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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 - 사랑했으므로, 사랑이 두려운 당신을 위한 심리치유 에세이
권문수 지음 / 나무수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의 정신과 테라피스트가 자신이 만난 사람들 중 몇몇을 상대로 우리의 아픔을, 더 이상 뛰지 않을 것만 같은 심장을 조심스레 어루어 만져준다.
상처 받는 게 두려워 사랑에 무감각을 처방한 여자, 또 한 번의 이별 후 이제는 다시 사랑하지 못할 거란 불안에 떠는 여자, 미치도록 원하면서 정작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랑 불능자, 4년 전 사랑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남자, 육체적 사랑만 추구하는 나쁜 남자를 여전히 사랑하는 여자, 평생 트라우마와 싸우며 사랑마저 포기해야 했던 여자…….
뜨겁게 달궜던 사랑을 미처 차가운 물 속으로 버리지 못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아파하면 아파할 수록 나도 함께 아파왔지만, 그 사람을 잊으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고 왜 하필 그 사람이냐며, 그 사람 아니고도 너한테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며,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못 잊는 이유가 뭐냐며 모진 말도 참 많이도 했었다. 그러나 그게 내 상황이 되자 나 역시도 참 많이 아팠었다. 그 친구에게 그렇게 모진 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내 상황이 아니어서 그랬으리라고 생각한다. 내 상황이면 나도 똑같을 수밖에 없는데, 친구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주지 못한 내가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진실을 알기 전까지 사랑하던 사람입니다. 나쁜 사람인지 알았을 때, 그 사랑하는 마음까지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p139 남들에겐 한낱 먼지처럼 보일지 모르는 그 상처가 나에게 돌아서면 아주 큰 가시가 된다는 걸 나는 몰랐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을 떠나보내면서 얻은 것은 '이제 내 마음같은거 들여다보지 않을거야.'였다. 그런데 참 사람이라는 게 이기적인 동물이어서 차가운 마음은 돌릴 수가 없지만, 돌린 척은 할 수가 있더라는 것이다. 몇 번을 그래왔고 결국엔 내 풀에 내가 지쳐서 포기하게 됐다. '사랑의 상처를 안고 사는 숱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은, 그들이 정작 힘들고 고통스런 이유는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 그리고 상처받기 싫어 사랑에 무관심해지기로 한 자기 자신'이 있었다 -p197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스르르 - 열리 듯, 내 마음도 녹는 것이 아닌가. 진실된 사람 앞에서는 덩달아 진실되게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난 지금 여느 때 보다 더 큰 소리로 웃으면서 살고 있고,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 것을 하고 있다.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서 사랑을 밀어냈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사랑의 감정은 분명 우리 마음 속에서 미묘하게 또 가장 예민한 부위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그 상처를 아프다고 혹은 부끄럽다고 꽁꽁 숨기지말고 드러내서 치유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나'에 대한 오해를 푸는 일. 이를 통해 자신과 화해하는 일이야말로 당신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나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자신 있게 사랑을 시작하는 첫 번째 단계이기 때문이다 -p207 작가는 이렇게 말하면서 끝까지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메세지를 전해준다. 사랑, 정말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p253
또한, 책을 읽는 중간에 너무도 공감되서 나로 하여금 경악케 한 구절이 있었는데, 사실 사랑의 상처를 치료한다는 것은 거짓말인 것 같다. 그것은 치료되는 게 아니라 잊어버리거나 무감각해지는 것이다……-p46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을 잘 해 줄 수가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꼭 사랑의 상처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할 상처가 하나씩은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그 상처를 건드리면 쓰라리고 아프지 않겠습니까?그냥 지금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아도 오해하지 않고, 등 돌리지 않고, 좀 더 지켜봐주는 것, 그리고 기다려주는 것, 전 그게 사랑인 것 같습니다. 좀 더 성숙한 사랑말입니다…" -p231 이 구절은 사랑에 상처받았거나 혹은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물론 해당하는 말이라서 누구나 공감할 것 같은 내용이다. 사랑에 상처를 입었다면 자신의 마음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한번 새로운 사랑을 꿈꾸며 비상을 향한 날개를 펼쳐보는건 어떠할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