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 지상에서 보낸 딸과의 마지막 시간
김효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惡喪(악상) :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
 

 

우리가 별 의미없이 살아가는 오늘이 그들에게는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고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내는가. 책의 뒷편엔 "사는 의미를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받는 무균병동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적혀있다. 나는 가끔 맛있는 것을 먹고, 어딘가를 여행하고, 재미있는 것을 보다가도.. 어차피 이런 것들은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다 부질없는 것들 아닌가..하는 못된 생각이 불쑥불쑥 차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한 내가 참 꼴사납게 느껴졌다. 세상에는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 병마와 싸우는 사람이 참 많은데,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면서 사는 나를 단박에 일깨워주기 위한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저자 김효선이 자신과 딸인 윤서연의 힘겨웠던 투병기를 그려내었다. 처음에 실화인 줄은 모르고 그저 소설이겠거니 하고 읽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슬픔을 꾹꾹 눌러참고 있다가 마지막 서연이 마지막 갈 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울컥 눈물이 쏟아져버렸다. 처음엔 서연의 고통을 나에게까지 전달시키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백혈병인걸 알게 되고 입원했을 때 늦지 않았으면 치료하면 되지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좀 더 읽다가 이식받고 사는 도중에 몇개월 되지않아 재발 소식을 듣고 가슴이 답답해져서 책을 잠깐 덮었었다.

그 때, 표지에 쓰여있던 글. '지상에서 보낸 딸과의 마지막 시간' 그 글을 보고 '아.. 희망을 가질 수도 없구나..' 라는 생각에 내면에서 갈등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 책을 그대로 쥐고 있어도 되는지, 잠시 멈춰야 하는지.. 요즘 한창 슬럼프인 내가 서연의 아픔까지 고스란히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기에 잠시 덮어뒀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몇일 후 다시 책을 집어들고 다 읽었을 때, 서연의 아픔이 고스란히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다. 가슴이 미어져 내린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가 없다는 건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가 보다.

 

끝도 없는 투쟁 속에 그들은 얼마나 말도 못하게 고통스러울지.. 그 투쟁과 고통이 결합된 순간순간을 읽는 나도 이렇게 숨이 막힐 듯이 아파오는데 그걸 보는 부모 심정은 오죽하랴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고 싶었다. 제방을 세워 흘러가는 물줄기를 틀어막고 싶었다. (P153) 라고 저자는 엄마의 마음으로서 시간을 지체시켜서 맞는 골수를 찾아야 것들에 대한 간절한 소망들을 간절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만큼 숨가쁘게 써내려가고 있다.

 

"엄마,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아. 쟤들은 저렇게 행복한데 왜 나만 이래야 해."(P248) 서연이가 첫번째 재발에 이어 두번째 재발이 다가왔고, 가발은 다 나을 때 까지 절대 사지않겠다던 결심이 허물어지고 가발을 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통증을 호소할 때, 깔깔대며 지나가는 여대생들을 보며 하는 말이다. 서연이도 그런 삶을 꿈꿔왔을텐데.. 여느 여대생들처럼 웃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삶..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누구보다 예쁜 여대생으로 살고 있을 서연이의 모습을 그려보며 미소짓게 된다.

 

난 이 책을 읽으며 어릴 적 읽었던 '가시고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혈병이란 병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깨닫게 해준 무서운 책. 백혈병에 걸린 9살 다움이. 그리고 그런 다움이를 지켜만 봐야하는 아빠. 중간에 재발때문에 죽을 고비도 맞고, 결국은 수술조차 포기하고 병원에서 죽게 내버려 둘 순 없다며 떠나지만 결국엔 다시 병원신세를 지고 마는.. 그러다 운좋게 이식해준다는 사람이 나타나 다움은 이식을 받게 되고 자식을 살려놓고 자신은 죽어가는 가시고기인생. 차라리 이렇게 다움이처럼 이식수술을 해준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이식을 받고 잘 산다는 그런 이야기를 얼마나 간절하게 꿈꿨는지 모른다. 정말 차라리 그랬더라면... 또한, 2009년 신종플루로 온 국민이 숨막혀하던 그 때, 자식을 잃은 탤런트 이광기씨를 보며 마음이 얼마나 애잔하게 아팠던지.. 그 오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절로 눈물방울 짓게 만드는...


 

이 책의 단 한가지 흠을 찾아내라고 한다면 김효선 작가는 특정한 종교가 있었기에 그 곳에 많은 의지를 하는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사실 그 종교가 아니거나 거부감이 있다면 조금은 신경에 거슬리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 종교가 아니기 때문에 찬송가의 가사가 그대로 실려오고, 기도하는 부분이 나올 때는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조금만 억제를 해줬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김효선 작가는 많은 독자가 읽기를 바란 것도 있겠지만, 그보단 “딸의 인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고 글을 썼다” 다는 오직 딸과의 이 생에서 보낸 마지막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으리라. 이 책을 쓰기까지 셀 수없이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워 쓴 글일 것이며, 시도때도 없이 서연이 생각에 숨도 쉬지 못하고 울었을 엄마 김효선을 생각하니 가슴에 응어리가 맺혀서 좀체 떨어지질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가슴에도 서연이라는 천사가 존재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않는다.


자식은 부모와는 전혀 다른 영혼인 것 같아.  수억의 광년을 뚫고 빛나는 햇살로 우리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어디론가 향해 자신의 길을 떠나는 존재 같은 것. (P147)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위로란 많은 말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외로운 조각배에 돛대 하나 달아주는 일.  그것은 어떤 거찰한 설교도 유난스런 행위도 아니다. 그저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관심. 네 두려움과 고통을 알고 있으며 잊지 않고 함께 기도해주겠다는 그 마음을 상대에게 알리는 일이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그것으로 족했다. 때때로 작은 위로를 받고 베푸는 일조차 우리는 얼마나 서투른지. (P11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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