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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부유한 상인의 아들이자 수니파의 파쉬툰인인 아미르와 아미르의 집 하인이자 시아파의 하자라인인 하산. 같은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란 그들은 그래서인진 몰라도 형제애와 같을 정도로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지만 한편으로는 강압적인 상하관계의 끈을 놓지않으며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된다. 그런 아미르와 하산의 관계는 연 대회에서 틀어지기 시작한다. 연을 쫓는 것에 대핸 탁월한 재주가 있는 하산이 늦도록 오지를 않자 아미르는 찾아다니게 되고 무언가를 목격하게 된다. 아미르는 그 상황에서 도망칠 것이냐 남을 것이냐를 택해야하는 중요한 순간과 마딱드리게 된다. 결단을 내릴 단 한번의 마지막 기회였다. 내가 어떤 인간이 될 것인지를 결정할 단 한번의 최종적인 기회였다.(p120) 난 아미르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매우 궁금해하면서 읽었는데 책 중간중간마다 아미르가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에 대한 복선이 깔려있어서 상상하며 읽기엔 역부족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아미르가 미국에 가게 되기 전에 아마 그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내렸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라는 말을 한 하산.. 하지만 아미르는 자신에게 그런 충성심을 바치던 그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었을까? 하산에 의해 다시 손잡을 기회가 분명히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미르는 먼저 내치게 된다. 만약 아미르라는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고 내 옆에 있었다면 머리통을 백대를 때려도 시원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미르는 어린 아이였고, 충분히 이해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미르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나와 바바 사이를 조금 호전시켜주는 존재는 연이었다. 바바와 나는 같은 집에 살았지만 다른 존재영역 속에 살았다. 그 영역 사이의 종잇장만큼 얇은 교차점이 바로 연이었다.(p78) 라는 구절이 생각나면서 아미르의 내면 깊은 그 곳에는 어린 아이어서 무서운 것보다는 하산이 쫓아서 가지고 온 그 연으로 해서 아버지인 바바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컸다는게 보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배짱 두둑하게 나설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만은 만약 하산이라면 두 손 두 발 벗고 나섰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그래, 하산이라면 분명히 그리 했을 것이다. 연을 넘겨줌으로 해서 자신은 그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미르때문에 그 연을 결코 넘겨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미르 도련님이 대회에서 우승했고, 저는 도련님을 위해 이 연을 쫓아가 잡았어요. 공정하게 달려가서 잡은 겁니다. 이것은 도련님 연이에요.(p113)
네가 사람을 죽이면 그것은 한 생명을 훔치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아내에게서 남편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고 그의 자식들에게서 아버지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속임수를 쓰면 그것은 공정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p32) 아미르의 아버지인 바바는 자신의 권력과 명예를 위해 단 한가지를 숨기고 그것을 영원히 펼치지 않고 그대로 재가 되버린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했던가. 바바는 자신이 저리 말해놓고 어찌 뻔뻔스럽게 그런 행세를 할 수 있었단 말인가.. 바바는 하산과 내게 각각 똑같이 생긴 연과 유리가루 연줄 실패를 세 개씩 사주었다. 내가 마음을 바꿔서 더 크고 화려한 연을 원하면 바바는 그것을 사주곤 했다, 내가 마음을 바꿔서 더 화려한 연을 원하면 바바는 그것을 사주곤 했다.그러나 하산에게도 똑같은 것을 사줬다. 때로는 바바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p80) 하지만 이렇게 알게 모르게 복선이 깔려있었다는 사실. 왜 읽으면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인가.
자신을 위해 천 번이라고 그렇게 해준다는 하산은 이제 없다.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p556) 라며 대신 그는 하산의 아들 소랍에게 같은 말을 해주며, 자신의 어리석었던 유년기를 반성하게 되고, 그 날의 죄책감들을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고나면 여운이 지독하리만큼 길다. 다른 책에는 손이 안갈 정도로. 이 책으로 인해 내 유년기 또한 되돌아보며 내 어린 날의 잘못된 행동들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깊이 반성할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누구나 읽으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책이다.
아프가니스탄. 그 나라에 대해 떠올리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탈레반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들을 다 같은 종족이라 취급했던 내가 너무도 어리석게만 느껴졌고, 그에 아직도 우리가 상상하기조차 힘든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할 진데,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에 너무 안타까워서 가슴 한 구석에 응어리가 맺혔다.
나는 달렸다. 고함을 질러대는 아이들 무리와 함게 다 큰 어른이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았다.
얼굴에 바람을 맞으며 판즈세르 계곡만큼이나 활짜 미소를 지으며 달렸다.
그렇게 나는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