록 하찮게 생각했던 삶을 제발 되돌려주십시오. 아무런 기쁨 없이 멍했던 통근 길, 한심한 의뢰인들을 바라보며 보낸 지긋지긋한 근무 시간, 집안 문제, 부부 문제, 불면의 밤, 내 아이들을 제발 다 돌려주세요. 더 이상 다른 삶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제가 선택한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딱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십시오.’ (p159) 자신의 삶이 복구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남자가 있다. 양복을 입은 남자가 목에 카메라를 메고, 빨갛게 물든 손으로 자신일지 혹은 타인일지 모르는 사진을 자신의 얼굴에 대고 있는 이 남자,일까? 그런데 어쩌나, 당신의 인생은 컴퓨터가 아니라 복구가 힘든데 말이야. 복구하려면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지. 당신의 용기. 준비됐어?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정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p117) 사진작가를 꿈꾸는 변호사 ‘벤’. 하지만 그의 직업, 직위, 그에 따른 월급이 가져다주는 것으로 생활을 하는 아내 베스와 그들의 아이 애덤, 조시를 내쳐버린 채 사진가의 꿈에 발걸음을 감히 내딛을 수나 있을까? 아니, 그는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런 그를 두고 이웃집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베스. 그 이웃집 남자를 살해하고 만 벤. [어리석게도 난, 벤이 그를 죽이고 자신이 죽는 줄로만 알았다. 아니! 그러기엔 책 장이 이렇게나 많이 남았는데?라는 생각을 끝까지 져버리지 않은 채로.] 그런 내 예상을 뒤엎기라도 한 듯이, 그는 ‘게리 서머스’가 된다. (개인적으로 덜컥 아이가 생김에 따라 작가가 되고 싶던 베스가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난, 벤이 사진을 찍고 싶었던 욕망만큼이나 베스에게도 글을 쓰고 싶었던 욕망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아주는 대목이, 나올 줄로만 알았다. 꿈의 형태는 다르지만 분명, 욕망의 크기만큼은 누가 크다, 작다로 비교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기에.)

 

 

 

 

“한 번 큰 상실감을 겪고 나면 모든 게 쉽게 깨어질 듯, 부서질 듯 보이지. 더 이상 행복을 믿지 않게 돼. 좋은 일이 찾아와도 조만간 사라지게 될 거라 생각하지.” (p431) 아이러니하게도 난 「빅 픽처」를 읽기 바로 직 전,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읽었는데 그도 역시,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 을 살아가는 이야기였고, 또 그 전에 읽었던 책은 비프케 로렌츠의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는 자신은 자신이지만, 타인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자신의 삶, 이었다. 정말 한 순간에 모든 걸 빼앗길 수 있는 게 삶이야. 우리 모두는 그런 순간이 언젠가 다가오겠지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야. (p213) 그리고 이제 말할 수 있다. 무대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타이밍은 오롯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이라고. 아! 물론, 예외적으로 이재익의 「압구정 소년들」이나 이사카 코타로의 「골든슬럼버」처럼 자신이 아니어야만 행복할 수 있을 수 있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어찌됐든, 그는 또다시 ‘가족’이라 불리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다. 그는 ‘엔디’로 살며 행복할 수 있을까? 근처 세븐일레븐에 맥주를 사려고 나갔던 것이 고속도로를 내달려 라스베이거스를 찍고 밴나이즈에 돌아온거라면? 그 뒤에는? 그 뒤에는? 나는 계속 나 자신에게 물었다. 그러나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 길의 종착지는 오직 집뿐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p486) 언제는 내 뜻대로 된 적이 있었겠느냐만은 - 세상 참, 내 뜻대로 안 된다. 아무 것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한 번 살아볼 만한 거겠지.

 

 

 

> 인생. 짧잖아. 즐겨요, 우리.

 

 

 

“이제 와서 가장 참기 힘든 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인 양 살아왔다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됐어.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이지.” (p49)

 

 

 

“내 말 잘 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 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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