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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에서의 우연은 필연이다ㅡ.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한 사건으로 인해 연계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것만큼 재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28명의 등장인물이 모두 주인공이라는 타이틀 아래 자칫 지루해질 우려가 생기기 마련이고, 또한 그 많은 등장인물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면 그 책의 효용도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우려와는 달리 책을 펼치면 친절하게도 [등장인물의 한마디]라고 해서 많은 등장인물들의 색깔을 표현해주기에 충분함까지 갖추어져 있어서 읽기에 그다지 많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사건은 테러리스트 '얼룩 끈'의 조직원 중 켄타로가 폭탄 '시작품'이 담긴 '도라야' 종이봉투가 한 할아버지와 부딪혀 넘어지면서 뒤바뀐 것에서 시작하게 된다. 처음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임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들은 도쿄역으로 집중되어 모이게 된다. 내게 도쿄역은 들어보기만 했지, 가본 적도 없는 그곳을 상상하기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지만, 책에 나오는 도쿄역을 나타내주는 지도를 보며 '아, 여기~' 이러면서 계속해서 들추어봤다. 이 책을 읽으며 도쿄에 한번 다녀온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은 다 한 것 같다. 나중에 혹시라도 기회가 되서 도쿄역에 가게 된다면 낯설지만은 않을 것 같다.
온다 리쿠의 작품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었는데, 띠지에 적힌 글 중 온다 리쿠의 작품 중 가장 좋다는 글을 읽고 기대를 하며 읽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탓일까? 매끄러운 문장 사이사이마다 갑작스런 우연들이 봇물터지듯 터져나오면서 그 우연들을 이해하느라 진이 빠졌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불평할 여지를 주지 않는 온다 리쿠의 펜을 따라가며 읽으면서 '아, 이래서 온다 리쿠의 매니아가 생기는 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또한 마지막 하나의 도미노를 놓고 쓰러뜨릴 것인지 말 것인지를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슬며시 안겨준다. 그건 읽는 독자의 몫이다.
우편은 세상을 이어준다.
그러니까 우체통은 이렇게 자신의 사명을 믿으며
언제나 꼼짝하지 않고 그곳에서 편지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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