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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스트레스에 마침표를 찍다
데비 맨델 지음, 김혜숙 옮김 / 팜파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위의 책이 내게로 왔을 그 당시에, 나는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소설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책에 자꾸만 눈에 밟힌 까닭은, 그동안 나도 모르게 차곡차곡 쌓인 스트레스와 내가 충돌한 상태에서 내가 먼저 더 이상 버틸 힘도 없이 나자빠져있던 참이었으니까. 스트레스와의 정면 충돌은 결국 무력감과 나태함, 권태를 가져옴과 동시에 자존감을 낮추는 기능까지도 하더라, 그 말이다. 나의 스트레스는 주로 직장 생활이 요인이 되지만, 때때로 득과 실로 연결된 인간관계에서 오는 혐오스러움과 자연스레 맺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충분함,과 가정에서는 맏딸이라는 책임감 등등이 있겠지만, 내 자신에게서 오는 스트레스도 빼놓을 수는 없다. 긍정적 마인드가 있을까, 싶을 만큼 부정적 마인드가 가득 들어앉아서 그것들이 내 모든 생각들이 횡단하는 것에 장애물이 되는 것부터 시작하여, 쉽게 짜증을 냄으로 인해서 내 몸에 독기처럼 퍼지는 우울함. - 이 모든 것은 나에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군가에게 떠미는 것이 전부,였다. 그랬기에 지금 나는 미처 성장하지 못한 채, 사춘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때때로 그와 비슷한 성향을 띤 것이 내게 찾아오는 날이면 오춘기, 육춘기를 겪고 있다,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본론으로 채 들어가기도 전에 프롤로그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스트레스 중독은 주체성을 빼앗긴 상태와 같다. 우리는 스스로 즐거움과 자발성을 강탈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잊은 지 이미 오래다.’ - 이것이 핵심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책의 p256 모두가 이 문장에 모두 들어앉아 있는 모양새를 보인다. 자아를 찾으라는 것. 그것이다. ‘스트레스 중독은 주체성을 빼앗긴 상태와 같다. 우리는 스스로 즐거움과 자발성을 강탈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펜 끝에서 응어리지는 글자들을 따라가며 우리는, 자아를 찾는 일 중 (단지) 몇 가지만 배울 것이다.
책을 다 읽었던 장소는 기차. 승차하기 15분이라는 시간이 남았고, 그 시간동안 나에게 반문했다. 자신이 언제 가장 자랑스러웠는가, 라는 물음에 내가 한 대답은 침묵, 침묵, 침묵이었다. ‘가장’이라는 부사가 앞에 붙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하나의 생각할 거리였을 테지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던 적은 극히 드문 것이 나를 돌아보게 하더란 것이다. 내가 나를 자랑스러워 했던 적 모두에는 ‘누군가’라는 대명사가 있었다는 것에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지인이든, 타인이든.- 그러면서 인정받던 그때를 생각하다가, 바로 그때, 내가 저자의 레이더망에 걸렸다는 것을 눈치챘다. 인정받는 그 순간 모두에 나는 저자의 말처럼 ‘예, 감사합니다.’라는 그 말 대신 ‘아닙니다. 별 말씀을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인걸요. 덕분입니다.’라고 답하며 나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자기 비하를 미덕으로 배운 것이지 무엇이겠느냐는 것이다. 가면을 벗어라. 우리는 ‘아니오’라고 말하고 싶을 때도 ‘예’라고 말한다. 남이 좋아하기를 바라고 남을 기쁘게 하려고 노력한다. 진짜 내 모습을 숨기고 있다. p63 가면을 벗으면 얼마나 편안한가-. 남들의 잣대에서 휘청거리며 살 필요가 전혀 없다고, 우리는 자아를 확립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그렇게 저자는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거울은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보는 것이라는 것과 직결되는 것이 그 말일 게다.
무엇보다 chapter 7에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나 자신뿐’이라는 문구는 멈칫,하기에 충분했는데, 그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과 접목되고, 그것은 곧 부정적 성향과도 일치한다, 얘기하는 것과 같은 까닭이다. 그 예로 저자는 추월을 꼽는다. ‘저런 식으로 추월을 한다 이거지? 어떻게 하는 게 제대로 추월하는 건지 보여주겠어!’ →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났지? 아무도 나한테 해를 입히지 않았잖아. 저 운전자는 나를 알지도 못하는데.’ - 여러가지의 상황을 예로 들고, 그것들이 곧바로 스트레스로 변모되지 않을 수 있게 생각의 전환을 하도록 도와준다. 그것들을 읽으며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싶은 것이 나의 부정적 성향이 심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근거들이어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스트레스 거리를 다름아닌 내가 찾아다니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에 씁쓸함이 가득 메워져왔다. 늘 ‘긍정적 마인드’를 갖자,라며 포괄적으로 생각하기만 했지,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지 않아서 아차, 싶었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닌걸. 또 다시 잊어버릴 다짐을 해본다. ‘긍정적 마인드’라는 것이 내 삶에 태동한다면 지금보다 더 예쁜 미소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지 않겠냐고. 이 책 한 권으로 나를 억압하고 있는 스트레스에 마침표를 찍었으면 좋겠다, 간절히 바랐지만, 내 삶에 접목시키지 않는 이상 마침표는 끝끝내 찍히지 않을 거라는거. 그래도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비로소 여유라고 칭해지는 쉼표가 만들어졌음에 안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