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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박스 세트 - 전2권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보면 등장인물 하나하나 세세하게 표현해낸 걸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켜봐야 할 대상인 신윤복은 그렇게 세세하게 표현해 내주고 있지 않다. 왜 일까? 아마 드라마에서 신윤복이 문근영으로 나오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좀 더 긴장감과 박진감을 가지고 신윤복이라는 인물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지켜볼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주인공 캐스팅 때문에 '도대체 언제 밝혀지는거야.'라는 생각은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었음은 물론이고, 다 밝혀짐에도 반전과 벅찬 감동따위는 일지 않았다. 드라마만 아니었다면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너무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너의 그림에는 늘 여인들이 등장했고, 여인들은 웃고 울며 슬퍼하고 즐거워했다." 2권 p131
또한 영복이라는 윤복의 형. 영복은 마른 입술을 깨물었다. 칭찬을 받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 진실로, 진실로 아우가 위대한 화인이 될 수 있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버려도 좋았다. 1권 p27 1권에서 잠깐 나오고 2권에선 모습조차 비치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개그로 유행하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것이 지금이 아닌 예전부터 그래왔구나 라는 사실을 더욱 각인시켜주는 것만 같아서 안타까웠다. 게다가 강수항과 서징의 의문의 죽음이 1권 초반에 김홍도가 벗의 죽음을 따라다니는 장면이 긴박하게 나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2권이 되서야 나오기 시작했는데, 만약 1,2권을 합쳐서 본다면 그 중간은 뚝 잘라먹고 앞부분과 마지막에만 언급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중간에 한번쯤은 더 개입시킬 필요성이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된다.
1권에서는 여러개의 사건들에 따라 인물들이 움직이지만 2권에서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에워싸인 느낌을 받은건 나뿐일까?
1권에서는 여러 인물들이 나왔던 것 같다. 그런데 2권이 되면서부터 그 인물들은 뚝뚝 잘라먹고 두 인물과 김조년에만 초점을 맞춘 것만 같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던 것 같다. 짧은 분량임에 불구하고 구태여 1,2권을 나누어서 출판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김홍도 - 씨름 ▲신윤복 - 쌍검대무
이 그림들은 중,고등 교과서에 많이 실리는 그림들이다. 이 것들은 어쩔 수 없이 대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김조년때문에 그린 그림들인데, 그 상황을 만든 김조년을 미워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지사건만, 김조년이 아니었다면 이런 좋은 그림들을 우리가 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그림을 보고 있자니 그저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그저 '둘 다 대결구도를 꾀했구나..'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김홍도의 씨름, 그리고 신윤복의 쌍검대무에서 누가 이길 것 같느냐는 질문에 난 둘 다 틀렸다. 맞는다고 하더라도 뚜렷한 근거가 없음과 그저 찍기의 실력이었으니 맞아도 맞은게 아닐터. 이 그림은 대결하고 있는 장본인들도 중요하지만 그 주변사람들의 행동까지 하나하나 관찰해야만 누가 이기고 지느냐의 판정이 나오는 작품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한 가지의 그림마다 그것에 대해 그 그림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리가 놓쳤던 부분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다 알 수 있다. 그림은 아는만큼 보인다고 한다. 어떤 그림이든지간에 나름대로의 해석을 통해 그림을 바라볼 수 있지만, 그림의 참 의미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반전에 상관없이 그림에 초점을 두고 알고싶다면 주저말고 책을 펴 들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