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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이너의 일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최인애 지음 / 꿈꾸는인생 / 2026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공간 디자이너를 존경하고 있다. 내가 두 번의 시도에 걸쳐 포기한 직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머물렀던 것은 공간 디자이너보다는 인테리어 설계의 영역이었다. 그간 건축 설계를 수월하게 해왔으니 인테리어 설계도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여겼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기존의 공간을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흥미로웠지만, 작업을 할수록 생각이 달라졌다. 동선과 시선, 균형, 비례 등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참 많아서 시작조차 엄두조차 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내가 10년간 해왔던 건축 설계는 법 테두리 안에서 큰 틀을 짜는 일이라면 인테리어 설계는 요구하는 감각의 밀도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 설계는 법과 구조의 영역이라면 인테리어 설계는 감각의 영역인 셈이었다.
나는 공간을 잘 꾸밀 줄 아는 사람이 못되어서 ‘여백의 미’라는 핑계를 대고 아무것도 두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도전했던 인테리어 설계와는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와 별개로 공간을 잘 꾸밀 줄 아는 것도 능력이고 실력이라는 생각을, 근래에 부쩍 하게 된다. 똑같이 찍어낸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거주하는 사람에 따라 가구의 배치와 공간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다르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책이 『공간 디자이너의 일』이다.
『공간 디자이너의 일』은 공간이 만들어지고 바뀌는 과정에서 제일선에 선 사람의 경험담이자 고백으로 만들어졌다. 저자는 인테리어 업계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해를 받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나 역시도 건축이나 인테리어 업체의 견적서, 세부내역서를 받아볼 때마다 이게 맞는 견적이냐고 눈을 가늘게 뜰 일이 많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열었다.
책에서는 이라는 말은 적확한 말이었다. 그러려면 그 공간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애정도 있어야 한다. 저자가 카페 덕희를 리모델링할 때 신나게, 즐겁게, 행복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리모델링했던 카페의 before&after 도면이 페이지 한 면에 실려있어 궁금해져 카페덕희 후기를 찾아보게 되었다. 전과 후를 비교하기 위해서 옵션에 기간까지 설정하며 검색했는데, 답답해보이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동선이 좀 더 자유롭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마 책을 보고 난 뒤에 봐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흐흣) 결국 공간이라는 것은 단순히 예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공간은 예쁘지만 불편함을 느낀다면 다시 찾지 않게 된다. 책의 비주얼은 한 번 오게 만들고, 설비와 동선은 다시 오게 만든다.는 말이 이를 명확하게 뒷받침해주는 듯했다.
그리고 안타까웠던 부분은, “반장님, 저 아가씨 아니에요.”라는 말에 “그럼 아저씨예요?”라고 되묻는 대목이었다.
내가 처음 안전관리자를 시작했을 때, 누군가 나에게 아가씨가 어쩌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에서는 여자든 남자든 최소 기사,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이 있을 텐데요. 잘 모르시면 대리라고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했더니, “그러다가 현장소장이면 어떡해~”라고 한껏 조롱 섞인 말로 대꾸하기에, “아유, 대리랑 현장소장도 구분 못해요? 현장 짬밥이 그것밖에 안 되는 걸 누굴 탓해요. 창피한 줄 아셔야지.”라고 말하니 주변 사람들이 와하하 웃으셨다. 물론 지금은 “아가씨는 룸살롱에서나 찾으시고요.”라고 대꾸한다. 한번은 보조관리자(여성이었음)에게 커피 좀 타라고 하길래 “손이 없어요, 손가락이 없어요? 커피탈 줄 모르면 마시지를 마세요.”라고 한다. 아직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을 여럿 마주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건설 현장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규제가 좀 있고 안전관리자라는 직책도 무시할 수 없기에 근로자들은 대체로 지시에 잘 따르는 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테리어나 리모델링 현장의 근로자들은 규제가 크지 않고 그들을 상대하기가 만만치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개인 대 개인으로 이루어지는 작업 지시가 많으니 저자가 겪었을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에 화가 나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공간 디자이너는 건설 현장의 현장소장, 공사, 공무, 안전에 이르기까지 총괄하는 역할을 전부 소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물며 건설에서는 건축과 전기, 통신, 소방이 분리발주가 되어있기라도 하지, 공간 디자이너는 이런 세부 공정까지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나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생소한 공정이나 복잡한 설비 라인을 만나면 일단 들여다보고 파고드는 습관, 겉으로 보이는 마감재보다 구조적 본질을 먼저 떠올리는 버릇을 가진 저자의 전문성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