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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웬수 저래두 웬수
김영희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6년 7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부부는 그 어떤 관계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관계가 아닐까.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으면 남이 되는 것도 맞으니까. 그래서 나는 부부 관계를 유연하고 부드럽게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이래도 웬수 저래두 웬수」였다. 저자는 3060시니어연구원 원장으로, 수백 명의 신중년 부부를 만나며 얻은 사례와 성찰을 바탕으로 글을 풀어낸다. 신중년이다보니 중년과 노년, 은퇴 후의 부부 모습이 많이 담겨있기는 하지만 막상 내용을 읽어보면 당장 지금부터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이 꽤 많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읽어보기에 좋을 것 같다.
부부 사이는 참 은밀하다. 누군가에게 부부 이야기를 할 때, 단편적인 얘기밖에 할 수 없다. 부부 사이는 부부만이 안다고, 겪어보지 않은 이상 온전히 이해받을 수도 없다. 그래서 배우자에게 서운했던 것을 타인에게 털어놓았을 때 배우자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듣게 되면 ‘그 정도는 아닌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또한 너무나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TV프로그램인 <결혼 지옥>이나 <이혼숙려캠프>를 보지 않은 지 오래되었지만 한 번씩 볼 때에는 ‘저럴 거면 왜 같이 살지... 차라리 혼자 살고 말지.’라고 우리는 생각하지만, 책에서는 오래 사는 부부에게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사이에 남들은 모르는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그 이야기를 그냥 끝내기가 아까웠어요.”라고 말하는데, 마찬가지로 그들만의 이야기가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도 결혼한 지 어느덧 13년이 되었고, 때때로 다툰다. 부부는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싸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은 여전히 충격으로 다가온다. 살면서 얼마나 더 다투게 될까. 생각만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우리 부부는 대체로 사이가 좋지만, 어려움이 하나 있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 과연 이 책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6.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의 차이는 싸우느냐 싸우지 않느냐가 아니라 싸운 뒤 어떻게 다시 손을 잡느냐에 있다고 했다. 오래가는 부부의 비결은 갈등 없음이 아니다. 갈등 이후의 회복이다. (오래전에 블로그에 적었던 것 같은데) 나는 싸우지 않는 부부보다 화해를 잘 하는 부부가 부러웠다. 여전히 우리는 13년째, 화해를 잘 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그게 이 책을 읽는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잘 싸우고, 잘 화해하고, 함께 잘 사는 것.
책에는 그 방법 중 하나로 배우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주 물어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준다. 상대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고 더 넓게는 내 옆의 배우자를 인정해주면서 살릴 수 있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 말들이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 “출근 잘 했어? 일은 어때? 컨디션은 어때? 점심은 먹었어? 뭐 먹었어? 오늘은 말썽 부리는 사람은 없었어? 피곤한 건 어때? 오늘은 어땠어? 오늘도 고생 많았어.” 이건 내 남편이 매일 하는 말이다. 지겹지도 않은지 매번 세심하게 물어봐준다. 이 사람은 이런 걸 어디에서 배웠을까, 내 남편이지만 정말 존경하는 부분이다. 가끔은 남편으로부터 이런 다정함을 받으라고 결핍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을 보낸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같은 배를 탔지만 우리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유로 다투고 서로에게서 등을 돌릴 때가 있다. 대부분은 서운함과 섭섭함, 아쉬움, 불만이 뒤섞인 결과로 나타났다.
154. 기대를 낮추는 행위는 포기가 아니다. 현실적인 눈으로 배우자를 보기 시작하는 과정이다.
이 문장에 나는 오래도록 머물렀다. 평생 다른 두 사람이 사는데 어찌 다 같을 수 있겠는가. 그러다보니 결국 조율되지 않은 상태의 것들이 난잡하게 놓여있기 마련이다. 나는 이제껏 기대를 낮추는 것은 결국 ‘일정 부분에 대한 포기’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문장을 읽고 다투는 지점을 살펴보니 배우자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이 보였다. 그전까지는 내 마음만 들여다보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나는 아마 인정과 포기, 그 경계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것이 대화로 해결될 거라 믿었던 때가 있었다. 소통의 부재 혹은 회피에서 나오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대화를 하면 할수록 내가 도달하는 곳에 닿지 못하는, 끝없는 미로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일까? 서로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작년에 처음 느끼게 되었고 그게 이번에 클라이맥스처럼 터져버렸다. 이후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말했을 때에도 내가 말한 것들을 전부 이해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남편 본인이 이해한 게 맞는지 중간중간 되묻고 정리하는 것이 (사실 그때마다 그 정리라는 게 아니, 아니, 아니를 불러와서 화를 부추겼지만) 이해해보려고 노력한 흔적이고 결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이제야 드는 것이다. 가장 처음 발단이 되었을 때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어쨌든 그런 일이 있은 후에 우린 또 원만하게 잘 지내고 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그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하지만, 그땐 또 다른 해결책이 생기겠지. 이제껏 해왔던 것처럼.
204. 부부 갈등의 69%가 영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오래가는 부부와 헤어지는 부부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헤어지는 부부는 반드시 해결하려고 싸운다. 오래가는 부부는 해결되지 않음을 받아들이고 그 문제를 껴안고 산다.
이 페이지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어떤 일에 대해서는 끝끝내 사과를 받고 싶은 일도 있다.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다. 꼬인 매듭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뿐일 때가 분명 있으니까. 모든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끝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됐다면, 그에 대한 인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는 함께 노를 저을 것이다. 노를 젓다가 폭풍을 만나고 배가 흔들릴 때도 있고 몇 번이고 노를 집어던져버리고 싶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노를 놓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마침 노 젓는 일을 게을리하던 우리가 노를 좀 더 꽉 쥘 수 있게 도와주었다. 우리의 항해는 오늘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