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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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장애아라는 사실을 곧바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서프라이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장애아는 하늘이 주신 선물이야"

웃으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장애아를 가진 부모가 아니다.

이런 하늘의 선물을 받으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아이구! 이러실 필요까지 없었는데..."
 

 

 

 

 

 

 

그는 책에선 웃고 있지만 슬픔을 두 눈에 가득 담고 웃는 사람. 그게 장 루이 푸르니에다

그의 책을 읽으며 그의 신랄하고도 직설적인 문체가 귀에 들리는 듯 하다.

그는 아이들을 머리속에 지푸라기만 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래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까지 없을거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읽은 책의 첫 페이지에는

사랑하는 아들 마튜, 사랑하는 아들 토마에게

내가 왜 이걸 이제야 봤지 라는 생각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기아들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있단 말인가... 그래서 단순히 지나쳐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는 멀리 공을 찾으러 간 큰 아들 마튜와 정신병원에 있을 작은 아들 토마에게 읽을 수도 없는 편지를 쓴 셈이다.

작가는 아들들에 대한 애정을 똥강아지라던가 나의 작은 새 두마리라던가 요정이라던가 ET라고 표현했다.

장애아인 아들들을 놀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작가가 아들들을 애틋하게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 단어들이다.

 

 

 

 

 

 

 

아빠 어디 가?

고속도로를 타러 간단다. 역방향으로 말이야.

알라스카로 가지. 가서 백곰을 쓰다듬어주자꾸나. 그리고 백곰한테 잡아먹히는 거야.

버섯을 따러 간단다. 독버섯을 따서, 그것으로 맛있는 오믈렛을 해먹자꾸나.

수영장에 가자. 가서 제일 높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자. 물 한방울 없는 풀장으로 말이야.

몽셍미셸에 가지. 가서 움직이는 모래 위를 걸어다니자꾸나. 그러다 그 모래속에 둘 다 빠져 지옥으로 떨어지는 거야.

 

 

 

 

 

큰 아들 마튜는 밤마다 자동차소리를 내고, 작은 아들 토마는 아빠 어디가? 라고 계속 묻는다.

대답을 해주면 다시 묻고 해주면 또 다시 묻고···

아마 나같으면 짜증을 냈을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다르다. 정상적인 아이가 아니라 장애아다.

나같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는데 장 루이 푸르니에는 웃지못할 유머로 승화시켰다.

마치 장애아인 아들을 놀리기라도 하듯이..

난 위 글을 읽을때 이 글에서 작가의 현실도피가 보였다.

안타까움에 치가 떨리고 피가 끓었다.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아마 너희들과 함께 미술관에 갔을거야.

우리는 함께 램브란트, 모네, 터너의 작품을 감상하겠지. 그리고 또 다시 램브란트.....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아마 너희들에게 클래식 음반을 선사했겠지.

우리는 우선 모차르트의 음악을 감상할거야. 그리고 베토벤, 그리고 바흐, 그리고 도 다시 모차르트.....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아마 너희들에게 수 많은 책을 선사했겠지.

프레베르, 마르 셀 에메, 크노, 이오네스코, 그리고 또다시 프레베르.....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를 데리고 영화관에 갔을거야.

그리고 함께 오래된 영화를 보는 거야. 채플린, 아인슈타인, 히치콕, 브뉴엘, 그리고 또 다시 채플린.....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와 함께 고급 레스토랑에 갔을거야.
우리는 함께 샹볼-뮈지니를 마셨겠지. 그리고 또 다시 샹볼-뮈지니......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와 함께 테니스를 치고, 농구를 하고 또 배구 경기를 했을 거야.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와 함께 고딕 성당의 종탑에 올라갔을거야.
그리고 우리는 함께 조감을 느껴봤겠지.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에게 유행하는 옷을 선물했을거야.
너희들이 최고로 멋져보이게 하기 위해서 말이야.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 둘과 약혼녀들을 오픈카에 태우고 무도회로 데려갔을거야.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조용히 너희에게 좋은 공연표를 건넸겠지. 그러면 너희는 그것을 약혼녀에게 선사하는거야.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우리는 함께 너희의 결혼 피로연을 즐겼겠지.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손자들을 봤겠지.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아마 미래를 두려워했을거야.
 
하지만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너희는 남들과 다를 바가 없었을거야.
아마 학교를 땡땡이를 쳤을지도 몰라.
잘못된 길로 빠져들어 비행청소년이 되었을지 몰라.
더 큰 소음을 내기 위해 오토바이 배기관을 바꿨을지 몰라.
백수가 되었을지도 몰라.
장-미셀 장르를 좋아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짜증나는 여편네랑 결혼했을지도 몰라.
그리고 이혼을 할지도 모르지.
장애아를 둘지 또 누가 아니?
다행이야. 이런 일을 모두 피해갈 수 있어서...
 

 

 

 

 

 

 

 

 

 

우리에게는 기쁠 수도 행복할 수도 우울할 수도 짜증날 수도 슬플 수도 화날 수도 있는

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그들은 머리에 지푸라기밖에 든 것이 없어서 항상 남들과 격리되어 살아야한다는 사실...

솔직히 나 역시 장애인들을 보면 먼저 피하고 그들이 다가오면 멀리하게 되는게 다반사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그동안 그들에게 무심코 했던 행동들이 표현못하는 그들이라고 해도 왜 모르겠는가

내가 그동안 했던 행동들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자책을 느끼고 안타까워했다.

세상의 장애아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제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겠다는 내 생각을 바꿔준 장 루이 푸르니에 작가에게 난 정말 많이 감사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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