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미스터리 - 한국전쟁, 풀리지 않는 5대 의혹
이희진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2010년의 6월은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로 국민들이 오랜만에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것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하지만 6월의 흔적들은 여전히 한국의 곳곳을 지배하고 있다. 개중에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큰 상흔을 남긴 한국전쟁은 올해로 60주년을 맞는다. 민족상잔의 비극은 분단이라는 아픔으로 다가왔고, 지금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한국이라는 하나의 나라로 인정받기에도 꺼림칙한 남한과 북한으로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것이 한국전쟁이건만 우리는 그것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혹시 왜곡된 사실을 업데이트하지 않은 채로 머릿 속에 묵혀두고 있진 않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우리에게 이희진 작가가 한국전쟁의 풀리지 않는 5대 의혹인 '분단 배경의 미스터리, 의문의 38선, 전쟁 개시와 의혹, 역전과 재역전의 미스터리, 비극적 유산의 이면' 으로 다가오고 있다.

 

 

 

5대 의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장, 3장 뿐이었는데 기억나는 것만을 요약해보자면, 1장인 분단 배경의 미스터리에서는 분단의 근원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소련군의 태평양전쟁 참전 문제와 그 소련군을 끌여들여 비극적인 결과를 낳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우선 전황에 영향을 주지도 못했고, 군사력또한 빈약했던 소련의 참전 필요여부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한국전쟁의 배경이 되었었던 1945년 일본의 패망도 함께 거론한다. 미국은 1944년 6월에 마리아나 군도를 점령하고, 같은 해 10월엔 필리핀 전투에서마저 승리를 거두었다. 필리핀의 상실로 남방으로부터 석유 등 전략자원 수송이 불가능해지면서 일본 해군 존재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느낀 일본은 전투에 연합함대 전체를 투입해버렸다. 그러나 그 함대가 필리핀 전투에서 괴멸하며 이후로는 전투 함대로서의 해군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일본의 패망은 사실상 확정된다. 또 다른 의혹 중 3장에 나와있는 전쟁 개시와 의혹에는 전쟁당시 쓰였던 전차, 포, 총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그에 따른 설명들도 곁들여볼 수 있었는데, 우리는 북한에 비해 가진 무기가 얼마 없었고, 그 성능 또한 현저히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우리에게 제대로 된 무기를 제공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가설 중 하나는 국군이 잘 버텨 나가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내전에 미국이 개입하는 꼴이 되기때문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야 미국의 신속한 개입도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또한 몇가지의 의문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첫번째 의혹이 비상경계령해제였다. 6월22일~23일에 '인민군 군관으로 보이는 일단의 무리가 아군 측의 지형 정찰을 하는 것 같다'라는 보고가 들어왔고, 정보 실무자들이 내일 결론은 '북괴의 전면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며, D-Day는 이날(6월24일)이나 다음날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대책이라는 것이 '첩보대를 주요 지점에 파견해서 상황을 살피고 다음날 08:00까지 보고하라'에서 그쳤다. 하지만 전쟁은 AM 04:00. 두번째 의혹은 8사단의 행방이다. '제8사단은 충주로 이동하라'는 육군본부 명의의 전문을 수신했다고 한다. 중앙의 축선을 적의 공격에 그대로 방치해두고 40km나 서쪽으로 이동해 가라는 뜻인데, 당시 상황으로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후에 사단장에 대전 육군본부에 직접 확인해본 결과 들려온 대답은 '그런 명령을 하달한 적이 없다'뿐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미묘한 문제를 이념이나 이론의 틀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일정한 틀에서 벗어난 사건들은 수수께끼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수께끼가 많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또 있다. 지금까지 한국전쟁을 다루면서 군사적인 문제를 깊이 파고든 연구는 거의 없었다. 전쟁을 다룬다고 하면서도 막상 전쟁의 필수 요소는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셈이다. …… 이 책에서 주로 군사적인 요소들을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주요 국가들의 실질적인 행동을 살펴보며 그동안 수수께끼로 남았던 사건들의 내막을 파헤져보자는 것이다.” 라며 말했던 저자는 본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서 시선을 약간만 돌려 또 다른 양상들을 구축해나가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는데, 가끔 그 주장들이 강하다 보니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에 혼란을 일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그러다가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보면 그에 따른 근거들의 상실로 이것을 믿어야 하는건지, 말아야하는 건지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양상들을 보여줄 뿐, 그것들이 확실하다는 근거자가 있었더라면 저자를 좀 더 믿고 따라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았던 책이었다. 하지만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며 내 머릿 속에 들어있는 역사는 구시대 것들이었으며 그것들이 왜곡된 것도 모르고 그것들이 옳다고 배웠구나, 얄팍한 지식은 이 책을 읽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들며 이런 책들을 조금 더 일찍 접해볼껄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은 소설보다는 인문쪽에 눈길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이 책 속에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한번 더 읽으며 딱딱해진 머리 속에 보충 좀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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