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기술, 말의 모양 - 위험의 세모, 질서의 네모, 안전의 동그라미로 빚어내는
다이애나 김 지음 / 아라크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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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 어디 가서 말을 똑 부러지게 잘 한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대부분 그것들은 내 입장에서만 하는 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내 입장에서 하는 말들은 잘 하지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는 건 생각보다 큰 결점이었다. 그래서 나의 말의 모양을 들여다보고 유연한 관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관계의 기술, 말의 모양』을 읽어보게 되었다.



17. 말에는 모양이 있으며, 그 모양은 현실이 된다.

책의 극초반에 쓰여있던 말이다. 말의 모양은 세모, 네모, 동그라미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나는 적절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책을 보니 내가 착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본래 세모에 치중되어 있는 사람이었는데 결혼을 함과 동시에 동그라미와 세모 사이에 걸쳐있었고 직장의 연차가 쌓이면서 네모가 더해졌다. 상대에 따라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쓰는 게 달라진다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초반에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이 정도의 생각에서 그쳤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23. 말의 모양을 의식하는 것은 단순히 표현을 매만지는 것을 넘어 삶을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다. 내가 말의 모양을 의식하게 된 것이다. 나는 본래 진취적인 성격은 아니어서 모든 순간에 ‘동그라미를 써야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방금 내뱉는 말이 세모였는지 네모였는지 동그라미인지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없던 행동이다.



업무적으로의 나는 네모를 자주 쓴다. 업무적으로는 내 일을 내가 쳐내는 것도 버겁기 때문에 타인의 업무를 제대로 봐줄 여유가 남아있지 않다. 일을 못하는 건 죄가 아니라는 생각은, 어느 날 보니 뒤집혀있다는 걸 깨달았다. 1인분의 몫을 해내지 못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결국 일을 못하는 것이고, 결국 일을 못하는 것은 죄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그때마다 네모를 써왔다. 세모와 네모가 걸쳐있는 모양이 아니라 정확한 네모를. 하지만 책에서는 모서리가 둥근 네모를 써볼 것을 권유한다. 모서리가 둥근 네모는 과연 무엇인가?

지시형 대신 청유형을 쓰라는 건데... 하... 너무 어렵다. 왜냐하면 지금의 내 직장동료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실수를 보고 “이 부분 확인하시고 수정해 주세요.”라는 말 대신에 “이 부분 확인하시고 수정해주시면 더 완벽할 것 같은데요~?”라는 말은 정말 못하겠다는 말이다. 바로 어제는, 작업계획서를 스무 번을 수정시켰다. 울고 싶은 건 그가 아니라 나였다. 둥근 네모, 나 정말 실천할 수 있을까... 그냥 한숨만 나오는데... 책에서 말한 강력한 해독제라는 ‘측은지심’은 사라진 지 오래다. 둥근 네모를 쓰려면 얼마만큼의 인내심과 온화함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또 하나는 그 동료는 자기방어적 본능으로 ‘안 그래도’라는 말을 자주 쓴다. 무언가 지시를 하면 1초도 생각하지 않고 안 그래도 하려고 했다 혹은 알고 있었다 혹은 이미 진행형이다. 등의 말을 했는데, 이제 그게 습관이라는 걸 안다. 146. “그 사람도 살기 위해 그랬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그걸 포용하기에 내 그릇은 작디작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 직장생활이 녹록지 않다.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과연 이것들을 실천할 수 있을까에 대해 괴리감을 느꼈는데, 읽다보니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걸 찾았다. 단정하지 않고 여지를 남기는 것.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아, 난 그 생각은 못했어.” 물론 그렇게 말을 하더라도 속으로는 단정하게 되는 때도 있지만, 굳이 어떤 문제를 두고 싸우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할 때가 종종 있었다. 지금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에 대한 결과는 언제나 좋았다. 그 직장동료에게도 이 문장을 대입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지만, 한번 해보기로 한다.



62. 말을 쏟아낼수록 소통은 왜 더 빨리 시들까.

나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그중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건 나의 배우자다. 왜인지 이 문장은 배우자를 떠올리며 계속해서 곱씹게 되었다. 나는 소통을 하면 분명히 접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아니었다. 나는 기분이 좋으면 동그라미, 다툴 땐 세모가 너무나도 확실한 사람이라는 것은 문제로 대두되었다. 결국 중요한 건 말의 양이 아니라 방식이라는 사실이었다. 관계의 온기를 지키는 힘은 세심하게 다듬어진 말의 모양에서 나온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133. 관계의 유효기간을 정하는 것은 함께한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말의 모양이다.내가 느낀 바로는 소통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 입장에서의 소통’은 시들 수밖에 없고 결국 허공으로 유영하는 말들이 되어버림을 자주 느꼈다. 소통을 할 때에는 상대를 향한 말의 모양을 좀 더 세심하게 만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기도 했고.


64. 애매모호한 말은 불필요한 추측을 부르고, 날카로운 표현은 소통의 문을 닫는다. 오해가 반복되면 대화는 줄어들고 관계는 고립된다. 결국 말의 모양을 신중히 다듬는 것은 오해를 줄이고 진심을 온전하게 전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말의 모양을 바로 알고 사용하는 것, 그것이 소통의 시작이자 끝이다.

특히나 이 문장은 현재 남편과 나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남편과 나의 언어 체계는 분명 다르다. 17년간 알고 지내면서도 언어 체계에 대해 다름을 느끼고 말을 닫게 될 때가 많다. 이 문장은 마음에 담아두고 때때로 꺼내어 서로의 언어를 품어줄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내 말이 그에게 동그라미로 닿았는지, 대화를 나눠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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