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우문현답 -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나를 잡아준 그 한마디 공병호의 우문현답 시리즈 1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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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두 번째이지만, 무척이나 오랜만에 읽는 듯한 공병호 박사, 그의 책. 박사라는 수식어를 과감히 떼어버리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이상할 것 하나 없다는 듯 그의 책이 속속 출간되고 있고, 그것들은 나의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이 책이 출간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난 뒤, 한번 읽어보리라 다짐하고 있던 중에 손에 안착된 그 느낌은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펼친 순간 그와 함께 밀려들어오는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갑갑증을 불러일으켰다. 실은 나는 그의 책 중 「에스프레소, 그 행복한 사치」라는 자기계발 한 권에 「공병호 대한민국의 성장통」이라는 경제학 한 권을 더하여 고작 두 권을 읽고, 이제 세 번째의 작품을 접하는 내가 책은 읽어보지도 않고 책의 속지들을 눈대중으로 슥 훑어보고는 실망을 한다니 나조차도 헛웃음이 나올 만큼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경제학이었다면 사전을 옆에 끼고 어려운 경제단어들을 찾아서라도 보았을 법하지만 이는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나를 잡아준 그 한마디'라는 부재가 붙어있고, 눈대중으로 본 책 내용 역시 그러했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자기 전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규정지었다. 또한 그렇게 했었기 때문에 욕심을 내어 몇 십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던 것들을 가까스로 억제하며 하루의 마무리를 공병호 박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듯,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실은 이 책을 선택했던 것은 공병호 박사, 그가 그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중간중간 인상깊었던 글귀들을 발췌하여 심어놓은 책인줄로만 알고 있었지, 작년즈음 읽다가 결국 포기해버린 「365 매일 읽는긍정의 한줄」의 두번째를 보는 기분을 안겨줄 줄은 몰랐음에 적잖이 당황했던 참이었다. 아마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더라면 두어달동안 읽었거나, 혹은 포기해버렸을런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조심스레 해볼 수도 있을 만큼 이런 류의 책을 꺼리는 것이 내게 이 책의 가치를 실축시킨다. 그나마 내가 가장 읽을거리가 있었던 것은 중간중간 반가운 그의 이야기였는데, 실은 나는 그가 발췌한 글보다 그가 써내는 글에서 공감을 했고, 그곳에서 눈길이 조금 더 머물렀으며, 생각의 깊이 또한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치기에 충분했다. 이를테면 과거는 이미 흘러가버린 것입니다. 좋았던 순간이든, 괴로웠던 순간이든, 이미 우리 손을 떠났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는 것이었는데 나라는 사람은 과거에 무척이나 연연하여 그 기억을 시도때도없이 매순간 떠올려 실망과 자책과 후회와 좌절이라는 사종셋트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것이 이미 습관화된 것처럼 보인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생각과 행동이 제각각이니 나도 나를 제어할 수 없을 지경이다. 서두르면 되던 일도 그르친다고, 너무 빨리 조급하게 그것을 고치려하기보다는 조금 더 slow , slow. 하지만 심지어 이 결심을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과거를 추억하고, 여전히 과거 속에서 '아, 조금만 더!'를 외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란 사람, 정말 못말리겠다.

 

 

 

개 중 또 하나, 잊고 싶지 않은 글귀는 생각이란 머릿속을 이리저리 떠다니는 희미한 구름 같은 것이 아니다. ······ 생각은 리허설 중인 행동이다. 당신의 생각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잭 캔필드, 잭 캔필드의 Key」 라는 문장이었는데, 잭 캔필드, 잭 캔필드...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했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대표작이 있지만, 그것을 건너뛰고 「가족,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라는 책으로 만났던 그였다. 내가 읽었던 그 책은 많은 작가들이 총출동이라도 하듯 무더기로 '가족'이라는 타이틀로 단편을 내놓는 바람에 지루하기도 했고, 끊기는 맥이 짜증났던 그런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 말이 샜다. 어쨌든 「잭 캔필드의 Key」라는 책에서 마음을 흔드는 이런 글귀가 숨어있다니 당장 찾아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론다 번의 시크릿을 재연할 생각이신가,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책이랜다. 아, 그냥 책에서 본 것을 감사해하며 글귀에서 그쳐야겠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흔들고 결심은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백마디 말이 아닌 하나의 문장이라 생각하고, 과연 그러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무수한 글귀들을 나열해놓기만 한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는 나열해놓지만은 않았고, 구절 밑에 자신의 짤막한 생각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식의 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어떤 유명하거나 특별한 책이 아닌 손때가 묻은 책을 읽으며 찾아서 그 속에서 얻는 깨달음인데, 그것은 천군마마를 얻은 것보다 더한 감동의 쓰나미를 안겨주고, 그것은 나는 상상할 수도 없는 나의 머릿 속 어느 곳엔가 안착하여 두고두고 나를 위로한다. 하지만 글귀가 나열되있는 것은 생각보다 그 여파가 크지 않음에 책을 허투루 읽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 책을 힘겹게 읽은 후에야 나중에 다시 한번 책장에서 꺼내 들춰봐야겠다,며 생각하지만 그것은 한낱 기약없는 약속에 불과함을 모르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난 그의 작품은 조금은 허무하고 허망하여 허탈한 기분마저 감돈다고. 애초에 전에 읽었던 에스프레소와 같은 맛이 나는 자기계발서일 것임을 확신하며 기대한 내 과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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