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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블루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표지가 무척이나 예뻐서 항상 탐내고 있던 책이었지만, 여행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갈팡질팡하던 책이었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 그 순간...
작가를 따라다니며 함께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왠지 작가와 나는 함께 가는 게 아니라 작가는 작가대로 나는 나대로 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곳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나는 계속 길을 헤매기 일쑤였고, 작가가 생각한 것만 머리 속에 들어왔다. 크로아티아라는 곳에 대해서는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를 한번 읽어보았기 때문에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왠지 이 책은 갈팡질팡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동행인의 마음 속을 꿰뚫어볼 수가 없어서 나조차도 멈칫멈칫 거리던 책이 아닌가 싶다.
강 동쪽으로는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며 바다를 향해 뻗어있고 험한 바위산 아래로는 옛 마을이 형성 돼 있었다. 마을 뒤로 겹겹이 쌓인 바위산은 트래킹과 암벽등반 코스로 유명하다고 했다 (p247) 나는 이 구절을 읽고 말이 안나왔다. 자기는 가본 곳이기에 본 것만 얘기했지만, 난 도대체 어떻게 생긴 모양새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진이 훌륭한 것도 아니었고, 이건 도대체 이 글이랑 사진은 무슨 상관관계이기에 이게 페이지수를 차지하고 있는거야? 라고 생각한 그림들도 몇몇 있었다. 뭐 당연히 작가가 하려는 말을 내가 전달받지 못함도 있겠지만 말이다.
늘어진 여행의 막막함을 깨우는 건 언제나 기대하지 않던 작은 풍경들이고, 외로움을 태우는 건 그 속에서 만난 소박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가지 공감할 수 있는 말이 있었다면, 이 구절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하는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그 속에서 만나는 풍경들과 사람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과도 같이 값진 것이다.
두브로브니크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은 쪽이 있는데, 이건 교과서를 읽은 기분이었다고 해야할까. 가보지 않은 내가 사진으로 얼핏 보아도 아름다운 이 도시를 가본 사람이 이렇게 딱딱하게 교과서 식으로 몇세기엔 어땠고 몇세기엔 어땠고, 정말 이런 식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는지 의아했다.(p280) 그게 한쪽반이나 되는 분량이었음에도 무슨 생각으로 읽었는지도 모르겠고, 다 읽고 난 지금 기억나는게 하나도 없다. 다시 읽어봐도 처음 보는 것일 것만 같다. 여행서는 그곳에 가보지 못한 독자가 언젠간 가보려고 혹은 가보고 싶어서 혹은 대리만족 등으로 읽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나로서는 이렇게 해서 정말 가보고 싶어질 수 있는건지 너무나도 의아한 책이었다. 여행서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 책이 읽은 여행서 중 손에 꼽히는 책인데, 만약 여행서가
모두 이런 식이라면 난 앞으로도 여행서를 읽어낼 자신이 없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느냐 묻는다면, 지금 내 서평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겠다.
중세의 두브로브니크는 라구사라는 이름의 독립국가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피사, 아말피, 제노바와 함께 5대 해상왕국으로 번성했습니다. 지금도 두브로브니크의 이탈리아 이름이 라구사입니다. 아드리아 해에서는 베네치아와 경쟁한 유일한 해상무역 도시국가였지요. 13세기에 두브로브니크의 자랑인 두브로브니크 고성을 완성하고, 14세기부터는 해상무역을 통해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문화를 누렸습니다. 14세기에 세계 최초의 검역 병원과 지금도 운영되는 세계 최초의 약국이 문을 열었고, 양로원을 지었지요. 15세기에는 노예무역을 금하고 고아원을 지었습니다.
두브로브니크는 견고한 고성과 강력한 부를 바탕으로 이슬람에 맞서 유럽문화를 지켜낸 선봉장이기도 했습니다. 유럽과 이슬람의 길목에 버티고 서서 꿋꿋하게 투르크와 맞서 싸웠고, 서유럽 국가들은 이런 크로아티아를 두고 유럽문화의 방파제라고 불렀지요. 다른 동유럽 국가와 달리 크로아티아는 종교도 로마 카톨릭입니다.
당신은 이 글을 읽으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읽어낼 재간이 있습니까. 이 말을 바꿔 나에게 묻는다면 난 없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