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사랑은 하나의 시련이다. 우리는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외롭다. -p249

 




 '나'의 손을 거쳐 그들의 삶이 써내려진다. 
'나'는 반지하에서 다른 사람의 여태껏 살아온 인생을
대신 써주는 누구에게도 '난 작가에요'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없는 대필작가다. 그 직업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항상 그의 편에 서서 그를 응원했던 아내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아내가 지금은 곁에 없다.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막걸리로 하루를 마무리 하는 그는 남이 보기엔 그저 그런 동네 아저씨일 뿐이다. 그 무료한 삶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동네 어귀에서 혼자 술을 먹게 되는데, '장자익'이라는 남자가 끼어들어 그 남자는 자신의 삶을 대필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그 펴낸 이는 '나'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달려있다. 그러다가 그 남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돈은 받은게 있으니 그 남자의 삶을 써주어야 하는데, 그 남자의 삶을 설명해줄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의 인생이 아닌 오직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써보려고 한다. 이제부터 '나'의 외로움이 읽는 독자들을 향해 물밀듯이 덮쳐올 것이다. 

 

 

그의 삶을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대며 읽어내려가면서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똑같은 일상에 답답해했고, 뭔가 새로운 일을 꾀하지 않는 저자도 답답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누구의 삶을 불쌍하게, 안타깝게 여길 수 있을 만큼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또한 아닌데... 그래도 난 그가 죽은 자가 아닌 산 자와의 <소통>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적어도 소설 속의 '나'가 아내와의 사별에 대한 가슴 미어질 듯한 슬픔과 아픔을 조금은 덜어줄 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의 아내는 어느 병명으로 그를 쓸쓸한 세상에 혼자 두고 그 먼 길을 떠나야만 했는지 나와있지 않아서 그 심각성이 피부에 미처 와닿지 못하고 그대로 흩어졌다. 그러나 아내의 죽음까지 허공으로 흩어진 건 아니었다. 그녀의 죽음을 알리는 경고음은 짧았고 죽음까지는 너무 빨라서 읽는 내가 호흡을 내쉴 수 있을만큼의 시간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죽음을 그저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나'에 대해 '어떻게 몇년 동안 함께 한 아내가 죽었는데 이렇게 태연할 수가 있어? 역시 소설은 소설인가' 라고 생각하며 무신경하다고 생각했고, 원망했다. 그러나 소설 곳곳에 나와있는 흔적들은 내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깊이 잠들어 있는 거리를 혼자 걷는다. 마음은 스른데 쓸슬하지는 않다. 그 새벽의 마지막 풍경들이 따뜻하게 가슴으로 들어온다. 그날, 모든 것이 좋았다. 꿈결 같기만 한 그날 새벽 거리. 바람도, 가로수도, 불 거진 창들도, 모든 것이 정갈했었다. 그래서 기억은 쓸슬하지 않다.(p191) 아내와 함께 걸었던 그 길을 혼자 걸으며 울면서 가는 '나'를 생각하고 있자니 한숨이 푹 나올만큼의 가슴저림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태인이는 왜 그런 허무한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을지 아직도 의아하다. 조금은 더 설득력있는 문장을 내세웠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태인이의 주인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 찬 죽음을 보면서 불과 1년 전 함께 했던 우리집 강아지가 생각났다. 난 동물이라곤 무척이나 싫어했는데 아빠와 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키웠었는데, 그 땐 미처 몰랐었는데 10년을 넘게 함께 생활해 왔다. 난 그 시간동안 그 강아지를 좋아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항상 걸리적거리고 귀찮은 존재라고만 생각해왔다. 그 강아지에게 '밥 줘라, 물 줘라' 하는데 내가 밥 주고 물 줄 때마다 자신은 왕인 척 날 한번 쏘아보고 태평하게 드러누워있는 강아지를 보고 있자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충동도 들었고, 나만 보면 짖는 그 못된 강아지에게 내가 왜 이런 수고스러움과 번거로움을 함께 병행하면서까지 키워야하는지 항상 '어디라도 좋으니 좀 보내버리라고' 했었다. 그러다 나에게 취약한 것 중 하나가 강아지 털이라는 걸 알고부터 그 강아지는 이제 우리 집에 없다. 10년이 넘도록 주인인 내가 집에 와도 짖어대던 그 못된 강아지가 없음에 편할 줄 알았는데, 왠지 모를 허전함에 휩싸였다. 길에서 스친 사람한테도 정이 가는 법인데, 그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강아지는 오죽하겠느냐만은.. 지금도 가끔 생각나면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왜 항상 그렇게 못되게만 굴었는지, 따뜻한 미소를 보여줄 수도 있었을텐데 그게 뭐가 어렵고 돈드는 일이라고 한번 해주지 못한건지... 난 여전히 동물은 죄다 싫어한다. 그러나 항상 내 동생 역할을 했던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또순이'는 제외다. 사람은 어떤 일이든 적응한다.(p150) 고 난 벌써 그 10년이란 세월을 잊고 지금 생활에 적응해 버렸나보다. 그러나 아직도 그 아이와 비슷한 짖는 소리가 나면 한번씩 꼭 쳐다보게 되는 걸 보니 그립긴 그리운가 보다.

 

 

불쑥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가도 왜 가지? 어디로 가지? 하고 되묻고 나면 금세 시들해진다. 목적이 없는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마음 뿐, 목적이 없는 길은 떠나게 되지 않았다.(p212)라는 구절을 보며 나 역시 항상 '떠나고 싶다. 여행가고 싶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하지만, 목적이 없는 길은 떠나지 않는다. 반드시 계획이 갖추어지고 확인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서야 안심하고 그 길을 떠날 수 있는 나다. 목적이 있어야만 갈 수 있는건 아닐진데... 평생동안 몇번은 그런 여행.. 정말 해보고 싶다.

 

 

소설 속의 '나'의 삶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며 그 삶을 엿보고 있는 나의 삶도 함께 병행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에는 그 흔한 기승전결도 없고 반전 또한 없다. 그래서 무슨 재미를 느끼나 싶었다. 그러나 문장 하나하나에 외로움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외로움이 보태져서 저자 임영태의 밥벌이인 이 책이 나에겐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책을 다 덮고서도 그 외로움의 향기가 방 안에 잔잔하게 남아있어서 나에게까지 그 외로움이 전이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길을 걸을 때 혹여나 지금도 소설 속의 '나'가 거리를 걸으며 울고 있을까봐 뒤를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서야 그 사람을 오롯이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사람은 각자의 상처가 있고, 그 상처를 딛고 일어날 힘이 있는데 '나'는 그걸을 잊기위함이 아닌 온 몸을 다해 느끼고 그것을 감당해 내었다.

 

 

 

 

 

 

우울증이 있는 살마은 햇빛을 많이 보아야 한다는 의사들의 말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햇빛은 아주 단순한 사물도 찬란하게 만든다.
깊은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도 저 찬란한 빛이 자기 몸에 쏟아지면 생각할 것이다.
햇빛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이란 살아볼만한 것이다. -p219



 

한 사람을 온전히 만나면 거기에 다른 이들도 보인다.
배역이 다를 뿐 모든 사람의 욕망과 상처는 본질적으로 같다.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무게의 삶을 산다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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