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독한 슬럼프다. 그것은 활자들을 읽는 재미조차 상실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이 없기에, 그에 따른 해결책으로 내 자신은 내게 유예기간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기꺼이 내주었다. 그러니까 난 징그러운 슬럼프와 싸울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아 포기선언을 한 상태. 그런데 내 발목을 붙잡는 것이 있었다. 이름하야 「밀레니엄」 - 그것은 내가 이 책에 빠져들기 직전의 상태였고,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손과 마주잡았기에 이 책을 오롯이 읽어내고 그에 합당한 서평을 써내야만 했던 것. 밀레니엄, 밀레니엄 -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100페이지까지 내가 이 책을 읽어나가며 이게 뭐가 대단한데? 왜? 어째서? 어떤 부분이? 라고 부정적으로 반문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당연하지, 그쪽 지방의 실 지명을 댄다한들, 관심을 두지 않아 들어도 모르는 그곳이기에 -한마디로 듣도 보도 못했으니- 페이지가 넘어가는데 진척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 등장 인물들의 이름이야 늘 쓰던 것이라 아무런 거부감도 없었지만, 연습장 한 켠에 지명도 함께 적기는 처음인 것만 같아서 머릿 속에서는 아우성을 치더라 말이다. 결국 그것은 책을 읽는 것에 있어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어쨌든, 그것에 내가 대응이랍시고 할 수 있는 것은 4일째 하릴없이 페이지를 넘기며 졸음을 머금은 나의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부분을 만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비로소 그곳과 조우한다. 반갑다. 미치도록. 그제서야 안면에 웃음이 번진다. 하.지.만, -

 

 

 

이제 그것은 하나의 연례행사가 되어 있었다. 남자가 그 꽃을 받은 날은 자신의 여든두 번째 생일날이었다. 바로 이것이다. 그것은 ‘헨리크 방예르’의 증손녀 ‘하리에트 방예르’가 그의 생일만 되면 만들어주던 압화(押花)가 그녀가 죽은 36년 뒤인, 그 해에도 역시 날아든 것. 그는 1년이라는 시간에 살해범이 누구인지 알아내면 500만 크로나 -8억의 상당한 금액- 를 주겠다 말하는 것과 함께, “자네에게 한스에리크 베네르스트륌을 넘겨주겠네. 나는 그자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 그는 30여 년 전 바로 우리 회사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네. 나는 자네에게 그의 목을 쟁반 위에 담아줄 수 있어. 수수께끼를 풀게! 그럼 나는 법정에서 망신당한 자네를 ‘올해의 기자’로 만들어주지!” p170-171 라며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그는 안그래도 ‘베네르스륌’과의 소송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그는 위축되어있었고, 그는 그 사건을 맡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아니, 그것은 그에게 있어 잡아야하는 어떤 동앗줄이었을지도 모르리라. 하지만 글쎄, 그가 과연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우리나라의 속담을 빌자면, 강산은 벌써 세 번도 변했고, 이제 네 번째 변할 차례인데, 그만큼 시간이 지나 또렷하지 못한 그토록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는 나를 믿을 수 있게 해줄까. -하지만 아직까지 그는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없다. 그 뒤엔 언제쯤 보여줄건데? 라고 재촉하는 내가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블롬크비스트’만을 비추는 것은 아니었다.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그녀를 향해 비추고 있었다. 거식증 환자처럼 비쩍 마른 데다, 짧게 커트한 머리, 코와 눈썹에는 피어싱까지 했으며, 목에 2cm의 말벌 문신과 이두박근 둘레에는 끈 모양의 문신, 그리고 견갑골에는 좀 더 큰 용 문신을 한 매력적인 사람임엔 분명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리스베트 살란데르’ - 그녀였다. 그녀의 삶은 어떤 모양새인지,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누구에게 어떤 대우를 받았고, 또 받고 있는지_를 다루고 있다. 아직 그녀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자꾸만 기대가 된다. 실은 ‘블롬크비스트’보다 좀 더 기대가 되는 인물이라고 한다면, 그가 기가 죽는 것은 아닐까. 쿡쿡. 어쨌든, 그녀에겐 무언가가 있다. 그녀의 행동 양식이 그걸 말해준다.

 

 

 

나는 1권에서 멈춰있다. 아직 이 책이 어떤 책인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내가 내릴 수 있는 정확한 대답일게다. 아직 사건에 대한 발돋움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서, ‘헨리크 방예르’가 의뢰한 사건의 진척은 여전히 없어보이고, 손아귀엔 잡히는 것이 없다.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나는 그 곳을 서성인다. 혹자는 -아니, 사실 나를 제외한 모두일지도- 왜 밀레니엄, 밀레니엄. 하는지 알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1부 2권을 끝낼 때까지 이 책의 평은 내릴 수 없을 것만 같다. 그저 책이 잘 읽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직 진척되지 못한 부분들에 평점을 내리기엔 그동안 잘 읽혔으나 끝 마무리가 별로였던 책에 대한 예의,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어떠한 대안도 없이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하물며 어떠한 실마리라도 잡히리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무척이나- 소극적인 1권은 아직 내게 눈이 트일 자리가 없다,는 것도 한 몫한다. 다들 열광한다는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슬럼프를 겪고 있는 중이고, 그 슬럼프는 2권을 집는 순간에 끊을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으며 그곳에서는 집어삼킬 듯 읽어주리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