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청춘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없던 여고생이었을 땐 얼른 스무 살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돈을 벌고 싶은데, 소위 괜찮은, 눈에 차는 '알바'라는 것에는 스무 살이라는 나이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스무 살이 되지 않았어도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고작 2,3살 어리다고 하여 내가 못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번번히 퇴짜를 맞곤 했었더랬다. 게다가 야간자율학습이라는 틀 안에서의 고등학교 생활은 잡았던 일도 포기하게 만들어 버리기 일쑤였기에, '내가 스무 살만 되봐라' 라며 입을 앙 물고 스무 살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어느덧 꿈꿔왔던 스무 살이라는 나이를 지나쳐 스물세 살이라는 나이에 이른 지금에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라고는, '아 - 다시 고등학교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라는 마음 뿐이걸. 스물세 살이라는 나이를 먹고도 아직 내 앞에 주어진 삶이 마냥 불만스러워 투덜거리기를 밥 먹듯 하고, 힘들다며 찡찡거리는 것도 단연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우는 나의 지인들이 있고, 누가 날 미워하면 눈물부터 나는 아직도 마냥 어린 애 티를 못벗은 채로 어른이라는 가면을 억지로 씌워 쓰고 있는 꼴이다. 그런 나에게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라며 거부할 수 없는, 유혹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이 품 안에 스며들었다.

 


 

 

다 읽고 나서 말이지만 이 책을 한 자리에서 휘리릭 읽을 수도 있었고, 밤을 꼬박 새서라도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손에 착 감겨 떨어질 줄을 몰랐던 책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한 자도 허투루 읽을 수 없었던 이유, 아마 읽은 사람이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래, 나도 이런 때가 있었지' 라며 공감도 하고, 내가 미처 발을 들여놓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옆집 언니가 '앞으로 세상은 너에게 이럴지도 몰라' 라며, 조언해주는 듯 하여 활자를 읽으면서도 고분고분 옆에서 듣는 시늉을 내기도 했다. 실은 책에서 '그'와 '그녀'를 지칭하는 주어가 분명하게 나와있기에, 뭐를 중심으로 쓰는 것인지도 몰랐던 나는 작가가 여자라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았더랬다. 나의 그가 작가가 여자니까 그렇지, 라고 내뱉었는데 난 당연하다는 듯 '아니야, 남자작가야' 라고 반문하면서도 의아해서 급기야 책을 덮고는 강세형 이라는 작가의 이름 세자를 검색창에 재빨리 써넣고는 검색을 망설였더랬다. 내 예상대로 하마터면 작가가 남자였더라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불만이 응어리져 터져나오며 그간 읽었던 활자에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었기에.

 

 

 

누구에게나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실망' 중 하나는 이것일 테니까. 나 자신에 대한 실망. (p119) 실망이라는 것엔 여러 종류가 있고, 그것을 느끼는 주체는 항상 내가 된다. 그러던 9월의 어느 날, 내 자신에 대해 극도의 자괴감에 빠져 허덕거릴 때가 있었다. '왜 난 이 모양, 이꼴인거야? 그렇지, 그동안 허투루 했으니까, 충분한 노력이 이뤄지지 않았으니까' 라며 자책하다가 급기야는 '이것 하나 해내지도 못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 라며 나 자신에 대해 회의감이 넘쳐흘러 더는 주체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으로도 붙잡지 못했던 그것을 붙잡아준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나의 마음가짐이었다. '까짓것 다시 해보면 되는거지, 못하는게 어딨다고' 라며 다이어리에 '난 나를 믿어'를 몇 번이나 끄적여 놓았는지 모른다. 아무리 옆에서 '넌 그것밖에 안 돼, 그냥 포기해'라고 말한다 한들 반대로 '이대로 포기하지 마.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 한들 내 자신의 한계는 나만 알고 있다. '난 결국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여기까진 건가?' 나 조차도 이런 생각이 들 때 그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건 결국 믿음, 나에 대한 믿음, 자신감이다. 실패. 좌절. 이런 것들이 한두 번도 없는 삶은 아마 없을 거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그것들을 넘어서느냐, 넘어서지 못하느냐. 어쩌면 꿈을 이뤄내는 사람과 이뤄내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그것뿐일지도 모른다. (p334,335) 어떻게 그것으로 빠른 회복을 거머쥐었는지 나조차도 의아해하던 찰나, 이 글귀가 눈에 와 닿았다. 그래, 내 자신에 대한 믿음. 아마 나에게 그런 일이 없었다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반문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이 글귀를 발췌하여 그에게 보내주었다. 나에게 닿은 이 글귀가 그에게도 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내가 이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끌어안을 수 있다고 감히 내뱉진 못하겠다. 이 책은 그녀가 말하고 싶어하는 그 많은 사연들 중 '아니아니-' 라며 고개를 저으며 회피해버리고 싶은 것도 있기에,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분명 내가 상상하는 것처럼 쉬운 것만은 아닐테지만, 그것을 같이 공유하고 위로해줄 이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또 한번 각인시켜준 셈이다. 언젠가 삶의 무게에 깔려 버티기 힘들어 누군가의 손길조차 마음의 짐처럼 느껴질 때에, 다시 한번 펼쳐들고 싶은 책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한 책,이라며 책을 마무리했다. 강세형 작가, 마침표만 보고 세상을 살아가느라 쉴 틈조차 쉽사리 허용하지 못했던 나에게 쉼표,를 내밀어줘서 고마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