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밤 하늘에는 다른 별보다 유독 더 밝아 보이는 별들이 있다.  

망원경으로 그 별들을 들여다보면 쌍둥이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두 별은 서로의 궤도를 도는데, 때로는 한 바퀴를 도는 데 거의 백 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들은 엄청난 중력을 일으켜 다른 것들이 들어올 여지를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청백색의 별을 보았다면  

나중에야 그 옆에 동반성인 백색왜성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첫 번째 별은 아주 밝게 빛나지만, 두 번째 별을 알아볼 때쯤이면 너무 늦어버린다. (p540)

 

 

 

 

 


이 책이 원작인 영화가 나왔다는 말에 원작에 겨룰만한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일까? 볼까말까 엄청난 고민을 했더랬다. 그러다가 결국 그 영화가 막을 내릴 때까지 보지 못했고, 책으로도 올해가 되서야 접하게 되었다. 책을 먼저 보고 그 감흥을 잃지 않기 위해 다운을 받아서 바로 봤는데, 책으로 먼저 보기를 백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와 책은 역시나 듣던대로 결말이 전혀 달랐지만, 가슴 속에 차있는 눈물이 내려가지 못하게 누군가 막고 있는 듯한 먹먹함은 영화와 책 둘 중 어느 것이 더 깊었다고 감히 말할 수 없을만큼 각자의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었다.

 

 

 

브라이언과 사라의 사이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인 '제시, 케이트, 안나'가 있다. 평범한 가정이라고 보기에는 이들 가정은 손가락으로 톡 건드려도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은 위태로움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고 있다. 이들 부부의 시선이 향하는 곳엔 언제나 병명부터도 오싹오싹한 전골수백혈병이라는 병을 안고있는 케이트가 있다. 그런 케이트를 살려내기 위해 체외수정으로 머리부터 발 끝까지 케이트에게 이식하기 최상의 상태를 갖춘 맞춤형 아기인 안나가 태어나게 된다. 첫 장 이 책을 보면 안나는 여느 아이들처럼 '아기는 어디에서 오고, 어떻게 태어나느냐'를 궁금해하는 것이 아닌, '아기가 왜 태어나느냐'를 궁금해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 태어난지 한달 후부터 언니를 위해 희생해야했기 때문이리라. 이제 13살이 된 안나는 신체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부모님을 상대로 고소를 하려고 신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승을 차지했던 캠벨변호사를 찾아간다. 처음에 고소하려는 이유를 듣고, 안나가 고소하는게 당연하다 여겼고, 그렇기에 그 재판도 당연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자신의 몇 승 따위의 명성만을 위해 안나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옛애인이었던 줄리아가 사라로부터 안나를 지키기 위한 후견인으로 발탁된다. 사라의 대변인은 전직 변호사였던 그녀가 되고, 인간에게 있어 당연한 자유 중의 하나인 신체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안나와 언니이기에 골수가 맞는 안나가 이식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라의 입장차는 좁혀지고 화해를 요청할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양극화가 심해진다면 재판관은 과연 누구의 편을 들어주고 우리는 그 판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가. 우리는 그들이 말해주는 이야기들을 들어줄 필요가 있고, 그들이 생각하는 것들이 과연 옳고 그른 것인지에 대해 조금은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드는 독자들은 결코 냉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은 순전히 내 생각이다.

 

 

 

골수 채취에 대비하여 안나에게는 성장인자 주사를 주어야 한다. 최초의 제대혈 이식 후 내가 케이트에게 준 주사처럼. 이것의 목적은 안나의 골수를 꽉꽉 채우기 위한 것이다. 그래야 세포를 뽑아낼 때 케이트에게 돌아갈 몫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p306) , 캠프에서 안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동생이 없는 동안 케이트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워서다. 케이트가 이 재발에서 살아남는다 한들, 또 언제 위기가 닥칠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게 되면 우리는 안나가 필요할 것이다. 안나의 피가, 줄기세포가, 조직이. 그것도 당장. (p359) 하키에 재능을 지닌 안나가 여름캠프에 초대장을 받게 되었을 때 마냥 좋아하며 들떠있는 안나에게 사라는 "안나, 넌 갈 수 없어." 라고 단호히 말한다. 정말 이 책에서 사라는 정말 엄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안나에게 케이트에 의한, 케이트의, 케이트를 위한 삶만을 고집한다. 처음엔 무척이나 이기적이어서 뒤통수를 한대 갈겨도 시원찮을 정도로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던 마음과 달리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자식이지만, 한 자식의 골수를 이식해서 다른 한 자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제가 있고 설령 그게 털끝만큼 빈약한 퍼센테이지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그 유혹을 나도 역시 결코 뿌리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상황은 다르다. 안나는 케이트를 위한 맞춤형 아기이기에 정확히 케이트와 동일한 골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라를 욕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나는 내 마음이 편해지려고 언니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다. 나는 언니가 없으면 내가 누군인지를 기억하기 힘들기 때문에 왔다. (p190) 그러나 어린 안나의 생각과 행동엔 사라를 이해하기는커녕, 더욱 더 미워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우리 마음을 찌르르하게 울리기에 충분하다.

 

 

조금 독특했던 것은 하나의 시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닌 안나, 캠벨, 사라, 브라이언, 제시, 줄리아의 시점으로 각기 돌아가며 진행되기 때문에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서로 생각하는 양상들을 더욱 더 깊게 파고 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책이었다. 만약 사라나 안나의 시점으로만 돌아갔다면 우리는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하나의 사건만을 바라보고 그 사건에만 집중했을 터였다. 하지만 작가가 의도한 우리가 집중할 것은 그 사건은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가 아닐 것이다. 한 가정의 위태로움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서로를 다독이며 살아가는지, 가족愛라는 이름으로 어느 허용치까지의 희생을 치룰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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