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마디 - 조안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조안 지음 / 세종미디어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본래 유명세를 벗하여 출간되는 책들은 구태여 손을 뻗어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여 손길 한번, 눈길 한번 주지 않을 뿐더러, 도리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다들 잘 알고 있는 이외수, 타블로, 최강희, 배두나, 차인표, 소지섭…, 의 책들 또한 내게 있어서는 그저 책이 아닌 그들의 위상을 높여줄 만한 ‘하나의 도구’라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는 한 사람이다. 솔직히 말해서 ‘배두나의 사진집’은 도대체 어떤 종류의 책으로 분류가 되는 것이고, 정혜영, 션의‘오늘 더 사랑해’라던가, 가장 최근 발매된 소지섭의 ‘소지섭의 길’이라는 것이 누구나 다 아는 정혜영과 소지섭이라는 브랜드를 떼고 - 특히 사진이 곁들여져 있는 책들을 말한다면- 서점에 내놓는다면 지금같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느냐,가 나로서는 그들의 책을 손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내치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큰 이유가 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안이 낸 장르를 알 수 없는 ‘단 한마디’라는 책을 보는 순간,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다_라는 느낌에 사로잡혔지,싶다. 아마 4차원이라는 별명을 지닌 그녀가 그린 일러스트와 써낸 동화같은 글이, 아니 판타지 소설이라 불리우는 이 책이 나에겐 어떤 느낌으로 와닿을까, 싶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연예인이 쓴 글,이라는 색안경을 끼지 않고 잘 읽을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을 안고서 책을 읽기에는 여전히 무리가 있었다.

 

 

 

그녀의 글을 정의하고 분석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다. 괜히, 일부러, 구태여 머리 아픈 짓을 할 필요는 없었다. 어리석은 행동이니까. 나는 그녀의 환상적이고 기발한 세계에 초대받은 ‘손님’이었다. 그녀가 베푸는 잔치를 내 나름대로 즐기면 될 일이었다. 독자 여러분들도 그녀가 벌이는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이다. 그녀가 요리해서 내놓은. 열여섯 가지 독특한 이야기를 신나게 맛보고 즐겼으면 한다. - 정수현 작가

 

그렇다. 그녀는 전직 작가가 아닐뿐더러, 자신의 상상력만을 의지하여 써낸 글이기에 그것을 정의하고 분석하는 것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나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감을 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작 작가가 아닌 책을 읽을 때, 직업이 본디 ~이기에,라는 부제를 먼저 떼고 시작하는게 맞지 않나 싶다. 전작 작가가 아니기에 그 책을 좀 더 낮춰서 봐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전작 작가의 작품과 같은 값을 주고 책을 사기에는 아깝지 않나,라는 생각과 그런 것까지 감안하며 이 책을 읽을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연예인이 썼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라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 그곳에 있다. 나는 이 책을 처음에 조안이라는 사람이 썼다,라는 것 때문에 호기를 가졌지만, 읽을 때 만큼은 그녀가 연예인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하나의 작가의 글로 보았기에 이런 말을 할 자격 정도는 독자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 속에서 상상하는 것들 중 나는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참 많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심장이 점점 커져서 질질 끌고 다니는 소년, 심장이 사라져 가슴이 뻥 뚫린 소년, 열쇠로 가득 찬 심장을 가지고 있는 소년, 진실의 혀·마법의 혀·독설의 혀를 가지고 있는 소년, 생명을 연장시키는 알약을 손에 쥐려는 남자, 로또 당첨번호를 미리보는 소녀, 태어나서 단 한 마디밖에 할 수 없는 아이, 손바닥에 날개가 생긴 소년, 손에 눈물주머니를 가지고 있는 소년, 소년에게 심장을 주기 위해 눈물을 모으는 소녀,젖처럼 뿌옇고 하얀 눈물을 흘리는 소녀, 개똥벌레가 된 소년, 바다에서 태어났다고 믿는 소년, 화상을 입은 엄마와 소년을 일컫는 빨간 모자, 그림자가 된 소년, 그림자를 사랑한 소년’이라는 열여섯 편의 이야기 중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허무맹랑하여 ‘이게 뭐야?’라며 짜증섞인 말투로 하나의 이야기를 덮은 적도 더러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존중하지 못해서도 있었지만, 문제는 마무리였다. 혹자는 여운이 남는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은 여운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그녀 자신도 이야기를 끝내지 못했던, 덜 다듬어진 글은 그녀의 한계였다,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내비쳐본다. 여운이라는 말이 이렇게도 쓰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풉,하고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녀가 벌이는 잔치에 초대된 손님인 나는 아직도 제대로 된 음식은 맛보지 못하고 밑반찬만 먹은 기분에 여전히 허기가 져 입맛만 다실 뿐이다. 단 한 편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된 이야기를 맛보고 싶은 나같은 독자에게는 조금 짜증섞인 투정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가지 더 짚자면, 열여섯 편의 이야기는 어두운 내용 뿐이었다. 그 열여섯편을 하나로 이을 끈은 애초에 부재된 상태였지만, 혹시나 싶어_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다 보니, 그것 또한 부질없는 짓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이야기라는 것은 자신의 프레임에 갇혀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암호를 쓰는 것이 아니라, 책으로 낸 이상 그것을 읽는 독자들을 간과하면서까지 자신의 세계를 고집해서는 발치에 있는 독자까지 끌어당겨 안기엔 무리가 있을 성 싶다. 내내 어두운 터널 속을 느릿느릿 지나가다가 마지막 책장을 덮은 순간에야 비로소 터널을 빠져나온 듯 생각되던 이 책을 나는 추천까지 하고 싶을 정도의 책은 아니었다,라는 정도의 말로 이 책에 대한 평은 이제 그만 끝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