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 의열단, 경성의 심장을 쏘다! 삼성언론재단총서
김동진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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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쓰는 오늘은 의도하지 않은 광복절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고,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경축하는 날> , 지금도 매스컴에서는 줄기차게 광복절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지만, 그저 자신의 밥줄을 채우기 위한 요깃거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무심하리만큼 정갈한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속이 매스껍다 못해 토악질이 절로 날 지경이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반복해대는 아나운서들의 목소리를 허공으로 보내버리고 컴퓨터를 켰는데, 메인기사에 뜬 몇 개의 그저 손가락만 까딱까딱거린 인터넷의 기삿거리 또한 날려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에 무시해버리는 것이 최대의 선택인 지금. 그들의 모습이 가식적으로 보일만큼 예민해져있는 까닭은 새삼 일제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광복절을 맞이해서 감동이나 해방감을 느껴서라기 보다는 책을 읽고 난 후에 나라를 지키려 했던 의열단 열사들의 위험하리만큼 무모한 행동들이 뇌리에서 떠나지않고 머물러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저는 역사가 궁극적으로 '기억하는 자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찬란한 역사적 사건도 후손들이 망각하면 사라지지만 아무리 쓰라린 경험이라도 후손들이 잊지 않고 되새기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의열단의 처절한 투쟁사를 기억한다면 결코 100년 전의 쓰라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p8) 작가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이자 궁극적인 목적이다. 작가보다는 세계일보 도쿄 특파원이라는 타이틀이 더 잘 어울리는 김동진 작가는 이 책을 써내기 위해 3년동안 해방 전 신문, 문서, 각종 서적 등 수많은 자료를 검색하고 취합했다 하였는데 과연 이 책에 실린 그 때의 자료들은 우리가 쉬이 접할 수 없는 더 없이 소중하고 값진 것들이었다. 책을 읽으며 작가의 3년간의 노고가 그대로 느껴져 새삼 고개가 절로 숙여졌더랬다. 이렇듯 우리의 역사를 잊지 말자며 아팠던 그 날을 되새김질하는 이도 있는데, 그에 반해 어느 순간 나에게 있어 광복절은 내가 학교다닐 때도, 직장을 다니는 지금에도 쉬는 날인 공휴일로 굳어버렸다는 생각에 개탄스러움과 함께 오는 자괴감을 감출 길이 없다.

 

 

 

실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이 책에서 내가 아는 이라고는 김상옥뿐이었다. 하지만 안다한들 두어번 들어본 적 있다하여 아는 척 하는 것일 뿐, 그들이 그 시대를 살면서 어떤 일을 해왔는지조차 모르기에 알면서도 모르는 사람인 것이다. 그저 의열단인 것을 알고 있기에 아마 이랬을 것이다 라며 지레짐작하는 것 외에는 더 이상 아는 것이 없다. 거의 백지상태로 책을 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책의 시작은 #1. 누가 종로서에 폭탄을 던졌나로 시작하여 #14. 김상옥 최후의 순간으로 김상옥 열사의 거침없는 독립운동기를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그는 "생사가 이번 거사에 달렸소. 만약 실패하면 내세에서나 봅시다. 나는 자결하여 뜻을 지킬지언정 적의 포로가 되지는 않겠소." 라고 말할 만큼 진취적이었던 사람임에 분명한데, 내가 그의 업적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이유는 그 거사가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었으리라. #15. 풀리지 않은 의혹에서는 종로에 폭탄을 던진 사람이 김상옥 열사냐, 아니냐를 근거를 따지며 규명하고 있다. 그 결과로 당시 <조선일보>는 3월 16일자 신문에서 "(경무국의 발표내용과 김상옥 동지들의 재판정 진술) 이런 사실 내용을 볼 것 같으면 김상옥은 정녕 폭탄 범인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고 한다. 하지만 1923년 1월 12일 밤 8시경에 종로경찰서 서편 동일당이라는 간판집의 모퉁이에서 경찰서 서편 창문을 향해 폭탄을 투척한 사람은 김상옥 열사였다고 이 책이 아닌 외의 정보망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총독부와 경찰의 눈이 김상옥 열사에게 쏠려있던 그 시기에 또 다른 곳에서 폭탄거사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그것은 #16. 또 다른 의열투쟁의 전조로 시작해 #30. 믿을 수 없는 실패로 끝나게 된다. 이는 2차 폭탄암살투쟁을 위한 폭탄 반입 작전에서 저자의 애정어린 시선이 가닿는 곳엔 황옥이 있다. 황옥의 별칭은 황만동으로서 일제 고등계 형사이지만, "비록 지금은 일제의 주구로 일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조선 독립운동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가고 있었다."며 앞으로 약산과 의열단을 도와 독립운동에 '분골쇄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p205) 하지만 나는 그가 일제 고등계 형사라는 이유만으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지만, 점점 나 역시 그에게 호기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현재 '황옥경부사건'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이 역시 실패로 끝난 거사이기에 우리들의 머릿 속 한 구석에 자리메김을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던 듯 싶다.

 

 

 

이렇듯 우리는 잊고 살면 안되는 고마운 분들을 너무나도 자연스레 잊고 산다. 그 분들을 한분,한분 거론할 만큼 모두 알지 못하지만, 이 나라를 위해 싸워온 그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 시대와는 상반되는 편안한 세상 속에서 햇빛이 말려주어 그에 따른 냄새가 나는 이불을 끌어안고 내가 살지 못한 시대의 책을 읽으며 우리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당시의 상황들을 머리 한 쪽 구석에 내 멋대로 그릴 수 있는 것이리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시대를 비추고 있는 햇빛 속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암흑만이 가득했던 그 시대에서 흘렸을 그들의 눈물들을 닦아주어야만 할 것이다.

 

오탈자 p
183 첫번째줄, 그와의 약속만큼은 꼭 지키기 싶어 → 지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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