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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버리기 연습 2 - 복잡한 생각을 잠재우는 행복한 마음 다스리기 ㅣ 생각 버리기 연습 2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양영철 옮김, 스즈키 도모코 그림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데카르트가 남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언에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나는 생각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때에는 한없이 밑으로 추락하는 느낌을 맛본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이런걸까. 아무 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육체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무기력해짐을 느끼는 까닭에, 생각을 함으로써 노트에 펜을 굴리려 무진 애를 쓸 때도 많다. 그래서 당장의 일이 아닌 멀지 않은 미래인 내일부터 아직 계획이 잡히지 않은 몇 달 후, 몇 년 후의 일까지 대충 어림짐작하여 계획을 잡아놓는 일도 꽤 많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나는 왜 생각을 해야한다,고 무엇도 아닌 내 자신으로부터 강요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드는걸까.
생각과 말, 행동은 아무렇게나 내버려두면 마음을 괴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다 ㅡ 혀에서 굴려지는 어감은 낯설지 않은데, 그 단어를 계속 입 안에 품은 채로 웅얼거리다가 생각하다,라고 써놓고 꽤 낯설다, 생각한다. 요즘은, 머릿 속이 복잡하다,고 생각되어지는 그 순간부터 나의 뇌신경에서는 두통을 유발시키는 어떤 물질이 생성되는 것만 같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분명 난 이것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에 가지를 친 전혀 다른 성질의 또 다른 생각이 이미 머릿 속에 들어앉아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생각이 항상, 부정적이라는 것. 그래서인지 내게 있어 생각이란, 어느순간부터 ‘고민·걱정·근심’을 뜻하는 단어로 불리게 된다. 여담으로, 가끔 그와 통화 중에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그가 묻는다. ‘왜 말이 없어요?’ 그러면 나는 답한다. ‘응, 생각 중이야.’ - 요즘은 버리고 싶은 생각들이 너무나도 많다. 사실은, ‘고민·걱정·근심’을 버리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말이지만, 그것은 모두 나를 부정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생각’에서 출발할 때가 많으니까, 생각을 버리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마음에 '싫어. 짜증나'라는 것이 메아리치면, 자신도 모르게 싫다는 감정을 느끼고 싶거나, 싫은 것을 접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그러고는 자신도 모르게 싫은 소리가 들리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가장 강렬한 것은 기분 나쁘게 만드는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끌리게 된다. 또는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 장소를 찾게 된다. 그런 다음 실제로 기분 나쁜 상황을 접하고는 '제기랄, 저 녀석이 기분을 잡쳤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은 그런 상황에 처하고 싶어서 스스로 움직였기 때문에, 결국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며 자업자득이다. 정답이다. 내 상황을 예로 한 가지 들자면, 예전의 나는 내 기분이 아주아주 뭉개져버려 형태조차 알 수 없을 때, 나보다 더 지독한 사람의 이야기를 찾아 읽곤 했었다. 그 사람의 지독한 괴로움과 아픔과 슬픔을 바탕으로 ‘난 당신보다 우월해! 그런 당신보다는 내가 더 행복하지, 암만.’ 라는 것을 느끼고 싶었으나, 책의 부분부분 분노를 표출하게끔 만드는 장면마다 ‘어떻개 이런 그지같은 상황이 다 있어! 뭐가 이래?’라며 온갖 짜증을 늘어놓는 내가 있었다. 그 책을 집었던 목적은 흔적조차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는 채로. 그래서, 앞서 구절을 읽으면서 ‘아, 내가 짜증을 만들어서 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며 뭔가에 들켜서는 안 되는 것을 들킨 사람처럼 흠칫흠칫거렸더랬다.
우리는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단정 짓고 비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자신은 '옳다'라는 인상을 형성하려 한다. '당신은 틀렸다. 하지만 나는 옳다.'는 독불장군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오만과 자만에 빠져 허덕이게 될 것이다. 머릿속으로 '나는 옳다. 그러므로 완벽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당신은 당신의 뇌 안에서는 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왕은커녕 비천한 난민일 뿐이다. 『경집』 나는 고집이 참 세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모두 옳고, 내가 하는 행동 역시 옳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고집이 세다,는 말로 표현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누군가와 의견을 조율하려고 할 때에 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기보다는 내 의견을 먼저 앞세우기에 바쁜 편이다. 그런 나에게 그는 넌지시 얘기한다. ‘또 다섯 살처럼 자기 말만 하네.’라고.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상대방이 내 의견을 반박하고 나서면,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생각하니 한숨이 폭,하니 절로 나온다.
만일 당신이 상대의 발언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논쟁을 벌이는 것을 좋아한다면 누구와 함께 있든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 자신의 생각을 머릿 속에서 이리저리 굴리는 것이 습관화된 탓에 당신의 마음은 뒤틀어진 망상에 휩쓸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미 당신은 타인의 조언을 이해할 수 없고 나아가 내(부처)가 강조하는 마음의 인과법칙도 이해할 수 없다. 『경집』내가 항상 언쟁을 벌이는 때는 어쨌든 내가 유리한 입장에 있을 때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그 권리를 주장해오기도 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며, 언어로서 그들을 깔아뭉개기도 했다.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책의 〈의견에서 벗어나다〉 부분을 연달아 두세 차례 읽으며, ‘응, 맞아. 내 의견이 옳다고 생각은 하지만, 자신감이 없어서 더 그랬을지도 몰라. 자신감이 없으니까, 상대방에게 찬성을 얻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 처음에 그 부분을 접했을 때에는, 가장 부정하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했으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장소불문하고 몇 십 번, 아니 몇 백 번, 몇 천 번 〈(내) 의견(만) 내세우기〉라는 악마가 찾아왔었다. 그래서 내가 책을 한 번 더 읽어야겠다,며 다시 한 번 들춰보는 기회가 되었던 것. 그러다가 이 부분을 보고서는 마음에 진정제를 놓은 듯, 차분해짐을 느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필사해놓고 마음 속에 새겨두어야겠다, 생각한다.
화를 내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자기 마음의 분노를 이겨내라. 긍정의 마음으로 부정의 마음을 이겨내라. 기분 좋게 다른 사람에게 양보함으로써 인색해지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라. 진실을 말함으로써 거짓을 말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라. 『법구경』 나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결국은 내 치부를 들춰보는 것이라는 걸. 마음에 불을 끼얹은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아!’하는 탄식이 터져나올 때마다,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졌다. 책을 읽으며 고개를 숙이고, 어깨가 축 쳐진 - 그런 내 자신을 마주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을 그때만 흠칫거리며 놀랄 뿐, 내일도 모레도 나는 변화하진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알고, 그것을 고쳐야겠다,고 느낀 그 순간부터 반복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생각하며, 아마 이 책은 당분간 옆에 꼭 끼고서 몇 번이고 들춰봐야겠다,며 베개 옆에 가지런히 놓아두었다. 자기 전 나를 되돌아보고,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라며,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