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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연애학개론 - 연애부터 결혼까지 남녀관계 리셋 솔루션
팀 레이 지음, 전해자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올해 4월, 미니홈피에 이런 다이어리를 쓴
적이 있다. [나는 세상에서 연애가 가장 어렵다. 누군가와 함께 조율을 맞춰 하모니를 이뤄내는 건, 언제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나이를 먹어도
내 사랑은 성숙해지질 않는다.] ㅡ 현재의 그와 만난지 햇수로 4년. 2009년
8월에 만났으니 계절로 치자면, 벌써 함께 12번의 계절을 함께 보내고 13번의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때때로 그가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의 행동이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고, 어떤 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 같을 만큼 새롭게 보일 때도 있다. [여기서 새롭다는 것은, 부정적 의미로 쓰일 때가 더
많다.] 결국 그것은
- 나는 아직도 그를 잘 모르겠다,고 판단하게 되는 구실이자, 이유이고, 핑계이자, 변명이 된다. [핑계와 변명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그의
그런 면에 내 눈에 어떻게 보였건, 혹은 보였건 보이지 않았건 간에 그는 애초에 그런 것을 나에게 숨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와
그런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감정이 식어서가 아니라 오래 되어서 친구가 말하는 갱년기 커플[의
기간은 잘 모르겠지만]이라 판단되는 연인 사이에서 으레 있을 수 있는 소홀한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것이 큰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커플의 경우, 가장 많이 싸우는 것 중
하나가 난 분명 그의 어떤 행동, 말투 때문에 토라져있지만, 그것을 그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혼자 꽁해있다는 것에 있다. 그는 그것을
말하라고 하지만, ‘나 너의 이러이러한 면이 너무 짜증나!’라고
말하기엔 그 이유가 너무 창피하다고 해야하나. 그가 ‘그게 짜증낼 일이야?’라고 되려 나에게
반문해온다면 난 뭐라고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면서 이야기하기가 꺼려질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뭉뚱그려서 서운하다,는 한 마디로 애둘러 말할 때가
있다. 그러다가 그가 한 번은 ‘당신은 나에게 항상 서운하다고 말하지
않냐.’고 말해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던 적도 있었기도 했어서, 요즘은 서운하다,는 말 대신에 ‘당신의 어떤 면이 조금 신경쓰인다.’고 말하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그것은 아직도 어렵다.
그러던 중 만난 책, 「이상한 나라의
연애학개론」 ― 연애학개론이라니. 연애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라 그런지 그래, 한 번 읽어봐야겠다,며 낼름 손에
쥐어잡기에 성공했다. 책은 연애부터 결혼까지 남녀관계 리셋
솔루션이라는 부제목으로 지금 연애가 혹은 결혼이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으면 한 번 나를 읽어보아라, 라고
권유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던 까닭이다. ― 내가 공감했던 부분,
사랑한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는 것은 내가 그에게 요구해왔던 방식 중
하나였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나는 -이 하고 싶은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혹은 ‘나는 이 날에 -이 하고 싶을 것 같아.
또는 하고 싶어.’라는 식으로 요구한다. 그러면 그 당시에 그와 내 시간이 맞는 경우, 일정을 짜고 행복함에 킥킥거리며 웃어제끼는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말한 것은 분명 오버(over)가 섞여 있다. 내가 그러지 않아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원고를 써야해서[자신이
겪은 사례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니, 책을 쓰는 것은 그의 직업이자, 그가 해야만하는 일이다.] 소풍을 가지 못한다고 하는 상황에서 작가의
여자친구는‘당신은 일을 하면 내 생각은 하지 않잖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아?’라고 묻는 상황이다. 사실 그 부분은 같은 여자인 나도
이해못하는 상황이다. 나 역시도 그가 일에 있어서 시험을 봐야해서 몇 일 동안이나 공부에 빠져있을 때, 연락이 뜸해져서 [우리는 하루에 통화를
열댓번도 더 넘게 하는 사람들이라서 더 심했는지도 모르겠다.] 적응을 할 수 없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가 공부를 어느정도 끝내놓고 쉬는 시간에
연락을 해서 ‘미안해요. 시험 볼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라고 말하며 ‘우리 시험 끝나면 꼭 -도 하고 -도 하자.’
먼저 얘기해주기도
했었다. 사실 그가 그렇게 말하기 전까지는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가 일을 때려치고 백수로 나와 함께 하는 게 좋은 게 아닌 이상에야,
그리고 나도 그런 일[시험을 본다거나, 일 때문에 야근을 한다거나 하느]이 비일비재할텐데, 이해를 못할 것도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더랬다.‘우리가
마지막으로 같이 주말을 보낸 게 언제인지 기억이나 해?’라는 말을 보고서 그가 좀 잘못했네. 라고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작가가 원고를 쓰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과 직결된다,는 그 생각자체에 헛웃음이 나더란 말이다. 그리고 이 외에도 작가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 있어 편파적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 역시 너무 거슬린다.
뿐만 아니라, 팀 레이 주최 짝 오디션 가상
인터뷰(p122-125)를 보면서는 결국 책을 덮고 싶기에 이르렀다. 그가 상대방에게 물어보는, 예를 들면, “당신이 제 여친이 된다면 제 인생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요? 왜 제 여친이 되려고 하시는지 그 이유를 말씀해주시겠어요?”“누군가를 사귀는데 있어서, 당신이
지닌 강점과 약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당신의 전 남친 마틴이 써준
추천서는 정말 굉장하네요. 제가 나중에 그 분에게 전화를 해서 당신에 대해 몇 가지를 물어봐도 될까요?”“헌데 일단 수습 기간을 거쳤으면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 기간 동안 당신도 이 자리에 대해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테고, 실제로 이 자리가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체크해볼 기회도 될 거고요…… 수습기간은 3개월입니다.”따위의 것들이다. 작가는 이것을 행복하고 달콤한 관계가 목표라면,
결과적으로 이러한 방법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라.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여러 가지 꿈과 목표들을 계획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교육이나 취업을 위해 우리가 들이는 노력과 시간을 떠올려보라. 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글쎄?
바로 전, 작가는
타협과 거래를 헷갈리지 말라고 했는데, 그가 헷갈려하는 것 같다. 교육이나 취업은 거래일 뿐, 결단코 타협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거래가 아닌 타협으로 이루어지지 않는가, 말이다. 교육이나 취업은 내 능력을 내 이상으로 치닫게
하는 필수불가결이 것이라면, 연애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뜻하는데, 그것 만큼이나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을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들을 동일시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기에 참 황당할 수밖에 없다.
연애에 있어서 내 생각은 그렇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여자 역시도 남자하기 나름이라고. 남자/여자 할 것
없이 똑같이 주체가 있는 동물일진대, 어찌 어느 한 쪽의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가 말이다. 그 사람의 성향을 이해하느냐, 이해하지 않느냐. 둘
중 하나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해한다면 거기서 그만이겠지만, 이해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 사람과 그것이 문제가 될
때마다 혼자 꽁하고 있으며 서로에게 답답함을 선물할 것인가, 아니면 싸울 것인가, 그 사람에게 그것이 싫다고 이야기하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며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인가. 책의 첫 부분에 쓰여있던 ‘당신의 관계는,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로 나뉠 것입니다!’라고 말하던 거창한 광고를 믿고 책을 시작하기 전에 현재 당신의 옆에 있는 그와의 대화가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예를 들면, 게임 디아블로에 빠진 그에게 ‘난 당신이 그것을 할 때, 응응,이라며 건성건성 대답하는 게
정말 싫어! 그것때문에 당신이 정말 밉고, 그래서 당신에게 너그러워지지 않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계속 이런 게 반복되면 당신이 싫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어. ’라는 말에 ‘미안해요. 내가 자제할게요.’라며 게임을 하다가도 전화할 때 만큼은 일시정지를 해놓고, 나와의 대화에
집중해주는 그를 만드는 것은 자신의 몫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