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살인
윌리엄 베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을 과감하게 안녕,하고 보내자니 뜨뜻미지근한 무언가가 나를 붙잡고는 놓아주질 않아 한참을 애먹었다. 작년 즈음엔 추리소설의 대가라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든 책을 섭렵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작품만 거진 열 권 안팎의 책을 읽었기에 인물들의 동선에 따라 쫓고 쫓기는 긴박감이 넘치는 남부럽지 않은 추격적을 몇 차례고 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추리소설이라고 해봤자 '이게 추리소설이 맞아?' 라고 되물음을 할 정도로 기가 차지 않는 소설들이 나로 하여금 실소를 터뜨리게 만들기에 충분했기에 그 후로는 추리 소설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고 손을 뻗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아마 그 이후로도 추리 소설에 눈길도 주지 않아 '새의 살인'을 접하지 못했더라면 매우 애석한 마음을 감추지 못할 뻔 하였음을 책을 다 읽고 난 뒤에야 안도의 숨을 고르며 토로한다.

 

 

 

여기자 팸은 아이스링크에서 새 한마리가 스케이트를 타던 여자의 목을 물어뜯어 잔인하게 살해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그 기사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해고의 위기에서 탈출하게 됨은 물론이고 극적으로 스타로 등극한 팸은 그 자리를 유지해야겠다는 일념때문이었는지 더 큰 특종을 잡기 위해 새를 관찰하던 중 그 새는 송골매라는 것을 알아냈고, 그 매 뒤에는 그것를 조종하는 사냥꾼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 와중에 그녀는 몇 차례 발신인이 송골매인 어떤 사람에게서 우편을 받게 된다. (…)

 

 

 

시점은 여기자 팸과 형사 제이넥과 매사냥꾼인 홀랜더의 시점이 맞물려서 이야기를 꾸려나가기에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다방향으로 그들이 역할 수행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지 제 3의 입장에서 오롯하게 관찰할 수 있다. 혹은 각자가 팸, 제이넥, 홀랜더의 입장이 되어 사건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대부분 추리 소설을 읽을 때면 나는 온전한 제 3자가 되어 전체적인 구도에 관련된 인물들을 관찰하지만 이번만큼은 1인칭인 '패멀라 배럿'이나 '제이넥'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1인칭인 '홀랜더'에 시선을 꽂고는 그의 행동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책의 또 다른 주연은 단연 송골매였다. 새를 쳐다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소름끼쳐해서 보기만 하면 고개를 홱 - 돌려버리고 외면하는 내가 어째서 이 책에 시선을 주었는지 모를 일이다. 어찌됐건 그 정도로 새를 싫어하는 나에겐 작가가 친절하게도 송골매를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것이 나에겐 매우 불친절하게 다가왔다. 그 와중에도 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그저 네트워크상에서 따온 것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역량부터가 달랐음에 감탄을 자아내며 그것을 작가의 손길이 스쳐간 활자 그대로를 상상하며 읽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읽고 나서 최고다, 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들 정도는 아닐지언정 이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된 추리 소설 한 권을 읽었다 얘기할 수 있지, 싶었다. 사실 이 책은 범인을 아니, 반전을 400페이지가 넘는 중에 200페이지도 안되서 노출시켜 버린다. 헌데 그것이 오돌토돌한 것 또한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매끄러움으로 노출시키기 때문에 그것을 읽어내리는 독자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책의 끄트머리도 아니고 중반을 넘어가지 못하고 반전을 드러내는 책이라니. 그래서 결말까지의 간극을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대해 더 많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것이 사실이고, 한편으로는 그 간극동안 독자가 범인을 알고 있기에 겪어야하는 지루함이라던가, 단조로움이라던가 하는 고초들도 생각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것 조차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끝까지 독자의 긴장 상태를 고스란히 가지고 끌고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나간다. 비록 결말이 무책임할 정도로 아쉬운 듯 보였지만 그 결말이 아니고 다른 결말이었더라면 만족했을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도 나름대로의 생각할 거리를 만들었다 생각했다. 오랜만에 좋은 작가를 만났다. 윌리엄 베이어, 그의 이름을 수첩에 적어놓으며 또 다른 작품을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