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재테크 - 결혼 준비부터 결혼 5년 차까지 돈 모으는 쏠쏠한 재미
류재운.허영미 지음 / 넥서스BIZ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그를 대학생활 할 때에 만났는데,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그가 돈을 다 지불했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가 밥이라도 살라치면 그는 두 손을 휘휘 내저으며 ‘아니야, 넌 용돈받는 학생이잖아. 나중에 맛있는거 사줘요.’ 라며 자신의 지갑을 찾았었다. 그는 그 때를 생각하며 ‘그땐 정말 등골이 빠지는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곤 한다. 물론, 지금에야 나도 직장인이 되었으니 필요할 때엔 내가 내지만, 여전히 아직도 그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아 미안해질 때가 많다. 그래서 전에 어디에선가 ‘커플 통장’이라는 것을 보고 제의했었는데, 그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지 않았는지 그는 생각해보자,라는 말만 되풀이했었고, 지금도 역시 그러한 상태다. 그래서 우리 데이트에 녹색 신호등을 켜 줄 것만 같던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것은 연애가 아닌, 청혼을 받는, 결혼하기 직전의 순간부터의 재테크를 그리고 있다. 애매하다. 나는 이 책이 커플(연인)들의 재테크에 대해 중점적으로 파헤치면서 조언도 해가며, 결혼으로 서서히 폭을 넓혀가는 책인 줄만 알았던 것. 그러고보니, 하긴, 함께인 부부가 아닌 각자인 연인 사이에 깊이 있는 재테크랄 것이 뭐가 있겠느냐, 싶다.

 

 

 

이틀 만에 뚝딱 읽어버린 「커플 재테크」라는 이 책은 다른 재테크 책들과는 좀 달랐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존에 내가 읽은 재테크 책들은 주제가 있고, 그에 맞는 예들을 찾아내어 설명했었다면, 이 책에는 ‘최당찬, 현명희 부부’의 이야기가 하나의 예시가 되는 셈이었는데, 아무래도 재테크라고 한다면, 수학적인 계산식을 들어가며 해가는 그런 류의 복잡다단한 재테크에서 탈피를 감행한 것이다. 그래서 무척 쉽게 쓰여져 있고, 재테크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책으로 나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재테크는 결혼식 준비를 하며 시작된다. 결혼식이라는 자체가 남들에게 보이는 것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커서 호화롭게 치뤄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며, 웨딩 플래너를 끼고 하는 결혼이 아닌 둘이 함께 발품을 팔며 의미있는 결혼을 준비하는 편을 택한다. 그러면서 발품 팔러 다닐 때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어떤 것들을 눈 여겨 보아야 하는지까지도 자세히 나와있어 결혼할 부부에게 읽히기엔 알짜배기임엔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직 결혼에 대해선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지만, 자신들이 챙길 수 없던 부분까지 웨딩 플래너가 챙겨주기 때문에 신경쓸 것이 별로 없었다고 말하는 지인들을 떠올리며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겠다,싶었다. 그들은 200만원을 여섯 개의 주머니로 나눠서 재테크를 하는데, 개인의 재테크에서 추가가 된 것이 있다면, 미래의 아이를 위한 주머니와 내집마련의 비중이 커졌다는 것 말고는 개인의 재테크와 비슷하게 진행이 된다. ‘내집마련, 노후대비, 안심예비(보험), 자녀장래, 투자, 긴급예비’가 책에서 말하는 여섯 개의 돈 주머니이다. 그것을 읽으며, 먼 훗날의 기약없는 그 날의 재테크에 대해서 잠시 고민해 볼 수 있었고, 내 재테크와 비교해가며, 내 재테크는 효율적으로 잘 되고 있는 것인지 점검하게 했던 책이었다.

 

 

 

난 이 책을 읽고 그에게 말하기를, ‘나는 돈보다 내가 우선이야.’ 라고 하였는데,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패딩을 입고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둥, TV 시청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둥, 채널을 10번 사용해도 30W가 소비된다는 둥의 행동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범위였기 때문. 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돈을 아끼는 사람의 방법이 방송된 적이 있었다. 그는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밤이 되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가로수 등을 벗삼아 책을 읽고, 미용때문이 아니라 수도세를 아끼기 위해 쌀뜨물로 세수하는 등의 방법이 소개되었다. 자신의 집에서는 TV 자체를 보질 않으면서 아무도 없는 지인의 집에선 전등과 TV 모두를 켜고 보는 그의 행동은 경악케했다. 그런 그는 적금을 용도에 따라 조금씩 여러개 들고 있어서 은행에 VIP였는데, 그게 제대로 된 재테크인가, 생각해보게 되었었는데, 이 부부의 그런 행동은 그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 자신의 돈을 자신이 아끼겠다는데 있어서 제3자인 내가 할말은 없지만, 그거야 말로 꼴불견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책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쓰여있다는 점과, 부부들에게 알짜배기의 내용을 전달해주는 점 등은 충분히 점수를 줄 만 하지만, 가끔 위와 같은 내용들에는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신은 결혼하고 어떤 재테크를 꾸리며 나가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을 미혼 남녀에게 했을 때, 제대로 확신이 선 답변을 얻을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라고 (쓸데없이) 장담한다. 물론 나 역시도, 결혼은 내게 아직까지 먼 나라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역시 그러하기 때문에 결혼하고 나서의 재테크에 대한 어떠한 확립은 자리잡히지 않은 상태이지만, 주위에 결혼하는 지인들이 하나,둘 생기며 자연스레 그 가정의 경제적인 상황을 듣게 될 때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인을 예로 들자면, 그녀는 배우자와 사내 커플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한 전형적인 케이스다. 그녀는 결혼하기 전, ‘결혼하면 돈 관리는 내가 할거야.’라고 종종 말해왔는데, 정작 결혼한 지금에 그녀는 배우자에게 용돈을 타서 쓰고 있는 상황이다. 글쎄. 이게 맞는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본다. 물론, 여자가 무조건 경제권을 잡으라는 법은 어디에도 정해진 것이 없건만,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혼자 살 때와 함께 살 때의 재테크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적어도 나는 생각한다. 그녀는 현재 배우자가 어떤 펀드를, 적금을, 예금을 들었는지, 어떤 보험을 들고 있는지, 그게 설령 중복되지는 않는지, 비과세 혜택이 쏠쏠한 연금보험은 들었는지, 청약주택은 가입이 되어있는지, 그녀는 관심이 없다. 그녀말대로 잘, 모르니까. 그렇기에 배우자가 자신이 관리를 하고 있는 거라고 살짝 생각해본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내가 무슨 조언을 하겠냐만은, 모르면 배워서라도 우선은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나는 그녀에게 조심스레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부부들의 속사정이야 그들만의 세계니,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거기까지다. 나는 ‘나중에 결혼하면~’이라는 생각이 늘 재테크로 끝맺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의 결론은 가계부를 휘어잡을 것이고 재테크도 오롯이 내 몫으로만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나는 지인들의 생활을 보고 들으면서 생각을 한다. 나는, 미래의 배우자와 재테크를 함께 해야겠다고. 아는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절충해나가며 돈을 모으는 것이 1순위가 아닌 웃으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재테크를 해야겠다고. 아직 나에겐 먼나라 이야기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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