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를 첫 작품으로 시작했다. 그 책은 당시 '13계단'을 읽고 사형제도에 관심이 부쩍 많아진 내가 선택했던 작품이었다. 그 책을 읽었을 당시 꽤 발랄한 상태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손에 들자마자 극도의 우울함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누군가 이 책 어때? 하고 물어온다면 나는 단호하게 'NO' 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 중 한 권인 것이다. 그런데 그 책을 쓴 작가가 '쓰리'를 쓴 작가와 동일한 작가라는 것을 이 책을 다 읽고 이 작가의 이력을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다. 맙소사, 낭패다. 작가의 전작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안난다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실패작을 쓴 작가로 남아있다는 뜻이리라. 그런데 그의 작품을 품에 안고 읽게 된 계기는 지인의 선물 덕택이었다.

 

 

 

나는 책을 읽기 전 제목을 보고 쓰리가 무슨 뜻이냐며, 책을 읽고 알아주겠다며, 단단히 벼르며 책을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쓰리는 우리에게 흔히 3이라는 아라비아 숫자로 다가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세가지의 mission을 바탕에 두고 있어서 쓰리라는 제목을 지은건가, 그게 아니라면 니시무라, 기자키, 이시카와 이 셋을 두고 쓰리라고 하는건가 하는 의구심에 빠졌고, 좀처럼 해답이 나오지 않아 이 책에 대한 검색을 하는 도중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쓰리는 일본어로 <すり>라고 쓰는데, 이것은 '소매치기'라는 뜻이 있다는 말에 나의 생각에 혀를 내두르며 실소를 지었다.

 

 

 

니시무라. 그는 소매치기꾼(남의 몸이나 가방을 슬쩍 뒤져 금품을 훔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최소한 밑바닥의 인생을 살지않는다는 증거는, 부유한 사람들의 지갑만을 탈취한다는 것이다. 지하철(부유한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는지 의심스럽지만) , 공연장 , 공원 등 부유한 계층이 많이 모이는 그런 곳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닌다. 처음에 이시카와가 속해있는 조직에서 만난 기자키. 그러나 우연을 가장한 만남으로 인해 다시 마주치게 되고, 기자키는 누가 들어도 실패할만한 제안을 하게된다. 그것을 거절하면 전에 만났던 꼬마와 그의 엄마가 죽고, 실패하면 그가 죽는다. 그는 그 일을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때문에 애꿎은 사람이 죽는 것은 원하지 않기 때문인지 그 일을 맡게 된다. 그 일을 맡게 된 이상 그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했다. 하지만 매우 불가능한 일. 실현시킬.. 수 있을까?

 

 

 

난 작가의 무엇에도 감탄할 수 없다. 스릴감? 등장인물의 묘사? 그리고 책이라면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할 재미? 모든게 결여된 쓰리. 한 서평을 보는데, 스릴감이 넘친다, 라는 작가가 듣고 싶어하는 최고의 칭찬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반문한다. 도대체 어디가? …… 기자키는 시한을 정해놓고 그의 숨통을 죄여오는데, 그는 자신의 목숨이 달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한 일이라며 체념한다. 그러나 일을 성공시킬 수 있는 모든 것들은 계획이 아닌 우연으로 다가온다. 그러니까 그는 한가로이 먹고 싶은 위스키를 먹으며 그 미션들을 수행시켰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도대체 어느 곳에서 스릴감을 느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또한 등장인물의 위치기 애매모호했다. 나는 그 (이름이 나왔는지도 모르는) 꼬마아이와 그 엄마를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등장시켰는지 의아해졌다. 책이 클라이맥스를 달려가고, 마지막 남은 한장을 넘길 때까지도 모자의 이야기를 나타내는 한 단어도 없다. 그 아이를 아동보호시설로 보냈는지 어쨌는지 결말을 지은 상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나는 기자키가 하는 말들이 조금 속된 표현일지 모르지만, 미친놈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을 지껄이고 있구나. 라는 생각뿐, 그의 말 중 단 한 문장조차 동조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도대체 그의 문장 중간중간 활자 위에 점은 왜 붙어있는 것인지, 이해불가의 것이었다. 나보고 그 문장을 곱씹으라고? 그럴 가치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됐던 결말은 어느 독자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열린 문장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답답함에 가슴이 턱 막혔고, 한계에 다다르며 너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책을 써낸거냐며 작가후기를 읽고 한동안 그의 이름을 노려보았다.

 

 

 

이 책 또한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와 같이 덮을 수 없어서 읽었던 책 중 한 권이었다. 요즘 내 상태를 생각한다면 매우 부정적인 마인드로 써낸 서평인데, 감정적으로 써낸 서평에 조금 멋쩍어진다. 이 작품이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손꼽은 작가에겐 참 미안하지만 애석하게도 책을 읽은 독자 중에 내가 끼어있어서 이런 평밖에 내지못하겠다는 말을 전한다. 또한, 책이란 것은 읽었을 때 뭔가 남는 것이 없다 할지라도(사실 그런 책은 실패작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책을 읽은 후에 내가 이 책을 왜 시간까지 할애해서 읽어야하나, 라는 생각은 접어둘 수 있는 그런 책을 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