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는 악마가 밀리언셀러 클럽 14
루스 렌들 지음, 전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읽은 책 중 이렇게 소심한 살인마는 처음 인 것 같다. '아서 존슨' 그는 스스로를 '예의바른 노신사'라고 칭하는 나름대로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그는 강박증 환자이고 변화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하다. 이러한 성격은 아마 부모에게 버림받고 그레이시 이모와 생활하며 그녀에게 강요되어 온 생활 그대로여서 아마 그때부터 생긴 경험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그가 살인 충동을 또 다시 느끼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아래층에 이사 온 젊은 또 다른 존슨 바로 '앤서니 존슨'때문인데, 둘은 'A. 존슨'으로 비슷한 이름으로 '아서'는 실수로 사회복지부에서 '앤서니'에게 보낸 편지를 자신에게 온 편지로 오인하고 잘못 읽어서 신상정보를 파낸 듯한 느낌에 장문의 사과문을 쓰게 된다. 하지만 '앤서니'는 별 뜻없이 쓰레기통에 버려둔 것을 본 '아서'는 전전긍긍해하는데, '앤서니'는 [가이 포크스]에 횃불을 지필만한 것을 찾다가 '아서'의 마네킹을 태우게 되는데 '아서'는 그것을 복수라고 받아들인다.

…욕망과 함게 일그러진 얼굴은 화형에 처해졌다. 그의 하얀 여인, 그레이시 이모, 그의 수호천사가……. -p122
이 부분에서 마네킹이라는 존재가 '아서'에게 무한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의식적으로 비춰보인다. 또한 그에 대한 복수를 위해 '아서'는 '앤서니' 앞으로 오는 '헬렌'의 편지를 빼돌리게 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앤서니 존슨은 그의 하얀 여인을 뺏어 갔다. 이제는 그가 앤서니 존슨의 여인을 빼앗아서 앤서니가 그의 마지막 기회를 강탈한 것처럼 그도 강탈할 것이다. -p128

 

중간중간 '앤서니'의 정신병질자 보고서는 '아서'의 행동을 부각시켜주고, 그에 따른 근거자료가 되면서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독자에게 납득시켜준다.

 

조사에 의하면 정신병질자의 대다수는 자기 자신의 공격성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정상적인 피실험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의식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고 한다……또 다른 분석 결과에 의하면 정신병질자의 죄의식은 진정한 후회의 감정이라기 보다는 힘들고 불쾌한 상황에 대한 감정이라고 한다. 정신병질자는 이기적인 형태의 행동과 자기를 부인하는 것처럼 보여서 만약 사회적으로 용인될 만한 행동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후자를 선택할 만큼 교활할 수도 있다.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에 의해서만 행동해야 할 경우, 그의 선택은 주로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다……. -p176

 

 

'아서'와 '앤서니' 둘의 시점으로 이끌어나가서 둘의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 중 반복되는 이야기도 있다. 그 이야기들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할 수 없었거나 놓쳤던 부분을 또 다른 존슨을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적어도 내가 생각한 살인마는 치밀하고 교활하고 간이나 배짱도 부풀어오를 만큼 부풀어 있어서 겁날 것 따위 없는 게다가 새로 생긴 사건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만을 고집해왔지만, 루스 렌들은 그 고정관념을 깨면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품이 진행되어감에 따라 극에 치닫는 '아서'의 심리묘사는 정말 기가 막혔다. 사람의 심리가 최고조까지 오르면 행동이 어떻게까지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서'를 통해 알게되면서 알면 알수록 그에 대한 혐오감이 점점 더 커졌다. 자신이 감당해내지 못할 일들을 해내는 그에 대해 그저 헛웃음밖에 나오지않았는데 이유인 즉슨, 그 전에 그 무시무시한 일들을 저질렀던 사람이 내가 지켜보고 있는 '아서'라는 사람이 맞나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읽는 내내 결말을 어떻게 낼지 많이 궁금해하기도 하면서 중간중간 지루했던 이야기들을 꾹꾹 눌러참으며 읽었다. 전반상황이나 중간상황들과 비교해서 너무나도 급하게 내버린 듯한 결말. 다른 누군가 생각하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결말에 난 그저 멍하니 있었을 뿐이었다. 결말을 이렇게 밖에 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 싶은데, 작품해설을 봐도 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음에 답답할 노릇이다.

 

게다가 추리소설이라고 불리우는 이 밀리언셀러 클럽에서 아름다운 문장까진 기대하지 않았지만, 번역에 맞지 않는 문장들과 맞춤법이 맞지않는 부분도 허다해서 거슬리는 부분도 많았고, 이건 편집을 한건지 만건지 하는 부분들도 많았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동네는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있어서 그런지 아는 분들도 많고 길을 지나다니다가도 인사를 하게 되기 마련이다. 또한 좋은 일이 생기거나 나쁜 일이 생기면 함께 해주는 친척들보다 더 가까운 이웃들이다. 하지만 요즈음 이웃에 관심을 가지면 스토커니, 참견도 많다느니라는 말들이 많다고 한다. 당신들은 과연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는 알고 있나 묻고 싶다. '아서'는 피해 주기도 싫어하고 받기도 싫어한다고 책에 쓰여 있지만 피해와 관심은 엄연히 다른 종류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으며 소통이라는 것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낀다.

 

 

환희와 힘을 느끼며 긴장한 그는 동그랗게 말린 자루 부분을 위로 잡고 아기의 배에 핀을 찔렀다. 아기는 놀라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깼고, 핀을 빼자 진홍색 피가 커다란 거품이 되어 솟았다. 한동안 그는 아기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고통으로 크게 벌린 입과 벌게진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바라볼 때는 엄청난 기쁨을 느꼈다.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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