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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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두근거린 순간이 언제인지 떠올려보다, 문득 그랬던 적이 많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오 마이 갓. 스물 네살을 사는 동안에 두근거린 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니, 이거 문제다. 그러다가 그 기회는 지인에게서 책을 받은 그 후에 찾아오는 듯 했다. 일년 육 개월 동안 다녔던 회사를 퇴사하고, 새로운 곳에 이직이 확정되던 때. 그곳에 첫 출근을 하는 날에 이 책을 읽어주리라, 했었지만_ 그것은, 그 기회는 금세 사그라졌다. 그래서 예기치 않게 보름쯤 되는 기간을 쉬게 되면서, 첫 번째로 읽은 책이 두근두근 내 인생,이었고 읽기 전, 내용과는 전혀 무관하게도 내 인생 역시, 두근거림이 함께 하는 삶이었으면 참 좋겠다, 했던 그 때에 이 책은 그 여느 책보다 소중했음을. 그러다 앞서 내가, 두근거리는 순간은 많지 않았다고 했던 것은, 매우 사소해서 그렇지 않았다고, 잊었을 뿐이었다는 것을, 작품이 질책한다. 차게, 혹은 뜨겁게.

 

 

 

작품을 온라인 상에서 처음 맞닥뜨렸을 때, 알 수 없는 확신에 에세이로 치부해버렸고, 그렇기에 지인들의 이어지는 호평의 행렬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던 중 이미 작품을 접한 지인의 서평을 통해 어린 부모와 늙은 아들,이라 하는 부제와 만나게 된다. 그것은 설핏, 「벤자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막스 티볼리의 고백」을 연상시켰고, 얼른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로 차오름을 느낀다. 그리고, 드디어 만났고, 함께 했다. 열 일곱의 부모가 열 일곱의 아들을 가진 서른 넷의 부모로 자리메김하고 있던 그 순간을. 그리고 그들의 슬픔이 눈물 끝에 아롱지며 피어나는 그 순간들을, 말이다. ㅡ 어떠한 일에 실패를 했을 때, 울음을 터뜨리며 부모 품에 안기던 아이들이 가장 부러웠다고 말하는 노인이, 아니 아이가 있다. 한 아름. 한번도 어른이 되본 적도 없고, 되지도 못하고, 될 수도 없는 가여운 아이. 130센티미터의 키에, 눈썹이 없고, 하얗게 세버린 속눈썹, 그리고 노화 퇴적물로 인해 시세포가 파괴될 수밖에 없는 망막은, 아이에게 ‘넌, 다른 아이들과 달라.’라며 말하고 있고, 아이도 그 사실을 가엾게도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마음보다 몸이 빨리 자라서, 그 속도를 따라가려면 마음도 빨리빨리 키워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 그 아이가 한 아름이다.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 어찌 품고 싶지 않을까. 어쩌면 말이지, 그가 욕심을 부렸더라도, 나는 그를 포근하게 안아줄 수도 있었을 터다.

 

 

 

작품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눈에 그렁그렁한 물방울을 머금은 채, 연방 방글방글거리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대수가 그러했고, 미라가 그러했으며, 그들의 아이_ 아름이 그러하게 만들었다. 가족은, 속에서는 곪아 피고름이 있는 자리에서 진물이 뚝뚝 떨어질지라도 슬픔을 마주하고 웃을 수 있는, 또 그런, 웃을 거리를 계속해서 넓혀 나갔다. 그래서,였다. 바로 그것이 그들의 삶을 가냘픈 어린아이를 품에 안듯 감싸주고 싶게끔 만드는, 비단 단 하나의 까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들 가족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어린 부모는, 자신들이 아는 한 가장 멋진 노인, 한 아름_이라 불렸던 별이 그들의 항해에 있어 등대가 되어줄런지도, 모르지. ps. 어쩌면, 작품을 읽고 바로 서평을 썼다면, 아마 조금 더 다른 서평이 될 수도 있었을 듯 하다. 두어 달이라는 시간은 그 때에 느낀 감정들을 적어 내려가기에는, 애잔함이 끓은 뒤 약간 식은 미지근함이 남아있을 뿐이라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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