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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2년 2월
평점 :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봄이 어느새 살랑살랑 다가온 모양이, 연애를 하라고 꼬리를 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런 봄 기운에 못이겨 로맨스 소설이 읽고 싶어져서 몇 년 전에 읽은 작품까지도 기웃기웃하며 뒤적거려보기도 했더랬다. 그러다가 시선이 주- 욱 이끌렸던 작품. 「내 연애의 모든 것」 - 사실, 표지는 애덤 셸의 「토마토 랩소디」와 비슷하다. 아니, 거의 흡사하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듯 하다. 그 부분은 여전히 불만이다. (차라리 사과나무를 그려넣지 그랬어? 라는 불만을 내뱉기도 - ) 하지만, 그렇게 불만·불평만을 늘어놓기엔 저자가 들려주려는 로맨스가 특이하다. 아무래도 올해에 총선이 있는 까닭에 더 그렇게 느끼는걸까. (요즘엔 책을 읽으면 시기가 비슷하게 맞물리는 경향이 있다.) 내용은, 여야 국회의원의 사랑.
전직 판사 출신으로 현 새한국당의 소속 김수영 의원과 진보 노동당 소속 국회의원이자 당 대표 오소영 의원의 핑크빛 연애. 하지만, 그것은 핑크빛이 될 수 없다는 점. 이념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얽혀진다? 굉장히 괴상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환경이 참 고약하다, 생각했다. 결국 그들이 눈엣가시라서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이가 나서 그들의 사랑을 대신 공표해버린다. 위기다. 위기가 찾아왔다. 그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 한편으로는 현 정치와 전혀 무관하다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작품 속에도 철저하게 녹아들어 있었음에 현 정치판을 풍자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저자는 그것을 오직 문학의 영역에서 발화된 정치 풍자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을 재미로 받아들이든, 심각하게 받아들이든, 그건 개인의 몫이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문학적 무지와 정신 병리적 망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니 조속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풉.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삶을 사는 사람을 그 상태 그대로, 자신과의 반대의 감성을 가진 사람을 그 감성 그대로 기뻐하는 것이다. 사랑을 이용하여 두 사람의 차이를 메우거나 어느 한쪽을 움츠러들게 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있는 그대로 기뻐하는 것이 사랑이다’ - (p206) 그래도 저자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어쨌든 사랑,이라는 말이다. 그들의 사랑은 불보듯 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서로 이끌린 점은 부정할 수가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는 점이다. 사실 나, 모든 로맨스 소설은 다 위기에 한 번씩 봉착하여 그렇진 않지만, 마냥 행복한 모습만 그려내고 있었더라면, 또 -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얘기해버리는 로맨스 소설을 읽었다면, 지금 내 현재가 조금 혼란스러워졌을지도 모르겠다.앞서 니체의 말처럼, 상대방을 그대로 사랑하는 것, 그래, 그게 사랑이지. 그리고, 나도, 어쨌든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