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내 삶을 이루는 소박한 행복 세 가지는

스승이자 벗인 책 몇 권, 나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 밭,

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 길어다 마시는 차 한 잔이다.”

 

 

 


얼마 전 법정스님이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살아계실 때 그 분의 책이 몇권씩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그 중 한 권도 접해보지 않았던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법정스님의 책을 소장할까 하는 고민을 두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무소유를 주장하던 법정스님의 외침은 뭇 사람들의 귀에는 윙윙거리는 모기소리일뿐이었나보다. 더이상 법정스님의 책이 출간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욕심많은 자들은 값을 정가보다 더 높이 부르며 그 분의 책을 흥정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그 욕심 가득한 생각과 꼬락서니가 더럽고 아니꼬와서 안사고 안보고 만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 그것도 분명 사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팔았겠지 - 하는 생각에 조금 씁쓸해지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올해까지만 법정스님의 책을 펴낸다는 소리에 아마 정가보다 더 비싸게 주고 샀을 사람들은 얼마나 어이가 없었겠는가. 그러던 중 나는 지인이 선물해주어서 읽으려고 계획잡았던 책들을 모조리 싹 다 뒤로 미루고 그 책 먼저 집었더랬다.

 

 

 

법정스님의 책은 한결같이 종교적인 느낌이 강할거라고 단정지었던 나의 예상이 삐걱거렸다. 우리가 이 세상에 한 인격체로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을 우리보다 오래 이 세상에 계셨던 그 분이 깨우치고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종교적 색채가 때때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하기야 법정스님이 불교라는 특정종교에 몸 담고 계셨기에 , 그 부분을 송두리째 간과하진 못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스님은 우리가 소유하려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고 얘기하고 있고 , 무소유를 소유하려는 것 역시 소유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무소유 또한 내가 읽은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말하고 있는 내려놓음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올 때 맨 몸으로 오고 갈 때도 맨 몸으로 가는데 , 누구나 어떤 것에 대한 소유욕이 적어도 하나쯤은 있을테고 , 그것이 나에게는 화장품과 책이었으나 , 화장품은 쓰면 쓸수록 사라지고 , 유통기한도 있기에 소유할 수 없음을 실감하고 난 뒤로부터는 책만이 내가 가장 유일하게 소유하고 싶은 산물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스님은 그것도 한 권이면 족하다고 말씀하고 계신다. 하지만 나는 그 한 권이 아닌 여러권을 가지고 있으니 책을 읽었음에도 실천하려면 아직 까마득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생을 마칠 때까지도 소유욕은 끊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책을 익는 사람들이 자칫 빠져들기 쉬운 것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에 읽히는 경우이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책이 나를 읽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객이 뒤바뀌어 책을 읽는 의미가 전혀 없다. 이런 때는 선뜻 책장을 덮고 일어서야 한다. 밖에 나가 맑은 바람을 쏘이면서 피로해진 눈을 쉬게 하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기분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책에서 벗어나야 하고 또한 책이 나를 떠나야 한다. 표현을 달리하자면,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비로소 책을 제대로 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p238)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 책에 대한 법정 스님의 자세였다. 저 위의 문장들을 두어번씩 읽으며 나는 어쩌면 가슴 속에 책을 새기기보다는 그저 읽는 것만 치중하지 않았던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기에 스스로 대로 읽었다고 생각하더라도 몇 일, 몇 달, 몇 해가 지나면 너무나도 자연스레 잊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다른 생각에 빠져 책장을 넘기면서도 내가 책을 읽고 있는지 글자를 읽는건지도 모를 상황까지 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그때마다 나는 그 책을 억지로 읽으려다가 시간낭비만 했던 적도 여러번 있었다. 어느 때고 책이 읽히지 않을 경우엔 그 책을 붙잡고 글자 수만 헤아리기보다는 스님의 말씀과 마찬가지로 책장을 덮고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처음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 제목을 접하고는 나에게 정말 필요한 제목이었기에 더더욱 흥미가 일었던 책이었다. 모름지기 사람이란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어야하고 , 자신이 있었던 자리는 다음 사람을 위해 깨끗하게 치워줘야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 실천하기란 조금의 마음만 가지고는 참 어렵다. 그 마무리를 배우고자 책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건 그런 뜻의 마무리뿐만 아니라 , 여러 뜻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마무리란 - 이다.' 라는 문장이 수없이도 많았다. 그 중 와닿지 않았던 것이 없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과 비움 그리고 내려놓음이었다. 법정스님이 펴낸 이 책은 우리가 어느 순간 아차 ! 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아닌 , 언젠가는 깨우칠 수도 혹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도 깨우치지 못할 내용들이 한가득 담겨있다. 우리가 스님이 말씀하신 것들을 모조리 실천하려면 시간이 그만큼 필요할테고 , 뜻대로 되지않을 때도 있겠지만 한번쯤은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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