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비로소 아버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 딸이 기록한, 70세 원모씨 관찰 일기
정아름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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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아버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말과는 달리, 나는 20대 초반에 아빠를 이해했다. 시기는 내가 노동인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였다. 직장에서 나는 1년 6개월을 근무했다. 어떤 업무를 해내기에 길었던 기간은 아니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아빠는 내게, 이직하기 전까지 용돈을 줄 테니 좀 쉬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고 말씀하셨다. 때는 내가 24살이었다. 나는 자라서 무엇이 될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스물네 살의 버금딸림음 시절. 그때 나는 아빠의 지지로 퇴사를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 자유롭게 그만둘 수 있지만, 네 식구의 의식주를 어떤 방식으로든 지켜야했던 아빠는 그렇지 못했겠구나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아빠를 이해했다기보다는 아빠가 가진 삶의 무게를 이해했다고 말하는 게 더 올바른 표현이겠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아빠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언젠가 인스타에서 원모씨에 대한 회사가지마까를 우연하게 보게 되었다. 꾸밈없는 단순한 출근 브이로그였는데 짧지만 묘하게 빠져드는 영상이었다. 루틴이 조금씩 다를 뿐이지, 우리도 그렇게 출근 준비를 하지 않나. 나이 지긋한 어르신도 출근하기 싫다며 저렇게 열심히 지내시는구나,하며 웃음이 났다. 그리고 이후는 찾아보지 않다가 이번에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되었다. 원모 씨의 딸이 쓴 책이었다. 70세의 아버지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버지의 과거를 다시 들추어내어 그럴 수 있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아버지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두었다.



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원모 씨는 김모씨, 이모씨, 박모씨 등의 ‘원모씨’가 아니라 ‘원모 씨’라는 점이었다. 성은 정이요, 이름은 원모. 그러니까, 정 원모 씨에 관한 이야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원모 씨가 50년 동안 가계부를 써왔다는 말이었다. 그걸 읽으면서 내 아빠를 떠올렸다. 아빠가 쓰러지고 난 뒤에야 우리는 아빠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아빠는 본인 업무와 관련하여 쓰러지는 날 전까지도 기록을 해두었고, 덕분에 자식인 우리는 조금은 아빠와 관련한 업무를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그 보관 장소가 TV 거실장 우측 아래 서랍장이라는 것에 멈칫하게 되었다. 나의 아빠도 그곳에 통장과 인감도장과 그 외 중요한 서류들을 넣어두셨기 때문이다. 대체 왜 아빠들은 그 중요한 것을 누구든 볼 수 있는 곳에 두는 걸까... 진지하게 궁금해진다.



딸 아름 씨는 아버지 원모 씨에 대해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좀 더 곁에서 면밀하고 세밀하게 관찰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껏 몰랐던, 몰랐을 뻔했던, 알았지만 모른척했던 아버지의 모습들을 자주 목격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삶에 대해 다정하고 부드럽고 애틋한 눈길을 자주 던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뒤돌아서 아빠!!!!!!!!!하고 소리치게 될 일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아버지가 건강하실 때 그런 경험을 한 저자가 부럽다. 나는 아빠가 건강하실 때 (다투지만 않으면) 하루 2-4번을 통화하여 아빠에 대해 아는 게 많다고 자신했는데, 아빠가 쓰러지고 난 뒤에 아빠의 또 다른 빈칸들을 마주했고, 그 빈칸을 채우다가 채우다가 채우지 못한 채 덮어둘 수밖에 없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아빠는 열심히 회복 중이고 그렇게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그 빈칸들을 다 메울 것이다. 아빠를 이해한다는 건, 결국 아빠가 살아온 시간을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딸 아름 씨는 아버지 원모 씨에 대해 이 책을 썼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아빠를 더 자주 생각하고 아빠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이제 곧 명절이다. 뇌경색으로 후유증이 남은 아빠에게 자꾸만 잔소리하는 나를 저 멀리 던져두고, 아빠에 대한 그리움만 잔뜩 가지고 아빠를 뵈러 다녀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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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

32. 한 때는 → 한때는

32. 빽빽하기는 커녕 → 빽빽하기는커녕

49. 커질 지 → 커질지

62. 보험을 들기는 커녕 → 들기는커녕

105. 빠른 손 마저도 → 손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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