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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눈물이 나 - 아직 삶의 지향점을 찾아 헤매는 그녀들을 위한 감성 에세이
이애경 지음 / 시공사 / 2011년 11월
평점 :
그와 다투고, 아니 사실을 말하자면, 나를 위로해주지 않는다며 그에게 말하지 못한, 또 말하지 못할 서운함을 안은 채로 통화를 하던 어느 날, 마침 그는 쉬는 마지막 날이었고, 그는 나에게 오겠다고 했다. 아니야, 집에서 쉬어. 라는 나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아니, 갈게. 라며 굳이 오겠다,고 했다. 응, 그래. 라며 전화를 끊고 그와 만나서 맥주 한 잔을 기울이고, 달달한 것을 먹고 싶다는 내 말에 커피를 한 잔 마시러 갔었다. 핸드폰을 따닥거리고, 카메라를 찰칵거리며 괜찮아졌다, 생각했는데, 급작스레 나도 모르는 눈물이 흘렀다. 그런 내 모습에 놀란 그는 나를 데리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나가자,라며 나를 끌었다. 그랬다. 그의 쿵쿵쿵 뛰는 마음에 움찔거리며 실룩대기만 하는 내 마음을 마주대어 달래보고자 하였는데, 그러면 좀 나아질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렇지를 못했다. 그를 기차에 태워 집에 가는 길에, 나는 올칵 눈물을 쏟아내었다. 나는 그런 내 마음이, 누군가를 향한 서운함이길 바랬고, 그리움이길 바랬고, 외로움이길 바랬다. 그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분노이길 바랬다. 그렇게 하여, 누군가에 의해 풀리기를, 절실하게 바랬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것도 아니었고, 그 누구도 위로의 대상이 될 수 없었음을.
작품에 쓰여 있는 타이틀은 딱, 맞아떨어졌다. 당시 내가 지니고 있던 감정,과. 모든 것이 불안했고, 휘청였으며, 또 그것은 느릿느릿했다. 혼란스러웠다. 여름을 보내고, 겨울이 오기 전 - 손님처럼 잠시 들렀던 가을이 까닭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날이 추워지면 그것이 얼어야했는데, 그러지를 못했으니. 절망스러운 사실은, 그런 내 마음이 까닭 모를 공허함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모를리 없었던 내가 있었다. 그 공허함의 근원지는 엉켜있던 마음, 그곳을 채 메우지 못한 간극,이었다고 말한다면,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딩동댕,하며 실로폰을 두들기며 정답입니다! 하고 외쳐줄까. 누가? ...... 내가? ...... - 그런 상황에서 책과 마주했다. 「그냥 눈물이 나」 라고 쓰여있는 책의 제목은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멈칫했다. 그렇기에 책을 읽어야했고, 그렇게 책이 손에 들어왔다. 이건, 저자의 일기장인데, 내가 왜 그렇게 읽고자 갖은 애를 썼는가. 초점없는 눈으로 책을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고, 읽으려다 말았다. 공허함에 뭔가를 채워넣는다는 것이 무서웠다. 뭘 채워넣어야 할지, 아니 채워질 수나 있을지, 공허함에 외로움을 덧대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 그러기를 몇 날 며칠. 그래서 비로소 책을 든 날이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해 내질 못한다. 그저, 무미건조한 눈동자가 책을 훑고 지나갔음을 기억해내는 것 말고는.
작품은,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 저자의 여유롭게 살랑거리는 목소리를 내쳐버리고 밀쳐버린 채로, 그렇게 읽혀졌다. 그러다가 멈춘다. 멈춤과 동시에 미동도 않는다. “음악에서 보면 말야, 음이 진행할 때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버금딸림음이란 게 있어. 쉽게 말하면 ‘도’와 ‘솔’ 사이에 있는 ‘파’ 같은 음이야. 도는 도라는 음만으로도 무게가 잡히고 솔은 솔이라는 음만으로도 편안하게 들려. 하지만 파라는 음은 뭔가 좀 불안해. 미로 내려가던지, 아니면 솔로 올라가던지 둘 중 하나의 방향으로 가야만 비로소 음이 안정되거든. 서른넷은 그런 나이야. 서른다섯의 버금딸림음 같은 나이인 거지. 서른아홉도 마찬가지고.” (p170)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 했다. 그것,이었을까. 저자가 말한 버금딸림음이, 어찌 서른넷에만, 혹은 서른아홉에만 국한되는 말이겠는가, 말이다. 자꾸만 눈이 그곳으로 옮겨가는 걸 보니, 그것이 까닭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짐짓 강하게 든다. 응, 지금은 내가, 당신이 말한 버금딸림음 시기인가 봐요. 이천십일 년, 십일 월, 현주소에서 내가 위태로운 상태로 두 다리로 지금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이, 절망스럽게 느껴지면서도 다행이라 느껴지는 것이, 그것이요. 조금 있으면, 지나갈까요. 당신도 그 시기를 겪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