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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여름이다. 여름이 맴맴맴맴하고 울어대고 덥고 습하고 기운이 처져서 하이고 죽겠다, 죽겠다를 외치는 그런 여름. 여름이 오면 항상 소망한다. 배를 바닥에 대고 누워 선풍기 틀고 수박먹으며 뒹굴거리며 책을 읽는 것을. 매해 그렇듯, 올해도 그런 여름은 아니었다. 하지만 쉬는 휴일에 밖에 나갈 수도 없어 온전히 집에 있으니 밀린 책을 읽기에 참 좋은 계절이긴 하다. 이런 때에는 소설만 한 것도 없지. 이번 여름 소설책으로는 『생가』를 골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 오컬트 호러를 읽기엔 지금이 딱이니까!
경북 계류면에 위치한 前 대통령 이운암의 생가는 우파 국회의원들의 단골 순례지일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곳이, 방화범에 의해 일부 소실되고 만다. 생가를 지었던 도편수 지범근은 “그 집 짓지 마. 다시 지어선 안 돼. 생가…… 절대 복원하지 마라.”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기고 사망한다. 이때 “다만 내 집은 누추하니…… 문을 두드리지 말라……”라고 하는데, 이유를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지범근의 유언을 받든 양아들 한벽종은 생가를 복원하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친아들 지재헌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여러 이유로 그 집을 복원하기로 한다.
생가에 직접 가본 재헌은 집 전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집을 복원하는 일은 만만치가 않았다. 지하실은 무엇이며, 숯덩이는 무엇인가. 올챙이를 토해낸다는 하마고라는 것과 부풀어 오른 배가 터져 죽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된다. 과연 재헌은 끝내 생가를 복원할 수 있을까? 왜 아버지 지범근이 생가를 절대 복원하지 말라고 했는지, 그것으로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독자는 차근차근 저자가 짜놓은 판 위에서 단서를 찾아가며 진실을 추적할 수 있다.
목차는 의도한 것처럼 보이는 파가, 개기, 열초, 선목, 벌목, 입주, 상량, 생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집을 허물고 집터를 닦고 주춧돌을 놓고 나무를 고르고 나무를 베고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를 올림으로써 완성되는, 집을 짓는 순서이기도 했다. 이야기는 촘촘하게 잘 짜여 있었고 궁금한 점들이 하나씩 맞춰가는 퍼즐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건축을 잘 몰라도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인간의 욕심이었다. 이운암을 통해 인간이 불로장생을 위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지범근과 이운암 모두 자식을 버리는 것이 반대로 지키는 일이었다. 지키는 대상이 누군지가 달랐을 뿐. 이 책이 어째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스토리 대상 수상작이 되었는지 다 읽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책 한 권이었을 뿐인데 한 편의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길고 지루한 여름이 끝날 것 같지 않을 때, 매서운 오컬트 호러로 더위를 잠시 잊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