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책을 집어든 손에서 전율이 지지직,하고 울려퍼지며 알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나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었던 것이 그의 이름을 보는 순간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2009년에 열 몇 편의 책을 내며 다작을 했던 그였지만, 올해 2010년들어서는 개정판까지 하여 꼴랑 5권을 냈다고 하니 그에게 독자라는 이름을 가진 나는 알 수 없는 섭섭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그의 책을 올해 초에 「비밀」,「사명과 영혼의 경계」이후 세번째 접하는 주제에 섭섭함이랄 것도 없지만, 실은 아직도 그가 책을 냈다고 하면 괜스레 눈길 한 번, 손가락 한 번이 더 가는 것이 그에 대한 애정이라고 박박 우기고도 싶다. 하지만 몇 권씩 후딱 해치우던 작년과 현저히 줄어든 그의 작품에 대한 설레임이 나조차도 낯설어 무작정 기피하고 있었던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의 책은 읽으면 읽을 수록 깊은 수렁에 빠지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질린다,는 표현을 쓰는 것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을 보니 어쩌면 막대사탕과 같을지도 모른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조금 남은 막대사탕을 쪽쪽 빨아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 단맛이 신물로 변했을 때에 혹은 입 안에 까슬까슬한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에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나는 어리석게도 이 곳에 적용하는 꼴이다.

 

 

 

실은 나는 그의 책에 대한 서평이랄 것 없는 그것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고 읽는 순간 서평을 쓰겠다는 생각을 애초에 접어버리게 된다. 써봤자 그의 트릭에 속았다,라는 뻔할 뻔자의 똑같은 서평만 써내는 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용의자 X의 헌신」과 「백야행」의 같은 경우는 읽고서도 쓰지 않은 대표적인 예인데 남들 다 좋다고 하던 전자의 작품은 작가의 성품이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이며 지극히 헌신적인 사랑에 질릴대로 질려버린 나는 그 흔한 감동의 물결을 느끼기는커녕 그가 보기좋게 풀어내는 추리에 집중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내가 그의 책에서 최고라고 손꼽고 있는  후자의 작품은 서평을 써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인데 내가 느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당황했기 때문이리라. 그 때에 세 권이라는 압박감을 뚫고 순식간에 읽어버린 책의 스토리는 머릿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음에도 두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철필대를 잡은 손은 도무지 움직일 기미도 보이지 않고 그것으로 인해 오는 갑갑증은 결국 에레이,하며 서평쓰기는 글렀다고 읽은 것으로 족하자고 마무리를 지어버렸던 생각이 난다. 그러고서 올해에 들어 읽은 책의 느낌을 간략하게나마 쓰자는 나 혼자만의 약속이 그의 책에 대한 짤막한 평을 허락했다.

 

 

 

전같았으면 휴, 또 단편이야?라는 생각 먼저 했을텐데 이번엔 그런 생각은 할 틈도 없이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이 오랜만에 잡은 그의 책에 대한 설레임이 한층 증폭된 것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예지몽」을 읽고나서 「기묘한 신혼여행」과 「범인없는 살인의밤」을 읽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단호하게 안녕!하고 돌아섰던 나에게는 매우 놀라운 발전(?)이라고 생각될 만큼 오랜만에 그를 만나는 것을 소풍가는 아이인양 즐거워했다. 그래서 나의 곁을 묵묵히 지키고 섰는 그도 어제 밤엔 오랜만에 내 목소리가 즐거워보인다,고 하였는데 아마 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탐정클럽」 에 나오는 다섯 편의 단편 ‘위장의 밤’,‘덫의 내부’,‘의뢰인의 딸’,‘탐정 활용법’,‘장미와 나이프’는 - 조금은 억지로 만들어낸 듯 보이는 - 밀실이라는 틀 안에서 그 안의 내부사정을 꿰뚫어보는 식이다. 어떤 이야기인들 독자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지 않겠냐만은 그 중 ‘탐정 활용법’은 특히나 등짝을 후려치는 반전이 아직도 얼얼하게 남아 도무지 떨어지질 않은 채로 덮은 탐정클럽의 첫 표지에 가 붙어있다. 아, 히가시노 게이고. 당신은 진정 날 다시 당신 편에 세울 작정이신가.

 

 

 

부잣집 고객들만 응대한다는 탐정클럽의 두 명의 남녀(검은 양복 차림의 남녀였다. 둘 다 훤칠하다. 남자는 얼굴선이 조각상처럼 뚜렷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음침한 분위기를 풍겼다. 여자도 길게 찢어져 위로 치켜올라간 눈매의 미인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어둡다는 느낌이 들었다. (p201))가 사건을 단시간에 - 책이라서 그리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 휘어잡고는 그것에 대한 결론은 이 자료를 해석한 결과, 우리가 더는 이 사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건의 결말은 당신이 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걸 가지고 온 것입니다. 이 자료를 보면 아마 당신도 우리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그 결론을 가지고 어떻게 처리하든 그건 당신의 자유입니다. (p81) 라며 마무리한 사건까지 - 물론 사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 짝짝짝, 박수를 쳐주고 싶을만큼 그의 결말에 매력을 느낀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단편들에서는 열린 결말을 보여주고 있기에 마지막은 독자가 생각할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는 것에 또 한번 책을 읽는 묘미를 느꼈던 듯 하다. 하지만 장편이 아닌 단편,이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독자에게까지 내비춰주지 않고 그들에게서 결말만 전달받는 식이기에 독자입장에서는 사건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해야할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식에서도 독자에게 상상력을 만들어줄 시간이 약간은 필요했을텐데, 너무 과감히 잘라버린 것 같아 안타까움이 가장 진하게 남는 부분이었다. 역시 단편이기에 제대로 버무려지지 못한 것과 같은 느낌이 아직도 하나의 응어리로 남아 2%를 훨씬 넘는 20% 부족한 부분이라 생각되지만, 그를 만났다는 것에 의의를 두며 즐겁게 읽은 것으로 족해야겠다,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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