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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취업을 하고 두어 달 만에 일에 적응하고 나서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내가 하는 일도 남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으로 하루에 몇 번도 더 찾아오는 회의감을 동반한 방황은 간신히 서 있는 나를 발로 차대며 위태로이 만들었고, 그것은 결국 눈물로 번지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나는 그것을 그 속에 다 쏟아부었더랬다. 그러다보면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뭐가 그리 서러운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뜨리는 상황이 될 때가 많았는데, 그 사실은 나에겐 힘겨움으로 다가왔고, 결국 현재의 상황을 체념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회피하는 것보다 훨씬, 최악이다.) 체념이라는 말, 마음 언저리가 콕콕 쑤실 정도로 참, 아프고 시리다. 현재의 상황을 체념한다 하여 가벼워지는 것은, 결코 없다. 허나 그것이 결코 완전한 체념으로 굳혀질 수 없는 것은, 내겐 이루고 싶은, 이뤄야할, 이룰 - 꿈이 있는 까닭이다. 실은 나, 막연하다. 때문에 눈을 감는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어두운 터널 속에서 길을 잃은 내가 보인다. 그 모든 것들이 목을 죄어오는 까닭에 숨을 헐떡이게 되고, 자유자재로 호흡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여 놓아버리고 싶어질 때도 있다는 사실이 ‘사는 게, 참 힘들다.’ 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정말 그것을 놓으면 편할까, 생각하지만 선뜻 그러지 못하는 것은 아직 할 일이 많은 까닭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까닭이다. 그런데 그것을 위해 현재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책이 내 앞에 놓였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팔자 좋은 소리. 저자, 당신은 그때를 이미 지나왔고, 현재는 성공한 케이스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거야.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책의 자자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책과 첫만남은 결코, 긍정적이지 못했다.
요즘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서는 그저 그런 스펙이 아니라 확실한 자기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 브랜드의 핵심은 ‘하나의 초점’이다. 그대가 가장 잘하는 것, 그 한 가지에 집중해 그대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어라.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나는 내가 목적이 있는 배움이 아니라 ‘배움’, 그 자체를 즐기길 바랐다. 하지만 나, 지금 그러고 있는가. 실은 스펙쌓기에 연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드는 것은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까닭이리라. 현재 하고 있는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은 애초에 내 능력에서 부족하다 싶은 것들을 채우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난 지금 그저 그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그리고 그 자격증을 따기 위해 꼼수만 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배우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라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닐진대, 어째서 이렇게 허구헌날 아까운 시간들을 낭비해가며 잡고 있는가 말이다. 그 까닭은 한 가지로 응어리진다. 이직. - ‘내가 여기서는 배울 게 없어.’ , ‘일 하는 것이 체계적이지가 않아.’ 와 같은 이유였다. 하지만 나, 겁이 나고, 불안하다. 이곳을 벗어나 다른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을 겁 내는 것은 둘째치고, 내 능력을 의심하는 것에서 오는 불안인데, 그것을 걷잡을 수 없다. ‘확실한 자기 브랜드’가 없는 까닭이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는 그것을 위한 발판일 뿐, 그것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내가 이토록 불안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험 준비란 겉으로는 매우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의 전체적인 프레임에서 보면 문제를 유예하는 게으른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하필 뜨끔한 구절과 다시 조우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아. 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과연 그럴까. 그것이, 사실일까.
그대, 좌절했는가? 친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그대만 잉여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가? 잊지 말라. 그대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따로 있다. 아직 그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대, 언젠가는 꽃을 피울 것이다. 다소 늦더라도, 그대의 계절이 오면 여느 꽃 못지않은 화려한 기개를 뽐내게 될 것이다. 그러믈 고개를 들라. 그대의 계절을 준비하라.
책을 읽고도 답답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어리석게도 책 한 귀퉁이에 내 답답한 마음 모두를 내려놓고자 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려면 한낱 318페이지도 되지 않는 이 책에, 생판 모르는 김난도 교수에게 내 인생을 맡겼어야 했으리라.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이 곳에 있는 동안, 나를 버리고 왔다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고 싶었는데,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오롯한 내 인생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실로 감격스럽다. 그동안의 방황으로 내 인생이 마구잡이로 흔들리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래서 날 힘들게 하는 그 모든 것들을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아직 내 꿈에 대한 내 마음이 간절해짐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 싶다. 오월의 첫날에, 미칠 듯한 괴리감을 느꼈었다. 나만 외계인이었다. 탈을 벗고 싶을 정도로 답답했으나, 까닭을 모른다. 아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말썽이었다. 일도, 공부도, 사랑도, 우정도, 심지어 가족까지. 되는 일 하나 없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몇 시간을 내내 걸었고, 내 마음을 대변하는 글을 쓴 듯한 한 권의 책으로 위안을 받았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수첩에 이런 말을 적어놓았었다. ‘되는 것이 없다고 말하기엔 노력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 불안하니까, 막막하니까 흔들리니까, 외로우니까, 두근거리니까, 그러니까, 그래서, 그렇기에 청춘이다.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난 아직 일구어놓은 것이 아무 것도 없지 않은 까닭에. 그간 읽었던 자기계발서, 에세이 - 어떤 것도 내 마음을 다잡게 할 순 없었다. 이 역시도 물론 그렇지만, 적어도 멈춘 것만 같고, 멈출 것만 같던 내 시계가 아직 겨우 오전 7시 12분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내 꿈이 죽지 않고 살아서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지 않았는가. 그거면 된거지, 뭘 바라겠는가. 정말 내 말대로 이 책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했는가? 당신의 미래를 결정지을 만큼 대단한 책은 존재하지 않음을 기억해라. 나는, 촉진제를 맞았다. 비로소 식욕이 돌며 침이 흐른다.
ps.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이 세상 어디에 있습니까. 하물며 부서지기 쉬운 모래로 만드는 두꺼비집도 차근차근 짓지 않습니까.” - ws , LSJ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