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산다는 것 -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관계로부터 담담하게
이모겐 로이드 웨버 지음, 김미정.김지연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나는 나를 찾기 위한 책을 많이 읽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전에 읽었던 <팬이야>가 그랬고, 지금 서평을 쓰는 <나를 위해 산다는 것>도 그런 류이다. 예쁜 에메랄드 빛을 띄고 있는 이 책의 표지와 커다란 제목은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내가 지금 몸을 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관공서를 위주로 계약 체결을 하지만 오래되지 않은 , 아직 병아리 삐약삐약일 뿐인 회사는 전국에 있는 시·도교육청, 학교의 비위를 살살 달래어가며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owner부터 시작하여 업무를 짊어진 모든 이들의 스트레스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기는커녕 그것이 하늘을 찔러 올해는 유난히 해가 분노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므로 누구 하나 빈둥빈둥 노는 이가 없고, 머리카락을 쭈뼛세우고 이리저리 뛰어다닐 적에 그 속에서 제외되는 나는 도면이나 패턴도 따위를 그려내며 사무실에서 에어컨 바람을 실컷 쐬며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윗분들의 스트레스가 나에게 화살로 꽂히지 않게 하기 위해 정도껏 눈치를 봐야하는 스트레스를 만만치않게 받고 있고, 또한 그래서 퇴근하고 돌아온 집에서는 하나의 인격체로 대접받기에 앞서 맏딸이라는 지위에 걸맞게 자칫 허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의젓함을 가장한 삶을 살던 내가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해 - 그리 오래가진 못할테지만 잠시뿐이라 하더라도 - 오롯하게 내 자신을 들여다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한마디로 - 매우 - 긍정적으로 말한다면 싱글녀들을 위해 차린 만찬이라고 해도 전혀 부족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 남자, 친구, 스위트홈, 가족, 외출, 건강' 이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 무엇하나도 빠지면 안될 필수불가결한 조건들 중 하나이다. 저자는 이것들을 하나의 보따리에 집어넣어놓고 독자들에게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그것에 관한 이론을 펼치고 있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 중 그나마 마음에 와닿는게 있었다면 단연 일이었다. 우리는 항상 직장에 대해 불만을 품는다. 페이가 작다던가, 일이 힘들다거나, 직장상사가 못되게 군다거나, 하다못해 출근시간이 너무 이르다거나, 퇴근시간이 너무 늦다거나 하는 그런 사소한 일에서부터 문제점을 찾기에 바쁘고 그것에 불만을 품지만 딱히 어떠한 해결방안도 찾지 못한다. 그러다보면 그것들은 점점 모아져 알 수 없는 스트레스로 변질되어 최악의 경우 다니던 직장을 관두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나 또한 일을 시작할 때의 패기와는 달리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님을 깨닫고는 회의감을 많이 느끼고 있기에 어떠한 만족따위는 얻을 수 없는 남들과 같은 틀에 박혀 출근해서 일하다가 시간되면 퇴근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사람은 진정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야만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저자는 임시방편의 직장이라도 내가 괜찮은 사람임을 느끼게 해준다고 하는 문장을 읽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글쎄. 라는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끔찍한 직장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훨씬 낫다. (p23) 는 문장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던 이유는 나 역시도 원하는 일이 아니지만 당분간 내가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음으로 해서 스트레스는 많이 받고는 있지만 한켠으로는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것이 기정사실이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지 말고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자. (p28) 낯이 많이 익은 이 문장을 나는 안은영 작가의 여자공감에서 이미 접했던 이력이 있다. 그 때 그 한줄의 짤막한 문장은 항상 남들과 비교하며 프레임에 빠져살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었는데, 그것도 책을 읽는 그때 뿐이었고, 다시 이 문장을 곱씹게 되었을 땐 마치 내 마음에 꼭 와닿는 문장을 찾았다는 희열에 가득찼고, 점점 이 책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게 왠걸. 내가 도대체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무엇을 얻고자 끝페이지까지 도달해야하는가 하는 짜증이 솟구쳐왔다.

 

 

 

물론 섹스는 연인 사이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싱글녀다. 당신이 철이 여인이 아닌 이상 우리는 가끔 우발적 섹스를 한다. 남자들은 원나이트스탠드를 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자들은 우발적 섹스를 한다. (중략) 우발적 섹스를 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들볶지도, 죄책감을 갖지도 말자. 우리는 즐겼다. 그때 그것을 원했다. 그랬으면 됐다.(p121) 내가 이 문장을 오롯이 순수하게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싱글녀가 아니어서 그런가? 하는 막연한 의구심보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금 이해하기에 힘든 부분이 아닐까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인터넷상에서 비슷한 글 - 예를 들면, 술먹고 누구랑 잤어요. 하는 등의 - 글이 올라오면 자신의 육체적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기에 앞서 조금 격하게 자신의 몸을 아끼지 못하고 홀대하는 미친년이라고 욕하기도 하고 그 글에 달려있는 댓글들 또한 모두 악플로 가득 차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몸에 무성히 있는 털들에 대한 제모를 거리낌없이 부탁할 수 있는 수 있는 정도의 게이친구가 있고, 싱글이란 시기는 책임감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기다. (p173) 라는 말을 하며 싱글녀이기에 아이의 신발을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 돈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다른 무언가를 투자할 수 있다는 경제적 여건을 언급하는 것을 보며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 문화권 자체가 다르기에 그럴 수밖에 없음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 저자를 이해하기란 나에게 좀 어려운 과제가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을 통해 나를 찾기는커녕 이 책을 읽는 동안 째깍째깍 잘도 지나가던 시간들을 다시 돌려놓고 그 시간에 차라리 다른 책을 읽었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며 시간을 허비한 듯한 애석함이 뚫고 지나갔다. 아직 내가 20대 초반이라는 초원을 달리고 있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몇 년이 좀 더 지나고 먼 훗날 다시 읽어보게 된다면 그 땐 조금 더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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