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 - 혼돈과 불안의 길목을 지나는 20대를 위한 철학 카운슬링
김보일 지음 / 예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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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되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항상 공부가 되던 안되던 공부만 죽어라 시키던 고등학교를 벗어나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설렌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었던 스무 살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돌아갔고, 내 잘못된 선택들에 따른 후유증은 후회로 나를 덮쳐왔다. 난 그것을 감당해낼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 나는 무엇에 의지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그저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 주저앉아 펑펑 울었던 것 같다. 그런 일들이 몇번씩 반복되자 의지박약이 되면서 내 선택보다 남의 선택이 우선이었고, 남과 나와 선택이 다르다면 난 조금은 망설이다가 남의 선택을 따라가는 형식을 택했다. 그러면 잘못되더라도 내 선택이 아니었으니까 적어도 자책하진 않을 것 같다는 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내 경험 중 한 예로 대학교 1학년 중 반년 동안은 조별활동을 해도 난 뒤로 빠져있는 형식을 취하곤 했다. 그러다가 조별활동 중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형편없는 학점을 맞은 경우가 생기면서부터 내가 아닌 그 사람들의 선택이 항상 옳다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고, 잠자코 보고만 있다가 남을 따라가서 후회할 거라면 차라리 내가 해보고서 후회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나와 다른 남의 생각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좀 더 폭 넓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언들이라고만 받아들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실 지금도 완전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스무 살의 그때를 생각 하며 책을 읽고 있을 때 책의 한 구절을 발견했다. 너의 삶은 너의 것이다. 그러므로 너의 삶은 너의 선택에 달렸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선택할 수 없는 것, 그것은 운명이다. 그러나 우리는 운명 앞에서도 어떤 태도를 가질 수 있는가는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은 이미 주어진 것일지 몰라도,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할 것인가 하는 답은 온전히 우리들 각자의 몫이다.(p85) 이 구절을 갈팡질팡하던 그때 봤다면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잘되든 잘못되든 불안해하지 않고 내 선택을 온전히 믿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을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땐 나만 잘난 줄 알고 남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듣던 나였으니 말이다. 그 때의 경험들이 있기에 지금은 눈꼽만큼이라도 성장한 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의 불안과 혼돈의 중심지대에 서 있는 20대들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우리네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인간의 선택이란 늘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p73) 그렇기에 그 선택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다음에는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거라고. 하지만 누구나 다 알다시피 어떤 선택이든간에 후회는 있기 마련이라 제일 중요한 건 긍정적마인드라는 것. 삶에 리플레이는 없다. 잘못 선택했다고 반품할 수도 없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지만 현명함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73p)

 

 

어떤 책이건 간에 성공에 관해서라면 마시멜로를 예로 드는 것 같다. 아이들이 15분을 참으면 2개를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못참고 먹는다는 것. 그걸 작가는 15분을 참았던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학업 성적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했다. 그들은 스트레스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성적을 비교한 결과도 보상을 오래 기다린 아이일수록 좋은 성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래 기다린 아이들이 평균적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했으며, 사회적으로도 성공했다. 반면 참지 못하고 일찍 벨을 누른 아이는 문제아가 되는 비율이 높았다. 또 학교다니는 기간 내내 교사들에게서 나쁜 평가를 받았다.(p202) 라고 정리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난 거부감이 들었다. 상대는 어린 아이이다. 비율이 그렇다는 얘기지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인데 이런 식으로 얘기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이 나쁘냐면서, 우리는 우리의 몸을 즐겁게 할 권리가 있다(p205)고 말한다. 그 부분만 세번은 넘게 읽은 것 같은데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저 부분을 읽을 때 작가는 오래 기다림이 미덕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뒤로 갈수록 그에 반대되는 얘기를 하니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서평들을 찾아보았는데, 그것에 관한 얘기가 하나도 없어서 내가 잘못 읽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철학이라는 말에 걸맞게 우리가 고등학교때 윤리시간에 배웠을 법한 익숙한 철학자들이 대거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어려움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말이 나올 타이밍이 아닌데 갑자기 왜 나와?'하는 부분도 간혹 있었기에 내가 보기엔 그저 그 목차에 따라 끼워넣은 것 같다는 생각을 안할 수 없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결말이다. 난 사실 마지막장을 읽을 때 뭔가가 더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길게 늘어뜨려놓고 결말을 그런 식으로 지어놔서 '이게 뭐야? 그래서 어쩌라는거야'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책인 것 같다. 다음에 한번 더 읽을 기회가 있다면 지금보다 좀 더 다른 느낌이길 기대해본다.

 

 

이 책은 스무살을 겨냥한 책으로 <스무살 철학>이라고 제목이 붙었지만, 스무살에 포커싱을 맞췄다기보다 우리 인간들의 삶에 포커싱을 맞췄다고 할 수 있을 법한 책이다. 불
완전해서 청춘이지 완전해서 청춘이 아니다(p252) 지금의 삶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삶이 불완전하다고 생각된다면 우리는 모두 청춘인 셈이다. 청춘인 지금, 완전함을 찾기보다는 불완전한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는 것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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