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민음 경장편 3
하재영 지음 / 민음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추적추적 비가 날리고 있는 한 낮의 한가로운 오후에 연신 뻐끔거려 눈에 그렁그렁 매달은 눈물을 스윽 닦아내고는 그간 읽은 책의 서평을 쓰려 손가락 사이에 끼운 볼펜을 한바퀴, 두바퀴 빙빙 돌리고 무언가 생각난 듯 한참을 끼적거리다가 두서없는 글에 금세 샐쭉해져서 그마저도 두고 그와 상관없는 책을 내리 읽어가다가 겨우 30페이지가 남은 책을 읽을까 말까 10초쯤 망설였을까, 결국 그 자리에서 책을 다 읽어버리고는 엉켜있던 책의 내용을 제 자리에 끼워 맞춰놓았다. 책 한 권을 끝마친지 10분도 안되서 새로운 다른 책을 손에 움켜잡고 읽기란 대단한 과욕이라 생각하는 내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고는 햇빛에 뽀송뽀송 말린 이불을 배까지 끌어올려 덮고 잠을 자는 것 뿐인데, 아무리 일이 없다한들 회사에서 잘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리하여 내가 선택한 것은 하재영 작가의 '스캔들'에 대한 같잖은 서평이라는 구색에 대강 맞춘 글짓기이다. 하지만 그리 재미도 감동도 감성을 끌어내지 못하는 이 책에 대해 쓰라고 하니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생각조차 하지 않은 나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책의 질과 양이 얼마만큼 비례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장편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의 두께를 보고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좌우로 절로 저으며 읽었던 책이었다. 그럼에도 다 읽고 나서는 '질과 양은 반비례하다'라는 문장이 머릿 속에서 새로이 성립되기를 희망했으나, 책을 다 덮고 난 후에는 그것을 희망했다는 것조차 머쓱해질 정도였으니 이만하면 알만하지 않은가. 책의 중점은 '연예인의 자살'이라는 주제로 묶여져 있다. 아니 그런 듯 하다. 중간중간 주제를 잊게 만드는 알 수 없는 요소들이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그런 듯 하다는 이유가 된다. 그것은 혀를 간지럽혀 구태여 내 입술 사이로 짜증이 새어나오게 만든다. 제기랄. 책에서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당연하지, 그래서 이 책은 아미가 죽은 원인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도 않는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그런 의도따위는 없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들을 향한 잣대가 그들을 죽였다고 그것을 비판하지만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어떠한 - 혹은 잘 알려져있는 구식이라도 - 문제해결방법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그저 문제점만 제시해놓고는 뒤꽁무니가 빠져라 도망가버리는 식이다. 이런 식의 내용이 혹자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며 좋아할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거부한다.

 

 

 

루머는 스스로 번식한다. 루머의 자가 번식에 필요한 것은 불특정 다수의 호기심뿐이다. 호기심은 선의에서 우러나지 않는다. 그 안에는 타인의 치부를 훔쳐보고 싶은, 관음증을 닮은 저열한 욕망이 있다. 호기심에 사로잡힌 이들은 루머의 끝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더라도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할 결말을 지어내려 하지 않을까? 그 결말이 완전한 창작, 100퍼센트의 허구여도 말이다. (p116)

 

아무리 이 책에 반감을 가졌다한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컴퓨터 앞에서 끼적끼적대는 누리꾼들의 자세이다. 재미삼아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는다고. 하지만 그에 따른 대응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더디지만 조금씩 자리메김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가. 네트워크상의 가장 큰 문제인 익명제를 실명제로 탈바꿈(완전하진 않지만)되고, 사이버 수사대가 출동한다. 그것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것은 그들을 손가락만으로 중얼중얼거릴 수 있는 악플러들로부터 도피시킬 수 있는 방법이고, 그것들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기가 힘들어 세상을 놓아버리는 꼴이 도대체 왜, 불쌍하고 안타깝게 여겨지는지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 것도 헤쳐나오지 못하는 어리석고 우둔한 동물,이라는 생각만이 머릿 속을 맴돈다. 혹은 요즘같은 연예인들의 도미노식 자살은 관심받고 싶은 그들의 최후의 발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스치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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