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물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아버지는 내가 고등학생때 항상 말씀하시던게 있다. 건축으로 들어서서 현장감리가 되고 싶다는 내 말에, '난 그 일이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더울땐 에어컨틀고 시원하고 일하고 추울땐 사무실에서 히터틀고 따뜻하게 일했으면 좋겠다.'라고.. 우리아버지는 아니, 내 아버지는 더울땐 땀을 흘려가며 추울땐 옷을 몇 겹 더 껴입으며 꽁꽁 언 손을 부여잡고 그렇게 일하셨다. 그런데 나는 항상 그런 아빠를 한번 이해해주지도 못하는 주제에 마냥 어린애처럼 용돈이 적다며,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며 투정만 부렸다. 

 

가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위에서 치고 내려오는 억압과 스트레스 등 많은 것을 참고 견뎌야만 하는 우리들의 아버지.. 정말 '더러워서라도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 백번도 더 생각나실텐데, 가정을 위해 꾹 참고 견디시는 거겠지.. 우리아빠는 그러신다. '너희들 다 키우고 나면 아빠는 일을 그만하고 싶다고.. 노년엔 얼마 모아두진 못했지만 모아둔 것으로 편하게 놀고먹고싶다고...'

 

그러던 아빠는 손꼽히면 얼마나 손꼽히겠냐만은 적어도 내가 사는 이곳에서는 알아주는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남들에게 한턱쏜다며 지갑에 있는 돈들을 탈탈 털어놓으신 적도 있으시다. 그것말고는 아빠한테 기쁨을 준 일이 없다. 항상 실망만 주는 딸이었고, 못난 딸이었다. 고등학생땐 나도 중학교때 같이 놀았던 애들이 있는 학교로 전학가고 싶다고 부모님 속을 뒤집어 놓았고, 야간자율학습시간때 같은 반 애들과 놀러갔다가 부모님께 연락이 가게 만들었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시험땐 시험스트레스로 인해 공부를 제대로 해 본적이 없다. 그래서 항상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아빠의 얼굴엔 실망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아빠가 생각지도 못했던 학교와 과를 선택했을 때 항상 내 말이라면 뭐든 다 믿어주셨던 아빠는 처음으로 내게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순 없냐고 했고 난 그냥 내가 하고 싶다는 일인데 왜 자꾸 말리냐며 오히려 아빠에게 짜증냈었다. 그때 좀 더 생각해보았더라면 아빠는 내가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길로 들어섰으면 한 것이다. 졸업작품때문에 피곤하다며 찡찡대는 나에게 커피 한잔 타주며 힘내라고 다독여주기도 했고, 그에 따른  평가가 나왔을 땐 나보다도 더 기뻐해주시며 항상 내 편이었던 것 같다. 20대였던 사진 속의 활발한 나의 아빠는 지금은 매우 지쳐보이고 건드리면 쓰러질 것처럼 위태위태하다. 이 책에선 아빠에게 가장 힘이 되어주는 건 집에서의 대화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아버지로 나오는 '흥기'라는 인물은 소외되는 가장을 잘 표현해 내었다. 그런 아버지에게 우리가 한걸음 더 다가가야 하는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이 책에서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고,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보았고, 삶에 대한 힘겨움을 보았다. 전쟁터인 밖에서 그렇게 지쳤으니 적어도 집에서만큼은 좀 더 편하게 지내야 하는게 당연할진데.. 그럴 수 없는 '흥기'를 보며 절로 안타까움이 묻어나면서 우리아빠도 그런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가지게 된었다.

 

우리아빠는 일요일에 우리가족 넷이서 아침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일요일엔 좀 더 일찍 일어나서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고 아빠와 엄마와 커피를 한잔씩 들고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오늘은 아버지와 커피 한잔을 마주하고 일상생활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건 어떠한가?

 

 

 

 

 

 

 

 



 

 

부모와 자식,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수컷을 넘어선 역사의 숙명이다.

더구나 내 아버지들의 성과는 결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찬란한 기적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과보다는 그것에 가려진 어두운 그늘을 빌미로 격렬하게 반항하고 투쟁했다.

어쩌면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 앞에 내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처는 컸고 대부분은 무기력의 수렁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우리의 꿈과 희망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잃어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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