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불의 집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 미스터리물을 읽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고 종전에 읽은 미스터리라고는 기분좋게 읽은 '새의 살인'이 나를 굽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을 책과 확연히 다른 점은 '밀실사건'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밀실이라하면 내용이라던가 구성에서 조금 아쉽게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과 후'를 생각해내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아쉬움을 이 책에서 찾고자 한 것이 화근이었다. 서평을 쓰는 지금, 햇빛이 가을이 오는 것을 원치 않는지 맹렬하게 압박하여 다시 여름이 억지로 찾아온 것만 같은 기분마저 감도는 오늘은 9월의 어느 날이다. 오늘같은 날 읽었더라면 조금 다른 느낌이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보지만 금세 마음을 바꿔먹고는 하긴, 날씨에 책의 느낌이 달라진다니 그보다 억지는 없을 것이다,라며 이 책을 읽은 그 때를 떠올린다. 실은 나에게 '기시 유스케'라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럼에도 낯설지 않음이 원래 다니던 길을 지나가는 것과 같이 익숙하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알고 있는 '검은 집'을 원작이 아닌 영화로 먼저 접했던 나에게 그 작품은 '광란' 이라는 단어로 자리매김하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원작이 더욱 괜찮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영화의 거대한 무게에 짓눌려 원작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검은 집을 쓴 작가는 머릿 속에 각인되기도 전에 그렇게 잊혀져갔다. 한참 후에야 그의 작품인 이 책을 들었을 때에 검은 집을 떠올리며 좋은 영화는 좋은 원작이기에 나올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기대감을 한껏 안고 시작했다. 오 마이 갓, 책을 펼친지 두장만에 소녀가 죽었다. 장소는 밀실이다.

 

 

 

 

아, 제기랄. 방심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넌더리가 났다. 단편이었던 것을 하나의 단편이 끝난 뒤에야 알아차렸다는 점과 또 하나는 기시 유스케라는 작가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안았다는 점이다. 기시 유스케의 책이기 때문에, 라는 이유로 이 책을 끌어안기엔 상당히 큰 무리수가 있음에 분명하다. 이 책은 「도깨비불의 집」「검은 이빨」「장기판의 미궁」「개는 알고 있다」라는 총 네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챕터 하나하나가 어째서, 왜? 라는 말만 되풀이되게 만드는 이 책을 도무지 정성어린 손끝으로 애무할 수 없음이 그 까닭이다.

 

 

 

특히나 「장기판의 미궁」에서는 "잠시만요. 증거는 아무 데도 없어요." 라고 말하며 범인의 입을 막으려 들지만 도리어 범인이 "아니에요, 증거는 이미 충분해요." 라고 뇌까리는 밀실의 도대체 어느 부분이 흥미롭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음에 가슴이 꽉 막히며, 이보다 해괴망측한 일도 없을거라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개는 알고 있다」를 다 읽고 난 뒤에는 추리 한번 저질…스럽다,라는 말이 제 멋대로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와 나조차도 화들짝 놀랄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케이 씨가 풀지 못하는 밀실도 있군요. 저도 반성해야겠어요. 케이 씨에게 물으면 뭐든지 답이 나온다고 안이하게 생각했거든요……. 하긴 이번에는 조사를 엉성하게 하더군요. 그러니까 수수께끼도 풀지 못하죠." (…) "그쪽은 쉽게 포기하면 되지만, 전 밀실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큰소리 뻥뻥 쳤다고요! 저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되지요?" (p300) 준코의 말을 눈으로 훑으며 '뭐 이딴 여자가 다 있어'라고 생각했다면 내가 망언을 한 셈이 되는가? 어째서 전직 도둑에게 자신의 권리를 모조리 떠넘기고자 안이한 변호사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준코의 저 말은 어린 아이가 사탕을 달라며 보채는 꼴이지 뭐냔 말이다.

 

 

 

 

이 책에 나는 도무지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없고, 주고 싶지도 않기에 다른 분의 서평에 있는 달려있는 별 다섯개 또한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이라고 할 것 없이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뒤 느낌은 '밥을 먹기 위해 반찬을 다 차려놓았는데 정작 밥이 없을 때' 처럼 허망하기 그지없기에 그처럼 표현해도 무방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으로 기시 유스케에게 실망을 했다거나 다시는 그의 책을 들여다보지 않아! 라고 할 망언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 책이 나에겐 그의 첫 작품이고 다른 책을 읽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으리란 생각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까지 그의 다른 작품에 거는 기대가 꽤 크기에 이 책으로는 덮어버릴 수 없다, 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는 아직도 그의 작품이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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