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자공감
안은영 지음 / 해냄 / 2010년 1월
평점 :
"그래. 이해해. 네 맘 모르는 거 아니야"누군가를 이해한다는 말. 그것만큼 거짓말도 없는 것 같다. 누군가를 오롯이 이해하고 감싸준다는 게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안은영 기자가 혹은 작가가 날 이해해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들었고, 뭐 다른 책이랑 별반 다를 것 없는 자기계발서 아니야? 라는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라, 그러면 -할 것이다.'라는 딱딱한 문체가 아닌 '나도 -했단다. 그러니 너도 -하면 -하게 될거야.'라는 조근조근한 그녀의 말투가 참 정감갔던 건 사실이다.
서평을 쓰기 전 몇몇 서평을 둘러보았는데, 난 이렇게 맘에 안드는 것 투성인데, 한결같이 다 좋은 말밖에 없더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난 안은영 작가가 하는 말들을 다 공감하기에는 인생을 덜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느 서평에 보면 멘토같은 책이라고 나왔던데 난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 난 책을 덮고서 아무 생각이 안났다. 분명 읽을 땐 나에게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었던 말들이 책을 덮는 순간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쓴 안은영 작가도, 읽는 독자 개개인마다 살아온 환경도, 일하는 환경도, 사랑하는 사람도 달랐지만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아서 공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남들처럼'이라는 잣대처럼 무서운 게 없더라. '나도 누구처럼 목표를 이루겠다'는 롤 모델을 마음에 품고 의지를 다졌다면 네 심장이 계속 달릴 수 있는지, 네 다리는 아직 튼튼한지, 너를 감싸고 있는 공기가 아직 견딜 만한지 체크해봐. 남들처럼 전력 질주하다가 막판에 갈팡질팡하느라 인생을 낭비하기 싫다면, 뻔하게 나이들고 싶지 않다면 일을 줄이고 네 삶을 살아. '남다른 삶'은 튀는 삶이 아니라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하는 삶을 뜻하는 거니까. -p92
안은영 작가가 말해 준 이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내가 쉬고 있을 때 남들은 뛰고 있을 거라는 강박관념에서 오는 것 같다. '남들처럼'이라는 잣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나도 잘 알고 있다. 비교당하면 서럽고 짜증나고 화가 나는 것과 같은 기분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최대한의 노력은 해야 마지막에 '그래 난 할만큼 했어.'라는 말을 내게 자신있게 말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 말에 백프로 공감할 수 없고, 공감하기 싫다. 남들은 체력이 남아 돌아서 전력 질주 할 수 있는게 아니라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거라 생각한다. 내가 만일 작가였다면, 난 아마 그들은 그들의 삶이고 너는 네 삶을 살고 있지만, 네 삶을 위해 전력 질주해야하는 때가 있다면 그들에게 노하우를 배워서 너의 삶을 가꾸어서 더 빛나고 가치있게 살아라라고 말하고 싶다.
네가 욕망하는 것, 네가 필요로 하는 것, 네 떨림의 순간을 기억해. 그것에 충실해. 그래야만 이 순간을 과거로 기억하는 미래의 네가 떳떳할 수 있어. -p207 누구나 사랑이 아니고서도 가슴 떨리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온 몸에 전율이 흐르던 그 순간을 간간히 기억해 낼 때면 내가 지금 이렇게 넋놓고 있을 틈이 없는데.. 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 깨달음을 다시 한번 내 가슴 깊은 곳에 새겨준 이 구절에 공감하며 안은영작가에게 참 고마워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자신을 속이는 일이더라. 네 감정을 방치하고, 네 처지를 왜곡하고, 네 진심을 외면하는건 너 스스로 너를 죽이는 것과 다름없어. 너를 알아봐주고, 보듬어주고, 환호해 줄 첫 번째 사람은 다른 누가 아니라 네 자신이어야 해. -p50 내 인생의 주인은 누구도 아닌 내가 되어야한다는 사실을 안은영 작가는 몇번씩이고 되새김질 해준다. 내 인생은 누가 좌지우지한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가버리면 그건 내 인생이 아닌 그 사람의 또 다른 인생이 되는거지, 내 인생은 아닌 것이다. 내 인생이 가장 찬란해질 그 날을 꿈꾸며 천천히 머리의 전원을 잠시 꺼두고 내 창창할 앞 날을 위해 난 어떤 노력들을 해야하는지 생각해봐야겠다.
네 인생을 가꿀 자유도 있지만 네 인생을 소모할 자유도 분명 너한테 있다는 걸 알아둬. 뭔가 결단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우선, 아무것도 강박하지 말고 뇌를 비워봐. 다음 순서가 천천히 떠오를 거야.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그리고 머리를, 가슴을 비워봐. 새로운 에너지가 가득 차오를 거다. -p177
지금껏 네가 다져온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하지 마. 발전을 위해 삽을 들이대는 과정일 뿐, 그 땅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너만의 영토니까. 네 용기 부족과 외로움의 문제점이 뭔지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너 하나뿐이란다. 고집스럽게 외면했던 네 한계에 삽을 들이대고 물어봐. 너 자신도 몰랐던 네 안의 옥토가 세상에 드러날 거야. -p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