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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_ 킁킁, 문장에서 풍기는 냄새가 가히 고약하지만은 않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니까. 편지를, 아니 사소하게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도 심심찮게 귀찮아하는 이들이 꽤 많다. 물론, 내 주변에도. 나는 언젠가부터 편지를 쓰는 것을 놓았고, 또 다시 시작했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의무적으로’라는 건데, 미안하게도 나, 가끔 ‘의무적으로 ’ 편지를 쓴 적이 있다, 고백한다. 그것은 어쩌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린 ‘내’가 문제가 될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 편지를 쓰는 것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그것은 부담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어느 누구 하나, 나에게 편지를 써라,라고 강요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편지를 쓴다는 나에게 ‘배리라씨, 오늘도 숙제하네.’라고 말을 하기도 했었던 적도 있었을 정도로. 편지를 쓴다,는 것은 꽤 욕심을 부리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가령, ‘이 사람이 나에게 답장을 꼭 해야해.’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그 고정관념이 박혀있던 나는 그 부분에서 당시 꽤 많은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고, 결국은 그래서 관뒀다. 물론 그게 주-욱 평생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난 여전히, 편지를 쓴다.
나의 하루는 편지를 경계로 시작하고 끝난다. ‘지훈’은 ‘와조’와 삼 년 동안 ‘여행’중이다. 그는 여행을 하다가 하루의 마지막 일과를 ‘편지’를 쓰는 것,으로 끝내고, 하루의 첫 일과를 ‘편지’를 보내는(우체통에 넣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른바, ‘편지여행’. 그런 그는 자신을 ‘편지여행자’라고 일컫는다. 그의 편지가 도달하는 곳은 여행중 만난 사람들인데, 그는 그들에게 번호를 부여한다. 그것은 그에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고, 기억하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번호는 고갈될 염려가 없어서 라는 것. 그가 편지를 쓰는 것은, 자신에게도 하루가 존재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어서. 일기는 혼자 간직하지만, 편지는 자신과 상대, ‘둘’이 간직하는 것인 까닭이다. 절망하는, 절망했던 청춘은 어딘지 서로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인간 앞에 놓인 절망의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유없는 무덤없다는 말처럼(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이지만), 그에게는 여행을 시작한 까닭이 있다. 여행이 종료되는 시기는, 그가 편지를 받는 날. 하지만 오늘 역시 아무도, 편지하지 않았다. - 그러던 중, 꽤나 특이한 여자를 만난다. 자신이 쓴 책을 직접 파는 여자. 알면 알 수록 뭔가 대단히 이상한 여자다. 왠지 모를 꺼림치함 때문에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 여자와 멀어지려고 무던히 애를 쓰지만 상황은 둘을 기어코 붙여놓는다. 마치, ‘치약’‘과’ ‘비누’처럼. 그는 낮에 여행을 하고 밤에는 편지를 쓰고, 여자는 낮에 책을 팔고 밤에는 글을 쓴다. 괴상한 여자에게 번호를 부여하고 싶진 않았지만, 달리 부를 호칭이 없어 어쩔 수 없이 751이라는 번호를 부여하게 되고, 751에게 그는 0이라는 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그리고 둘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여행을 한다. 그러던 중, 여행이 끝난다. 그에게 아무도 편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다 읽었지만, 다 읽지 못한 상태로, 그래서 다 덮지 못한 채로, ‘상처’에 대해 생각한다. 전에는 그것을 덮어두려고 하는 것에 급급했다면, 시간이 해결해줄거라 믿으며 유예하고 있는 내 모습과 직면했다. 마음 속을 들여다보니, 크기는 불행하게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나는 이내 체념한이제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울컥해서 서러워하다가 다. 난 아직,이다. ‘어쩔 수 없이’라는 관용어가 들어가야 하지만, 삼 년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발작증세가 다시 도졌다는 그와 마찬가지로. 작품은, 고독한 기운을 감싼 채로 진행되지만, 그 기운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일게 한다. 살랑살랑. 그리고 그는 다시 편지를 쓰겠지. 서걱서걱,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