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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점프하다
권소정.권희돈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스무 살하고도 서너 살을 더 먹었을 때였던 것 같다. “난 이제 어른이야”라고 말하는 철부지 딸의 말 한 마디를 들으며 얼마나 웃음이 나셨을까, 생각하곤 한다. 어른이라니. 올해로 스물 다섯 살이나 먹은 딸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물가에 내 놓은 아이같다,며 나에 대한 근심·걱정이 끊이지 않는 부모님인데 말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끔 직장에서 부모님을 생각할 때면 괜시리 눈물을 훔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동성 친구들은 아빠보다 엄마에게 더 의지를 많이 한다지만, 나는 그 반대로 아빠에게 더 많이 의지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요근래, 아빠와의 대화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내가 애교라도 많은 딸이라면, 살갑게 먼저 다가가기라도 할텐데, 장녀로 커온 나는 무뚝뚝하게 자라 애교는 저멀리 내팽개쳐버리고 같은 말이라도 정말 정(情)없게 툭툭 내뱉는 딸인 까닭이다. 그러던 중 아빠와 딸이 쓴 아날로그 감성에세이라는「구더기 점프하다」에 마음이 뺏겨버렸다.
오십 페이지를 채 넘기기도 전에 “아, 젠장. 낚였다.” 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아빠와 소통을 하기 위해, 다른 부녀지간의 소통하는 모습을 살짝 엿보고 싶었던 것 뿐인데, 소통은커녕, 서로 다른 주제로 글을 써내려가는 부녀의 글을 보며, 이러려면 뭣하러 한 권에 두 사람의 글을 써서 냈을까? 어떤 공통된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닌데 - 하는 부정적인 생각들만 가득 들어차올랐던 게 사실이다. 그들 부녀는 공동으로 책을 냄으로써 딸은 아버지의 어린 소년의 모습[유년시절]에서부터 현재는 은퇴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고, 아버지는 자신과 공통점만을 가지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딸을 자신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됨으로써 딸을 다시 얻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나에게는 등을 돌리고 각자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자 하는 모습밖에는 보이지 않았달까. 그 까닭에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기 한 점 없는 표정으로 읽어내려갔을 뿐. 책의 소개란에서, 그리고 타자들의 서평에서 보이던 말랑말랑한 감성에세이라는 단어를 나는, 어디에서 찾아야할지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