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58 제너시스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7
버나드 베켓 지음, 김현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3월
평점 :

"… 세상은 내 안에 머무르는 거야. 내가 세상 안에 있고, 세상도 내 안에 있는 거라고.
나를 통해 우주가 스스로 알아가고, 그 어떤 기계도 나를 만들어낼 수는 없어. 내가 바로 의미야.”
이 작품에서 우리는 정확한 년도를 알 수가 없다. 처음엔 제목에 2058이라는 특정 숫자가 들어가있기에 2058년을 그리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 세명의 시험관과 아낙시멘더가 '아담 포드의 삶과 그의 시대, 2058년부터 2077년까지'라는 주제로 면접을 봄으로써 이미 책에서는 2077년조차 훨씬 뛰어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발버둥쳐도 살 수 없는 시대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안고서 등을 꼿꼿이 펴고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혼란에 빠져있던 어느 날 , 2032년에 사우디 아라비아 서방측이 의도적으로 자행한 것으로 보이는 테러가 발생했고 , 그로 인해 촉발된 전쟁으로 세계는 걷잡을 수 없이 혼란 속에 빨려들어가게 된다. 그 전쟁으로 인한 폐해로 인류가 멸망에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나 인류가 직면했던 진정한 위험은 정신의 쇠퇴였다고 말하고 있다. 즉 , 타인을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는데 , 사람들은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고 , 따라서 그 문제에 당당히 맞설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그에 플라톤은 한 섬에 정착하게 되고 그곳을 외부 세계와 철저히 격리시킨 채 공화국을 만들어낸다. 그리고는 공화국 주민들에게 안정과 질서에 바탕을 둔 사회를 창조하는 것만이 위대한 인류문명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안이라고 역설했다. 플라톤의 해결책은 급진적이지만 , 공포에 질린 상태의 사람들은 플라톤의 비전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주민들은 게놈 해독을 거친 뒤에 노동자, 군인, 기술자, 철학자로 나뉘게 되고 , 플라톤의 철저한 통제 아래서 지배되며 살아가고 있다.
책을 읽을 땐 몰랐는데 ,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쓰려고 폼잡고 앉아서 등장 인물의 이름을 끄적끄적대다가 피식 - 웃음이 나왔던 이유는 , 이 책의 등장 인물들은 철학자 이름을 빌렸다는 것이다. 아낙시만드로스 , 페리클레스 , 플라톤. 따라서 적어도 그들이 어떤 주장을 내세웠었었는지 알게 되면 이 책을 읽는 재미를 한껏 더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다 알진 못하더라도 이 책을 읽는데 문제는 전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측면까지 노린 작가의 세심함은 나를 경악케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 나는 이 책에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 궁금했다. 구약성서 제 1권인 창세기를 뜻하는 genesis. 그러니까 아담 포드의 삶이 시작한 2058년이 되는 것일수도 있고 , 혹은 gene+sis를 더한 단순한 제목일 수도 있다. 하지만 '2058 제너시스' 잠시나마 대한민국의 프랜차이즈 기업의 자동차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책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지않다. 아니 , 너무 어두워서 손전등을 켜보아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 어디서부터 해결 책을 찾아나가야 하는지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어둡다. 그런 우리에게 작가는 이제 니들 몫이다 라며 , 경고장과 함께 염려하는 글을 듬뿍 담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한낱 소설 속에서 전해주는 경고장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그 결말이 어마어마하게 끔찍하다.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인간에겐 복합적인 감정선이 마구잡이로 연결되어 있어서 변수가 많지만 , 기계는 프로그램 자체에 문제만 없다면 소모품만 갈아주기만 하면 변수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읽으며 생각과 자유의지를 가진 우리는 아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인지 , 아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고 , 그것은 자유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아트의 말에 손을 들어줄 수가 없어질 것이다. 우리는 항상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길 바란다. 우리는 조만간 우리를 대신해서 로봇이 청소를 하고 , 음식을 해주는 둥 우리를 대신해 무엇이든 해주는 그런 세상. 그러다가 로봇이 우리보다 우위에서 세계를 지배하려고 든다면 , 우리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알면서도 그런 세상이 오는 날을 고대하고 기대하고 있다. '2058 제너시스'에서 보이는 끔찍한 미래는 당장의 혹은 영원한 편안한 삶을 누리기 위한 인간의 욕심에 대한 처벌이 아닐까. 특정한 누군가가 내리는 처벌이 아닌 , 인간이 인간에게 내리는 벌. 그때쯤이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테지만 , 내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한 걱정에 소름이 돋고 , 가슴이 쿵쾅거리며 , 안절부절 못하겠다.
"나는 기계가 아니야. 기계가 어떻게 아침의 풀잎 냄새와 아이의 울음소리를 알겠어? 나는 내 피부에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의 느낌이고, 나를 덮치는 차가운 파도의 감각이야. 나는 절대 가 본 적 없지만 눈을 감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소이고, 다른 이의 숨결과 그녀의 머리카락색이야." (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